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선택이기 때문에 기러기 아빠 현상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없어요. 그러나 한국에서 대학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수들이 이 현상의 선두에 서 있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에요. 왜냐?

(...)

우리 교육 씨스템의 정점에서 일하면서 자기 자녀는 외국 교육 씨스템에 맡기는 거죠. 말이 안 돼요.

첫째, 남의 자식에게 한국 대학교육이 괜찮다고 얘기하려면 자기 자식도 거기서 교육을 받게 해야죠,

둘째, 자식을 외국에 맡겨놓은 상태에서 과연 자신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교육, 대입제도, 대학원생의 미래에 혼신의 힘을 쏟을 수 있을까요?

셋째, 교수들은 대개 자신이 학위를 받거나 연구했던 동네에 자녀를 보내요. (...) 지도교수랑 공동연구를 많이 하는 것도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아요. 지도교수는 필요할 때 언제든 초청장을 써주니까요. 당연히 우리 연구나 학문이 해외에 종속되는 거예요.

넷째, 학문과 직접 관련은 없을 수 있지만 그 자녀들이 나중에 미국 시민으로서 완전히 합법적인 병역기피를 하게 돼요. 그게 위화감을 조성하고요.

 

"우리 아들은 미국 명문대학을 다녀요. 그런데 당신 애는 한국의 우리 학교에 보내주세요."

이율배반이고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153쪽

 

읽다보면 덩달아 분통이 터졌다가 웃겼다가 격한 공감을 하게 됐다가, 나라는 인간에게 이렇게 다이나믹한 감정선이 존재했던가 새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책이다. 갖은 기분을 다 느끼게 하지만, 전반적으로 씁쓸해진다. 오늘 책모임에서 할까말까 백번쯤 망설이다가 "사교육과 입시에 정열을 불태우시는 엄마들의 반만 그 열정을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투자해도 우리나라는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막연한 이야기를 하는 건 안다. 그렇지만 여기 있는 분들만이라도 세상을 함께, 넓게 보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얼마나 진정성있게 들렸을지는 미지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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