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굉장히 싫어하면서도,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는 대충 알겠다는 희한한 애 하나, 수학감을 (나는 아니고 제 아빠 닮아서) 좀 타고 난 것 같은 애도 하나 키우고 있는 바람에 수학에 대해 얘기하는 책을 본의 아니게 많이 본다. 지금껏 본 것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 볼러 교수의 <스탠퍼드 수학공부법> 이다(서점에서 제목만 봤으면 절대 안 읽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순전히 믿을 만한 루트로 추천받았기 때문에 읽었...). 여하간 이런저런 분들이 '쉽게' 썼다고 자신하시는 책들을 한 번 주르륵 도장깨기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진짜 쉬운지 안 쉬운지 수포자 출신 1인으로서 말해주마, 뭐 이런 식으로(실현 가능성 대단히 낮...).



투병중인 윤지회 작가님 생각하면 마음이 그냥 참... 그렇다. 잘 버티고 계신것도 대단한데 책을 내셨다는 건, 정말, 일종의 직업적 소명의식과, 아이에 대한 절절함이 없고서는 한없이 실현불가능한 일일 것만 같은데. 사랑하는 마음이란 뭘까 다시 생각해 본다. 



이십여 년 남짓 가내수공업의 대표주자라 할 만한 일들에 마음과 시간을 많이 쏟았던 사람이니만큼 같은 일에 마음을 썼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건,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 마음과 좀 비슷하다. 



비슷한 습관(?)을 갖고 있어서 목차를 살펴본다. 비슷하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인간적으로 사는 걸 좀 업그레이드해보잡시고, 매일매일 이건 고치자... 이걸 습관에 더해보자, 이런 느낌으로 적는 노트가 있다. 주1회씩 실천이 되긴 됐는지, 말로 끝났는지, 실로 미미한 횟수지만 실천은 했는지... 평가해 보기도 하는데 그런 게 의외로 흐물흐물 흩어지려고 하는 마음과 태도를 다시 삶에 단단히 붙들어 묶는 그런 효과가 있다. 



이런 책들 정말 좋다. 선배들이 짚어주는, well being guide 같은 그런 느낌이다. 너한테 필요한 건 이런 거지, 사는 게 원래 그래.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나한테도 이런 게 필요했고,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히고 싶었는데 나도 읽기 힘들었던 걸 중딩더러 읽으라고 할 수가... ㅎㅎㅎ 그러던 차에 이런 게 나왔다. 세상 참 좋네. 



우주에 완전히 제대로 꽂힌 애가 하나 있다. 자기가 아는 건 몽땅 다 말해주고 자기 생각에 동의를 구하고 싶어서 환장 지경에 이르렀달까... 솔직히 나는 이 분야에는 완전히 일자무식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대화상대가 되어줄 순 없고 조용히 책만 물어다 준다. 한편으로 자기의 관심사를 돌돌돌 뭉쳐가는 아이를 보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작가를 책으로 먼저 안 게 아니고 인스타그램으로 먼저 알았다는 웃지못할 뒷이야기가 있지만서도... 

그는 정말 독자들과의 소통에 열심이고 아이들을 몹시 좋아한다. 물론 그러니까 그림책을 만들겠지만서도 뭔가 생동감이 막 솟구쳐오르는, 그런 분위기가 있다. 특히 그의 Big Book 시리즈가 아주 좋을 것 같다. 



우리 집에 좀 바닥부터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몇 분 계셔서, -_- ... 이론서 좀 읽어보고 한 번 실행에 옮겨볼 생각이 되게 진지하게 있다. 될 것인가! 



이렇게 밑도끝도없이 뭔 소리야 싶은 책들은 그 불일치성, 부조화에서 오는 재미가 쏠쏠하게 있더라. 작가의 유명세가 보통이 아닌데 지금까지 한 권도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다. 가볍게 머리 털어내고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관심목록에 올려놓고 봄.



