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만 보고 냄비 안에 무슨 요리가 들었을지 맞추는 건 아무리 제아무리 대단한 셰프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더군다나 그저 평범한 책 읽는 일인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표지만 보고 재미있겠다 별로겠다 말할 수는 없다. 그저 출판사 또는 작가 또는 목차 그리고 표지에 들인 공, 개인적 취향에 더하여 직감이라고밖에 표현할 도리가 없는 '첫인상' 정도로만 가늠해서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작가에 대한 신뢰로 선택하게 되는 책이 되겠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한 도전적인 제목이 붙었다. 작가의 이력이 흥미로웠다. 글 쓰는 능력을 인정받아 중문과 입학을 허가받았지만 그만두고 물리학과에 입학해서 천체물리학으로 석사학위를,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공부를 많이 깊이 한 사람도 존경할 만하지만, 다양하고 넓게... 게다가 깊이 파고들고픈 의욕을 보이는 사람의 생각의 폭은 좀 다르리라 짐작한다. 그런 젊은 작가가 쓴 SF 소설이라니 아주 흥미롭다. 켄 리우를 문득 떠올리게 하지만 책장을 열기 전에는 모를 일이지.



책을 읽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또 공부하고, 그렇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빠질 수 없이 중요한 것이 가끔 그 바닥을 흔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쌓고 있는 학문적 지식의 기반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그 바탕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게 맞을까, 회의하고 성찰하는 과정은 꼭 필요하고, 그런 책들을 읽는 것도 필요하다. 왠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의 책이다.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색채에 아주 관심이 많아서 색채연구소에 다니고 뜻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공부도 연구도 하고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특정한 색상(이 경우에는 색채보다 색상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이 환기시키는 것들에 대한 사유라니, 대단하달밖에. 



이런 화가가 있는 줄도 몰랐다. 이렇게 뛰어난 발상력과 모던한 화풍을 가진 화가가 있었구나. 꼭 갖고 싶은 화집이다. 



최근에 읽었던 <마력의 태동>이 아니었으면 눈에 들어왔을까 의문스럽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도,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 키워드가 어떤 우연으로 자주 눈에 들어왔다면 단순노출효과를 입어 이렇게 시선을 끌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모두 세상을 자기 분야의 관점으로 이해하려 하고 해석하려 한다. 바로 그 점이 재미있다. 



여성 연대의 서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인 듯하다. 청소년 소설이다(인 듯하다). 요즘같은 때 정말이지 국적을 막론하고 엄마와 아내라는 이름으로 절로 연대하게 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가 당연하게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쓰는 사람들이 쓰는 일들에 대해 쓴 책들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거기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과 쓴 이 특유의 개성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이 보인다. 그러면 내가 발견한 게 다음 책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될까가 궁금해서 또 쓰는 일에 대한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뭐 제목만 보면 내용이 대충 상상이 가지만, 논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아주 유용할 것 같다. 



어떤 책은 너무 나와 닿아 있어서 끌리기도 한다. 우리집에도 마인크래프트에 영혼을 팔고 싶어하는 어린이가 하나 산다. 그 마인크래프트가 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어린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끌어당기는지, 어떻게 의사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각자의 시선으로 쓰이고 풀어지는 의미를 적어내려간 사전같은 글들은 늘 세상을 보는 시야를 아주 조금씩 넓혀간다. 그렇게 나의 세상을 보는 눈도 조금은 트여간다.



정말 딱 이런 아이를 키우고 있다. 너는 세상의 모든 일들과 시선들과 평가에 너무 과민하다고 몰아세울때가 있었는데, 미안해지네. 내가 가진 이해의 폭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습관을 없애야겠다고, 항상 생각은 하는데... 생각만 하고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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