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책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온전히 자기중심적인 흥분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바로 독서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책이 건네는 말을 찾는다. 작가들이 아무리 엉뚱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세상에! 이건 내 이야기잖아!' 라고 말하는 독자는 언제나 존재한다. -81쪽


맞다. 정말 맞는 말이다. 에지간한 책에서는 분명 어딘가 나의 일부와 공명하는 인물이든, 사건이든, 배경이든, 어쨌건 그런 문장이 찾아진다. 


이 책에서 예를 들자면, 내 경우에 나 이거 뭔지 너무 잘 압니다 싶었던 건 이 대목. 


어떤 작품들을 읽으면 '나라고 쓰지 못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평론가로서 오랜 길을 걸은 끝에 루슈는 질투와 좌절이 뒤섞인 심정으로 결국 소설 쓰는 걸 포기했다. 글쓰기 재능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니 마음은 오히려 편안해졌다.

그는 원하던 일을 끝내 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마음 한 쪽에 늘 묵직하게 남겨둔 채 살아왔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구도 원하지 않은 책들의 도서관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던 건지도 모른다. 그는 내려놓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222쪽


나이를 먹고 세상에 적응하면서 산다는 건 하나씩 마음에서 내려놓아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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