이사 횟수가 남들보다 현저히 적다고는 해도 이사 거리로는 어디가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그 거리들 사이에 곳곳에 떨어트려 놓은 집들과, 거기에 얽혀 있는 지난 시절의 기억들을 불러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립기도 하고 돌아가고 싶기도 한, 그런 기억들도 벌써부터 떠오른다. 지금의 집이, 훗날 노년이 되었을 때 어떻게 내 마음에 가라앉을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젠 이 집의 책꽂이엔 모두의 취향이 공정하게 고려되어야만 한다. 히스토리컬 팬터지, 이런 거 엄청 좋아하는 애 우리 집에 하나 서식하고 있지. ㅎ



우리 집 책꽂이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앞선 명제에 따라 요즘 예뻤다가 별로 안 예뻤다가 오락가락하는 남의 편이 좋아하는 소설(그 분은 전자책을 선호하시지만서도)이 눈에 띈다. 음, 내가 이 책을 읽어보고 말을 건네면 좋아는 하겠지만, 나는 요즘 별로 아무하고도 말을 안 하고 싶은 그런 페이즈를 지나는 중이라 글쎄올시다지만, 가끔 동거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들여다보고 관심갖고 싶기는 하다. 



사실 이건 10대 시절의 내게 보내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실제 어떤 소설(이 되기나 할지는 알 수 없지만)의 초반부를 마음 내킬때마다 집필하시는 얼리 사춘기에 찌들어 나를 3시간 단위로 고문중이신 2호시끼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하지만 하도 괘씸해서, 생각만 해봤다는 사실. 



솔직히 내가 읽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크지 않은데, 문제집 주문한다고 알라딘 들어왔다가 중딩이가 이걸 보고 "와우 히가시노 게이고 또 새 책 썼네... 와나 진짜... @#()@#..." 하고 자체 말줄임표 써버린 게 너무 웃겼다. 걔가 속으로 삼킨 말은 도대체 뭐였을까?



아직 '우리 이거 읽어볼까?'가 먹히는 초2 막내에게는 먹히겠지. :) 열심히 읽고 열심히 머릿속에 저장하는 건 좋은데, 좋은데!! 저장하기 위해 엄마에게 소리내어 모든 걸 프리젠테이션해야만 하는 우리 어린이... 니가 언젠가 똑똑해지고 머리가 커지면 너 혼자 알아서 잘나진 줄 알겠지. 아니거든. 그 모든 지루하고 또 지루한 정보들을 계속 들어주고 열심히 질문도 해주고(사실 하기 싫었어) 피드백을 주면서 함께 머릿속에 개켜넣어준 엄마의 역할이 몹시 컸다는 사실을 니넘은 잊어선 아니 된다 이거야. 



제목 진짜 재미있다. 안 읽어볼 수 없게 만드는, 책을 기어코 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런 제목. 그러게 누가 네 이름을 그렇게 지었대니. 나도 모르겠어.



요것도 제목보고 대폭소. 어쩐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떠올리게 하는데, 어떨까? 

사실 우린 모두 누군가에겐 빌런이지 않나... 갑자기 한숨이... 


책은 실컷 사서 쟁여놓고 막상 읽는 것들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이다. 뭔가 좀 이상해. 이상한데 딱히 뭘 고쳐야할지는 모르겠고(외면) 안 그래도 괴로운 일들이 산적한 시절인데 도피처라도 많아야하지 않나, 그런 생각들로 자기위안을 삼는 나날들의 연속. 책이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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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08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편식 안하려 노력하는 편인데, 라영님 서재와보니, 와우!! 정말 다양하게 읽으시네요. 환타지 문학, 고발 문학!

라영 2021-02-08 16:09   좋아요 0 | URL
정확히 말해서 그렇게 읽으려고 읽을 책 리스트를 빵빵하게 채워놓고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듯 죽어라 쫓아가는 중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