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학교 선생님을 만나고 왔다. 정확히는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특정한 과목 담당 선생님이라고 해야겠지. 여기 와서 놀랐던 게 교사들이 각각 자기 과목의 설명회를 따로 연다. 그리고 정말 열정적으로 어떻게 가르치는지, 그 수업의 목적과 가치는 어디에 있는지, 왜 이것을 이런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본인이 어떻게 확신하는지) 믿는지를 설명하는데, 듣고 있다 보니 교과목 설명회라기보다 자신의 교육관 내지는 철학을 설명하는 자리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의 직업관을 매번 새롭게 갈무리하지 않을 수 없는 자리인 셈 (당연히 매번 똑같은 소리를 하는 교사도 있을 것이다.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 뭐...). 학교 시스템 자체가 다르다보니 이런 비교도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를 기억해 두고 싶었다.

한 학교에 장기근속하다보니 교사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분들이 꽤 있었다. 물론 이것도 사람 나름이어서 수업시간만 겨우겨우 메꾼다 싶은 교사가 없지는 않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수업을 쭉 진행하다보니 그 작은 교실 하나가 일종의 소도시같은 느낌이 들더라. 본 수업 시간과 준비, 과제, 태도 등에 대한 룰이 빽빽하게 적힌 곳도 있었고 타인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최저선만 정해놓고 모든 것을 비교적 자유롭게 풀어주는 곳도 있었다. 교사들의 개성이 엄청나서, 어디 하나 비슷한 느낌이 드는 교실이 없기에 실로 천편일률적인 공간에서 살다 왔던 우리 아이들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해서 학교 안에서 헤매고 다녔다. 아이들은 수업이 하나 끝날 때마다 판이하게 다른 무형의 공간을 체험하게 돼 있는 셈이다.

이쯤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책,

 

 

사람은 안 그래 보여도 유동적인 성질이 있는 건지 담겨 있는 공간과 기후와 그 밖의 안 보이는 많은 것들과의 관계맺음에서 어떤 특질을 획득하게 되는 것 같다. 역시. 갑자기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작은 것부터 바꿔나가면 많은 것을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혼잣말이지만 아이들을 제일 심하게 가둬두고 있는 공간은 교실도 아니고 교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학생들의 그 다트 박은 블라우스와 스커트부터 좀 없애주면 애들이 덜 거칠게 행동하지 싶다. 지금이 때가 어느 땐데 그 보기만 해도 내 숨통이 막히는 것 같은 교복은 없어지지를 않는 건지...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학습 지원. 방과 후 한 시간 남짓 미디어 센터라고도 부르는 학교 도서관 공간을 개방해 놓는데, 단순히 자료 열람용으로 열어두는 게 아니라 교사들이 대기하면서 숙제를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다. 매일 매일. 그러니까 동네 도서관에서 자력으로 자료도 찾아보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알아서 할 수 있는 애들은 또 그렇게 하고, 그럴 가정 형편이나 여력이 안 되는(때론 의욕이 안 따라주는) 아이들은 여기에 모여 같이 숙제도 하고 도움도 받고 추가적인 학습도 할 수가 있는 거다. 이건 정말 괜찮은 방법이지 싶다. 아, 학원을 안 다니니까 가능한 얘기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부모라서 그렇겠지만 아이들을 좀 살 만하게 해주는 일에 제일 관심이 많고, 뭘 보고 들어도 그 방향으로 가장 마음이 먼저 쏠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늘 이상하게 글을 맺게 되는데 역시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인 듯. 일단 나만 어떻게 잘 넘어가면 된다는 마음, 대충 지나가자는 마음, 불편해도 안 좋은 거라면 좀 고쳐보자는 마음이 모이면 좀, 뭐가 어떻게 나아지지 않을까?

 

덧.

제목을 저렇게 단 데는 최근에 다 읽었던 책이 한 몫 했다.

 

 

이 책도, 읽는 데 정말 세상 불편했지만, 읽기를 잘 한 책이다. 많은 분들이 꼭 읽으셨으면 좋겠다. 두 손으로 받들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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