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참 잘(도) 아는 것 같다. 자신을 추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흔 넘어간지 조금(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지난 지금도 나는 내 안에서 가끔 입가에 남은 침자국을 닦으면서 '이제 좀 움직여볼까'하다가, 몇 분 안되어서 아니다, 좀만 더 쉬었다가 할까... 하고 도로 드러눕는 뭐가 있기는 있다는 걸 자각은 했는데, 그 놈을 본격적으로 깨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게 뭔지를 잘 모르겠다. 그런 주제가, 아이들 앞에서는 도라도 튼 것 마냥 '네가 너를 알아가기 위해서도, 남들 앞에 너를 드러낼 수 있는 뭔가를 찾게 될 때 써먹기 위해서도, 너는 뭔가를 충실히 기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게 글이면 가장 좋을 것 같고, 그림이어도 좋고, 여하간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한다는 게 포인트다' 라고 늘 이야기한다. 이토록 앞뒤 안 맞을 수가 있나.
그러나 내가 아쉬움을 갖고 있는 것일수록 나의 분신이라 여기는 자식에게는 너는 나의 이런 점은 닮지 말고, 내가 못 해서 아쉬웠던 이런 건 꼭 해 봐라... 라고 강요 아닌 강요를 하게 되는 것도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정말, 내가 이거 못 해봤지만 엄청 좋은 거라는 걸 알거든. 그러니까 너는 꼭 해.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린 영혼들이, 아직까지는 엄마와 같은 시간과 풍경을 지나 걸어온 것이 아니기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에 대한 믿음 하나로, 그 엄마가 내가 보니까 이런 것은 쭉 연습을 하는 것이 좋겠더라. 그러니까 힘들어도 일주일에 두어 편 정도는 독서감상문을 써 봐. 학교에 내는 것처럼 힘들게 쓰지 않아도 되고 앞뒤가 좀 안 맞아도 되고 쓰다가 갑자기 화가 나면 화난다고 써도 되고, 감정을 쏟아부어서 써도 되니까 그래도 꼭 써 보자. 라는 말만 듣고 꼬박꼬박 열심히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참말 대견하다. 물론 거기에는, SNS를 통해 어설픈 자기 인정욕구를 해소하고파 하는 딱 고맘때 아이들의 열정을 약간 비튼 전략도 있긴 했다. 엄마가 서재 블로그에다 너희 방을 하나씩 만들고 거기에 너희가 쓰는 글을 올려 줄게. 그럼 어떤 책을 누가 찾아봤을 때, 거기에 너희가 쓴 리뷰가 붙어서 뜨게 되거든. 이 말에 엄청나게 솔깃해진 아이들은 떡밥을 냉큼 물었다. 거기에 선심을 써서 본인들이 디자인한 자기 캐릭터로 지우개 도장도 파주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이게 보통 노가다가 아니었다...
여하간.
그래서 아이들은 당연히 어설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맥락도 없고 비약도 심한 글들이지만 이렇게 쓰기 연습한 시간과 종이에 녹아든 연필이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주목받을 만한 글을 쓸 바탕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 아이들을 뭐라도 쓰게 만들어놓고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부끄러워 나도 이렇게 뭐라도 쓴다. 아무리 게으름의 화신을 몸 속에 넣어두고 사는 나라지만 아이들 앞에 부끄럽고 싶지 않은 마음이 결국은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구나.
이 얘기와 별개로, 오늘의 독서일기_
오늘 아침에 안과에서 대기실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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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가에서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일단 뽑아왔는데 과연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최근에 쓰기에 관한 책으로는 이런 책들을 읽었거나 읽고 있는데, <쓰기의 감각>은 그 유명세에 비해 나한테는 페이지가 너무 안 넘어가서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중이다. 잭 갠토스의 책은 원래 아이들 보여줄까 해서 구입했던 책인데, 작가의 이야기책들을 먼저 보여주는 게 맞을 것 같아...
그리고 발견한 이다혜 기자의 새 책.
아... 사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