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id and Octopus: Friends for Always (Hardcover)
Nyeu, Tao / Penguin Group USA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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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림책도 단편집이 가능하더라고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들어있어요.
뜨개질을 좋아하는 오징어라니 상상해 본 적 있으세요?

(head to toe가 아니라 tentacle. 이런 디테일 재미있어요 ㅎㅎ)

아기자기해 
기발끝판왕 
지금까지없던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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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머무르는 곳에서는 이방인으로 지내는 쪽을 선택하는 쪽이었다. 대체로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면 그런 편에 서 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굳이 나서서 인연을 만들고 만남을 만드는 것에는 비교적 소극적인 삶. 대신에 한 번 가까워진 사람들과는 오래 연을 맺는다, 는 것이 인생관이었다고 해도 될 정도였는데 이게 몇 번의 배신이랄지 뒤통수랄지 그런 것을 당하고 났더니 인간관계 다 부질없는 걸 뭘 굳이... 하는 냉소적인 성향을 나도 모르게 띠고 있었더라. 그냥, 연이 닿아서 가깝게 지내게 되면 그런 것이고, 또 어느 순간 어떤 이유로 멀어지게 되면 그 사람과의 인연이 다한 것이니까 그대로 놓아주면 될 일이고. 그렇게 생각하게 됐다. 이 사람하고는 내가 계속 일방적으로 연락하는 쪽이 되어도 괜찮으니까 쭉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은 십 년에 하나 나타날까말까한 것이 나이가 먹어갈수록, 새로운 사람 만날 일이 없으니 당연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과거형은 아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본의아니게 거주 환경이 일시적으로 바뀌었지만, 나는 당연히 외부에서 겉돌다 가는 쪽을 선택했더랬다. 굳이 안쪽에서 머무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기 싫었고, 계속 웃는 얼굴로 대화에 참여해 적절한 리액션을 보이는 게 힘들었다. 모국어로 얘기하고 있는 마당이래도 힘든 상황인데 영어로 해야하니 에너지가 더 고갈되고 뭐 그러니까. 한국어로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간간히 들려와도 굳이 아는 척 하지 않은, 사회성 제로의 나. ㅎㅎㅎ 


어떤 계기로 내가 둘러싼 껍질을 깨지 않으면 안 될 순간은 불시에 찾아오곤 한다. 사는 게 뭐 맨날 그렇듯이 말이다. 


그 날도 그랬다. 한국에서 같으면 말도 안 될 소리지만 여기서는 말이 되게도 학부모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기금 조성을 참 많이도 한다. 학부모 자원봉사도 거의 신청 안 했던 마당에 아이들을 위한 행사 기획에 (없더래도) 돈이라도 보태야 양심이 있지, 싶어서 내게는 적지 않았던 그 금액을 전달해야 했기에 학부모 부대표 엄마에게 문자를 했다. 이 지역의 인구는 인도인과 중국인이 태반인데, 아이의 반 담임도 인도인이고 반대표 부대표 엄마도 모두 인도인이다. 

여하간, 부대표 엄마는 방과후에 만나자고 했고 그렇게 처음 아이 반 엄마와 말을 텄다. 아이가 약간 내성적인데다 영어를 거의 못 해서 참 힘들어하는데, 니네 아들 얘기를 종종 했다. 만나서 반갑고 내가 학급 일을 많이 도울 상황이 못 돼서 이거라도 내야지 싶었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등의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너,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어? 묻는 거다. 응, 한 달 됐어. 대답하니 내 친구들 중에 한국 사람이 둘 있거든. 진짜 좋은 사람들이야. 정말 좋아. 너한테 꼭 소개시켜 줄게. 다음주 금요일에 만나서 애들 같이 놀릴 건데, 너도 올래? 꼭 와라. 네 아이도 모국어로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를 만나면 훨씬 편안해질 거야. 

그녀의 적극성에 놀랍기도 하고 친절이 고마워서 그러마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 올 준비를 하는데 그 사이에 문자가 왔다. 지금 그 엄마들 만났는데, 너 #&(**#@로 올 수 있어? 란다. 아, 이 적극성. 


그 인도인 엄마의 소개로 한국인 엄마 두 사람을 알게 됐는데, 그녀들도 하나같이 이 엄마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이야기했다. 우리말로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벤치에 앉아 아이들을 보고 있는 옆모습을 보고 잠깐 잡념 삼천포에 빠졌다.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때의 그 라벨 밑에 포개져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어떤 컨텐츠가 그 좋음을 구성하고 있는 걸까? 내가 어떤 사람을 좋은 사람,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어느 정도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시간과 감정이 쌓여야 하는 걸까. 내가 오래 알아 오기만 했으면, 쉽게 좋은 사람, 이라고 남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만나고 시간과 마음을 쌓았던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굳이 남에게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받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는 것도 우습기는 하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고자 애썼는데 적당히 이용해 먹기 좋다며 우습게 보이고 있었다면 그건 뭐지?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타인에게 베풀 수 있는 선의만으로 그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내면에 스스로도 조절이 안 되는 안 좋은 부분보다는 빛이 드는 곳이 훨씬 많을 거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베푸는 호의를 오지랍이라든가, 간섭이라든가 하는 말들로 흠집내려고 하는 것보다 순하게 받아들이고 고마워하는 사람인 쪽이 여러모로 좋다. 

