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늘. 하루키 정도는 못 되어도, 운 따위에 질까보냐 비슷한 정도의 투지는 갖고 사는 인간이라고 생각해왔다. 건강 검진을 제때 잘 안 받았던 건 다분히 게으름으로부터 비롯한 것이었으나 허울좋게 저 태도를 핑계삼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하루동안 일어났던 수많은 불운들은 도대체가 운수라는 말의 뒷배에 기대지 않고 설명이 안 되었다.
독(수리)타(법)로 찍는 노동의 무게상 모든 중언부언은 잘라내고 결론만 뽑자면 어제 하루의 불운은 결국 손목뼈와 부분적 치아를 전리품으로 가져가 버리고 내게 50만원의 견적서를 던져줬다. 아, 되게 일진 나쁘네. 너무 아파서 눈물을 찔금거리며 구시렁댔더니 엄마는 일진은 뭔 일진, 니가 정신 빼고 다녀서 그렇지, 하고 일갈하시었다. 넵. 나쁜 것은 나 하나였던 것이었다... 흐극.
한 십여년 전엔 무릎뼈를 산산이 부숴먹은 적도 있었는데, 그땐 세상 불편하다고 불평했는데 그나마 다리가 손보다 나았다. 아... 손은 정말 소중한 것이로군요. ㅎㅎ
답답답다ㅏㅂ....
이 와중에 좋은 점은 딱 하나 있다. 평소엔 도저히 읽을 수 없었던 책도 술술 읽힌다는 거. 할 수 있는 게 책장 넘기는 것 밖에 없어서... 도무지 안 읽히던 오페라의 유령을 가뿐히 다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정리가 될 거 도대체 그동안 뭐하러 이 난리부르스를 떨었냐아아아.... 라고. 이렇게 심드렁하고 편협한 생각이 먼저 튀어나오는 건 순전히 내 개인의 고통(?)이 더 크기 때문일거다. 인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