도덕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의 상실>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가 정체성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지금까지 그것이 철저히 소외되어 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인류가 점점 비도덕적 존재로 변하는 원인도 삶의 서사의 상실에서 찾는다. 자기 삶의 이야기보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도덕률을 동경하는 것이 실제 자신의 삶에서 마주하는 도덕적 판단과 인간적 감성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매킨타이어는 삶의 서사가 사라지면 인간은 점점 무감각해지고, 결국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25쪽


사회학 서적들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는데, 늘상 등장하는 단골메뉴 중의 하나가 자기서사의 상실이다. 그 바닥에서 공부 좀 했다 하는 분들이 모두 이 말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적어도 문제의식이라도 공유가 되어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좀 먼 것 같다. 자꾸 이야기라도 꺼내야지, 별 수 있나... 


개인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부터, 그게 시작이다. 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기엔 그렇다. 다수가 따르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밟지 말고, 그들을 먼저 오롯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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