남들이 뭐라건 호의를 베풀고 그건 그 순간 그대로 잊어버리는 쪽이 좀 더 편하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마음 편한 사람은 그렇게 살면 되는 거다. 때론 상처받는 일도 있겠지만,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잊듯 또 그렇게 살면 되는 거지. 엉뚱하게 깊이 파고들어갔던 잡념은 또 순간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정리된다. 


혼자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어도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조금 외로웠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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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ery Late Story (Hardcover)
마리안나 코포 / Flying Eye Books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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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미지 업로드가 안 되어서 좌절하고(!) 다른 데로 샜었는데 어제 4주만에 알라딘 택배가 도착한 김에 오랜만에 다시 접속해보니 이번엔 잘 된다!!! 뭐가 문제였을까... 여튼 다시 포스팅이 되어서 혼자 좋아하고 있는 중 :)

 

한글 그림책도 제법 있긴 하지만 미국까지 왔으니 영어 그림책을 실컷 읽자, 하고 매일같이 열 몇권씩 빌려다 놓고 보다 보니 이걸 부분적으로나마 기록해 두는 것도 엄청 일이다. 개중 인상적이었던 책들만 남겨두는 것인데도 허덕허덕.

 

<고도를 기다리며>를 생각나게 하는 그림책. 혼자 꼼지락거리고 있는 토끼에게 주목해야 한다. 귀엽고 심플해 보이는데 내용은 그림처럼 솜사탕 같지만은 않다.

 

이런이야기가더많아졌으면 ★

아기자기해

두근두근해

철학하는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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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을 제한적으로 구사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을 때가 그 사람의 창의력이 폭발하는 순간이 아닌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같은 것을 놓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재미있는 점이고, 그렇게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때 타인을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어른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책은 같은 생각을 끌어내기도 하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생각의 물꼬를 트기도 한다. 어쨌거나 책은 훌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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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서관에 간다.

2. 한국 책 섹션으로 간다.

3. 빌리고 싶은 만큼 꺼낸다(물론 권수 제한이 있긴 한데 들고 가는 데는 생각보다 한계가...)

4. 대출기에 카드 인식시키고 몽땅 대출대에 올려놓고 스캔한 뒤 그린라이트가 뜨면 영수증 받고 나가면 끝

 

대강 이러한 프로세스... ㅎㅎㅎ

처음에는 도서관 갈 정신적인 여유도 뭣도 없다가 (여기도 지금은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데 습한 것만 빼고 그야말로 한국 못잖게 태양작렬이다. 머릿가죽이 홀랑 벗겨지는 느낌인데, 처음엔 뭘 몰라서 그냥 나다니다가 정수리에 화상을 입고 한동안 고생한 뒤에 외출할 때는 반드시 모자를 쓴다. 모자는 패션아이템이 아니라 생존아이템) 가까스로 여유가 생기고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이란 데를 갔다. 한국에선 집 나서면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는 몹시 독서친화적 주거환경이었는데, 여기에서는 편도 15분 가량의 산책(가방에 20권 가량 되는 책을 넣고 가는 운동삘 나는 산책)이 필요하다. 음... 덧붙일 말이 많지만 여기까지만.

 

 

도서관 카드를 만들겠다고 하면 포토아이디 카드와 (신분증명) 주거지 증명서류를 한 부 가져오라고 한다. 인터넷 요금 청구서라든가 가스요금 청구서라든가 여하간 실거주 증명이 되면 되는데... 도서관은 다른 관공서와는 달리 이걸 엄청 엄격하게 검사하는 건 아니어서 심지어 아마존 영수증 같은 걸 보여줘도 되긴 하지만, 역시 깐깐한 사서한테 걸리면 별 소용 없으므로 케바케...

이 지루한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카드 디자인을 고르란다. 이 지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네 명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카드가 네 종류가 있는데, 다 나름으로 예쁘다. 아이들은 이게 뭐라고 심각하게 고심을 해서 고른다. 두 가지 크기의 카드가 나오는데 휴대성이나 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너무 웃긴 게 사서가 안내해 준 것도 아니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애들은 기가 막히게 한국 책이 어디 있는지를 찾아내서 잽싸게 그 서가 앞에서 한참을 맴돈다. 한국 같았으면 쳐다도 안 봤을 책들을, 한글로 씌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침없이 읽겠노라 주장하는 이 아이들을 어쯔끄나 ㅎㅎ 나는 한국 책이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도서관처럼 유아동(+청소년) 자료실은 따로 있는데, 그 안에서 이건 또 어떻게 찾아오는건지.  

 

여하간 그렇게 욕심껏 책을 가져오면, 대출을 한다. 앞서 이야기한 그런 스텝으로, 그리고 이런 영수증을 받을 수도 있고 안 받을 수도 있고, 이메일로 받을 수도 있는데 대출내역 관리의 용이성을 위해 영수증을 받는 쪽을 선택하지만, 쓰레기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자책감은 어쩔 수가 없네...

 

 의외로 최근에 발행된, 나름 신간 축에 속하는 책들이 잘 비치되어 있어서 좀 놀랐다.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온 것 현지의 그림책들을 많이 보고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본전 생각나는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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