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괜찮은 게 맞을까.

나는 종종 눈에 통증을 느끼는데, 지나치게 눈이 피곤하고 힘든데... 병원에서 온갖 검사를 다 해보면 '실로 아무 문제 없으십니다'라는 이야기만 듣고 온다. 스크린을 보는 시간을 극도로 줄여서 하루에 한 시간을 채 볼까말까 싶은 생활을 한 달 남짓 지속해 보면 이게 또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 아야 정상인데, 맨날 애들이랑 집에서 (누군가는 집에 있는 학교 스케줄이란... ㅋ)부대끼다 보면 모니터로 통하는 문이라도 열고 바깥세상으로 나가지도 못하면 이건 뭐 정신병 걸리기 일보직전의 상태가 된다. 

열 다섯인 첫째, 열 셋이 둘째가 번갈아 집에 있는데(아홉 살 막내는 매일 등교한다. 그나마. 만세)여기까지만 말하면 대부분 아 그래, 중2가 사람 미치게 하지 그러고 말을 받는데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저희 집에선. 


우리 중2님은 중2가 맞나 싶게 평온하고 어른친화적이며 몹시 교과서적인(물론 어느날 손바닥 뒤집듯 증상이 발현될 수 있음은 알지만)태도와 사고방식으로 학교에서도 이름을 떨치는데, 이 2호께서 종종 중2병에 비견되고도 남음이 있는 발작적 신경증으로 집안을 종종 뒤집어 놓는다. 때이른 사춘기인가 싶기도 하고, 무슨 사춘기가 이러냐, 이건 미친개 시즌이지... 라고 씹다뱉듯 말했더니 기저귀 찬 시절부터 이 아이를 보아온 이웃 언니가 밖에서 착하게 잘 하느라고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럴 거란다. 뭐래... 밖에서 백날 잘하고 제 부모한테 이따위로 하면 그게 잘 하는 거야? 라고 볼멘소리를 했더니 막 웃으면서 나의 십대 시절을 반추해 보란다. 정색하고 말씀드리건대 저는 진심 저러지 않았거든요. 아이고 조상님, 이건 분명 바깥양반댁 핏줄일 겁니다. 라고 앓는 소리를 중얼거리니 이 입만 살아 나불대는 2호 왈, 자기는 쇼펜하우어의 염세론 실현버전이라고. 이 색기가 정말. 



꼭 읽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런데 여즉 그냥 내가 지금 견디고 있는 상황이 너무 힘에 부쳐서 거기에 심적인 부담감을 더 얹을 엄두가 안 난다는 핑계로 계속 미뤄두었다. 이제 더는 미루면 안 되겠다. 



그 옛날의 전화번호부처럼, 집집마다 꼭 하나씩 비치해두어야 하는 그런 책일 거다. 분명히. 내가 돈만 넘쳐흘렀어도 아는 집들에 한 권씩 다 사서 꽂아넣어줬을 거다. 지금은 그냥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열심히 차곡차곡 모으는 일밖에 하지 못하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https://ppseoul.com/mill



나는 책에서 위로와 공감을 찾는 주의지만, 책장 한 장의 무게가 천근 같을 때도 있다. 그럴 때 꼭 필요한 지침서가 아닐까.



나무가 좋다. 근교에 나무가 울창한 (도심치고는) 곳이 가까운 지역에서 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에 대해 쓰고 그린 거라면 뭐든지 좋다.



이런 기획물 취향 아닌데, 어쩐지 여기서는 내게 필요한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거? 여유, 절대적인 여유. 뭔가 아닌 행동과 태도와 말을 들었을 때도 격조있게 (하아...) 화내기 위해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는 법을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



우리가 지금 같이 있지 못해도, 서로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어도, 어쩌면 내가 그 사람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해도 언제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함께 기분좋은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을 듯한 그림책. 사실 지금 우리 막내에게 이런 방법론이 제일 절실하게 필요하다... 



사람은 오롯이 혼자일 때 타인과 가장 진솔하게 만날 수 있다. 집단과 집단으로 만날 때 이데올로기가 부딪히고 개인의 인간됨과 존엄성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첨예한 대립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두 집단 간에 과연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 든다. 먼저 한 '사람'으로 다가서려 노력한 저자의 애씀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서라도 뽑아보고 싶어진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 마음을 모으고 이야기를 건네며 한 시절을 건너오게 마련인가보다. 그게 전염병의 시대라고 해도. 



말은 살아 움직이는 것이니 말을 풀이하는 책도 그래야 할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책들이 굉장히 구경하기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가뭄에 콩나듯이라도 이런 책들이 나와주면 반갑고 손잡아주고 싶고, 그런 기분이다. 



나는 이런 책을 정말 좋아한다. 번역이라는 직업인의 세계도 좀 더 깊이있게 이해하게끔 도와주지만, 그에 더하여 제대로, 바르게, 충실하게 읽는 일에 대해서 살펴 일러주는 책들. 이 책 한 권으로 꽤 밀도있는 지식을 두 분야에 걸쳐 얻을 수 있음이 목차에서부터 바로 읽힌다. 이런 게 남는 장사인 것. 



산다는 건 뭘까. 많은 작가들이 그만큼 많은 책들로 삶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 좋은 삶에 대해 말하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다. 여기저기서 표현하는 좋은 삶에 대한 제가끔의 정의들을 모아 놓으면 정말 잘, 사는 방법이 뭔지 알게 되는 걸까? 



너무너무 불편해 보이는 책이다. 아. 늘 책을 읽을 때면 기꺼이 좋아서 당겨놓고 읽는 책이 읽고 불편하다 불편해, 문장에 체할 것 같네, 이러면서도 꾸역꾸역 집어삼키게 되는 책이 있는데 결국, 어디서 누군가 말했듯 안전지대에 머물러 있는 정신을 키우고 인간으로서의 나를 확장시키는 것은 불편한 사실들을 다루는 책이다. 



여행의 방식은 모두가 다르다. 내게도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여행의 습관이 있고 남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리베카 솔닛의 여행 방식은, 관광명소도 사진도 기념품도 아니고 그저 그 여행지에 녹아있는 오래 묵은 시간들과 공간이 엮은 문화와 역사를 자기 안에 살려내는 것인가보다. 좀처럼 쉽게 흉내낼 수 있는 방식이 아니어서 그냥 감탄만 하겠지만, 이렇게 여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눈이 조금 괜찮아졌다고 유튜브에 빠져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보니 재미는 있는데 시간을 공중에 잿가루로 만들어 뿌리고 있는 느낌적 느낌이 과하게 강렬해진다. get back on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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