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내일에게 (청소년판) 특서 청소년문학 1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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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없이 어른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까.

성장은 어떤 종류의 통증을 먹고 사는 건 아닐까.

아팠던 시절을 스스로 보듬는 사람도 있고 그냥 그대로 그 시기를 원망으로 채우고 대물림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성장통은, 그게 끄트머리에 이르기 전까지는 내게 필요했던 일종의 통과의례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 

갈피를 못 잡고 앞으로 갔다 뒤돌아서 돌아갔다를 반복하는 사람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계속해서 걷는 것이다. 그냥,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별 것 아닌 일상의 소소함에 마음을 붙이는 것도 좋다. 연두가 생각한 것처럼.


어느 날엔가, 나에게 사회복지사가 올지도 아니면 보라와 영원히 이별할지도 아니면 카페 이상과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다시 학교로 간다.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다시 학교로. 나는 살아 있으니까. 살아 있어야 하니까. 살고 싶으니까. -217쪽


나는 모든 나쁜 가능성을 날마다 생각해. 그리고 날마다 아주 작은 징조에 희망을 걸기도 해. 햇살에도 나무에도 바람에도 비에도 구름에도 커피 향에도 밀크티에도 우체통에도 방물다리에도 두루내에도 아저씨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생각보다 일찌감치 독립할지도 모르겠다. 난 살고 싶다. -140쪽


연두는 계모와 이복동생과 함께 산다. 연두는 늘 불안하다. 언제고 다시 혼자가 될까봐, 마음을 주는 것도 힘들어한다. 상처받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감정에 휘둘리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우리가 그런 것처럼, 연두도 조금씩 마음을 연다. 코코아 한 잔의 호의를 베풀고 결점두를 골라내는 일을 시켜 마음의 부채를 지우지 않는 카페 주인 아저씨에게서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어른을 본다. 자신을 버린 친엄마를 이해해보려는 해외입양아 마농을 보며 자신의 근원을 아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친구관계에 상처가 있는 유겸이와 두려움과 상처의 경험을 공유한다.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 이규와 한쪽 눈을 잃은 이규의 멘토를 만나서 자신의 본질적인 두려움에 대해 성찰하게 된다. 

타인과의 접점을 늘려가며 충분히 마음을 만지락하게 늘인 연두는 드디어 마음속에 묻어둔 두려움을 꺼내 살펴볼 용기를 갖는다. 이규가 말했듯, 어차피 두려움이란 것은 마음속에 가둬둔다고 해서 두렵지 않은 것이 아니니까. 감싸안고 보듬을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감당할 만한 것이 되기도 하니까.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세상이 온통 황무지라도 최소한의 격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 사람으로 인해 살 수 있다. -50쪽


내 미래를 기대해주는 누군가 있다는 것. 세찬 비바람을 맞고 있을 때 등 뒤에 따뜻한 모포 한 장이 날아와 감싸주는 기분이었다.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무엇이라고. -215~216쪽


많이 본 문장이고,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들어앉아있던 문장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 누군가 한 사람으로 인해 살아갈 이유를 얻고 활력을 얻는다. 다만 기대해 주는 것과, 기대버리는 것을 혼동하지는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종종 기대하기보다 기대는 경우를 본다. 기대하는 것은 내 자리에서 꼿꼿하게 버티고 서서 바라봐주는 것이다. 기댔으면서 내가 너의 앞날을 기대한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살아나가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이끼마냥 들러붙은 것들을 닦아내고 나를 제일 겁나게 하는 것을 똑바로 마주보기. 그리고 거기에 대해 누군가 내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응원해주기를, 누군들 그렇게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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