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별의 계승자 1 별의 계승자 1
제임스 P.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 아작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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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지 꽤 되었는데도 낡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책은 좋다. 역사적인 의미가 가득 담긴 책들도 좋지만, 시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도 좋다. 그래서 고전이라는 분류가 있나보다. 시대적이며 의미있는 책과, 시대를 넘어 의미있는 책들을 위해. 작품 해설의 말처럼 이 소설이 출간된지 40년이 지났음에도, 별로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주로 현실 도피를 위해 SF를 선택하는데, 그게 우주적인 스케일로 현실을 도피하게 돕는 책이면 야호. 우주적인 스케일에 디테일이 있으면 유레카. `어느 날 달에서 5만 년 전의 것이라 생각되는 인간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짧은 플롯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하며 현실에서 책으로 현실도피 시작! 시작과 동시에 끝낼 정도로 금세 읽을 수 있다. 우주선을 타고 이 행성 저 행성으로 넘어다닐 것만 같은 설정이지만, 대부분은 지구에서의 현실적인 연구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이쪽 저쪽으로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니기도한다!)

특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하나의 패러다임 안에서 어떻게 과학적 발견을 정리해가는지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정적인` 사색이 있었다. 게다가 하나의 관점에 매몰되어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실수를 꼬집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분업이 무엇을 놓칠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하드한 ≪쿼런틴≫을 읽은 뒤라 그런지, 과학적인 얘기가 난무하는 중간에도 `이 정도 쯤이야!`하며 정신을 잃지 않고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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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싶은 날
니나킴 지음 / 콜라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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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뭐든 걸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절에도 무언가 나에게 들러붙거나 옥죄는 것이 싫지만 여름은 더하다. 게다가 특별히 더운 여름이 아닌가.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자리인지라 긴 바지를 꺼내고, 티셔츠이지만 티셔츠가 아닌 것 같은 옷을 골라 입고 목걸이까지 둘렀다. 애매한 하늘색의 탁한 아쿠아마린이 달랑거리는 목걸이. 지작년 가을인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인데 줄이 얇아 한 번 툭 끊어졌던지라 아끼고 아끼는 레어템이다. 하지만 금속으로 된 모든 물질을 거부하는 나의 피부는 특히 땀에 쓸린 금속을 더욱 격렬하게 거부했다. 얼른 풀어 주머니에다 넣을 것이었는데, 미련하게도 어디 잃어버릴까 그걸 하루 종일 두르고 다녔다. 재료가 금이거나 은이거나 별로 상관없었나보다. 결국 목걸이 자리에 둘레둘레 습진이 생겼다. 당분간 목 둘레에 뭐가 닿아도 아플것 같다.

얼마전 서점에 서서 읽은 ≪사라지고 싶은 날≫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편하게 옷을 입는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편한 사람들 앞에선 오히려 무리를 해가며 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욕심을 부리느라 불편한 옷차림에 나 같지도 않은 모습으로 꾸미게 된다.˝ 결국 나 같지도 않은 모습을 꾸미느라 내가 상처입었다. 나의 여리여리 아쿠아마린 팬던트는 면끈에 꿰어야하려나. 목 둘레는 간지럽고, 내일은 개학인지라 (이제 벌써 오늘?) 잠이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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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런틴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4
그렉 이건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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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의 끝을 맞이하며 그렉 이건의 <쿼런틴>을 읽었다. 하도 여기저기서 추천하길래. 최근 읽은 <김상욱의 과학공부>에도 <쿼런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중고 가격을 보니 헉 소리가 나온다. 그래서 도서관을 뒤적뒤적. 관악구에 있는 도서관에 한 권 뿐인가. 토요일 문 닫기 직전에 달려가 받아서 일요일까지 쉴틈없이!

시작은 챈들러의 필립 말로를 떠올리게 하고, 스케일이 우주적으로 `펑`하고 넓어지더니, 영화 <아저씨>스러운 설정이 등장하고, 그 다음에는 <인셉션>같은 설정이 등장한다!! 막바지에는 ˝모든 것은 결국 평범한 일상으로 귀속되는˝ 즐거운 결말. 양자역학은 원래 어려우니까 하고 중간중간 이해를 조금은 포기하더라도 괜찮은. 중고책 가격이 원래 가격을 훌쩍 넘어 거래되는 상황이 이해되는 책. (한 번 더 읽고 싶거든!!)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거나 아니거나. 결국 수많은 확률 속에서 관측을 통해 선택(수축)되어 결정된 지금의 나는 과연 누구인가. 그 한 가지 선택을 제외한 수많은 가능성의 나를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내가 경험하여 나로 인정한 내가 아닌 다른 내가 있는가. 등등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여기에 자신 때문에 죽은 아내에 대한 (내가 느끼기에는 깊은) 감정을 칼로 다 쳐내고 아주 조금만 보여주기 때문에 뭐랄까 더 아프다. 첫 읽음은 자신에 대한, 그리고 아내에 사랑 얘기로 읽혔다. 그 다음엔 어떻게 읽게 될지 기대된다. 가끔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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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말하고는 마리아의 손을 꼭 쥐었다. 전혀 눈에 띄는 제스처가 아니었지만, 왠지 나는 그것을 기억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다. 80

경험이란 회고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고, 현재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유일한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은 오직 과거뿐이니까요. 210

˝알아.˝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외면했다. 도저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런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두려워 하는 건, 당신을 잃은 다음 내가 당신을 돌려받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야.˝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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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15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행복한책읽기 SF 시리즈` 대부분은 서점에서도 구하기 힘들어요. 절판된 것은 중고가가 넘 비싸요. ㅠㅠ

해의눈물 2016-08-16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된 것중에도 읽고 싶은게 많은데 다시 나와주면 좋겠지만. 지금 시장에선 어렵겠지 싶어서 아쉬워요.
 
[eBook] 김상욱의 과학공부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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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표현처럼 `과학적 발상이 인문학적 통찰을 잘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물리학자의 일상과 마음을 잘 들여다보게 한다. 빅히스토리에 관한 관점은 매우 동의. 억지로 끼워맞추는 통합 교육에 반대하는 부분도 동의한다. 읽다 보면 왜 물리가 어려운지 잘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어려움만 이해된다는거.

후반부 양자역학에 관한 이야기가 <과학하고 앉아있네> 3, 4권과 조금씩은 겹치지만 많이 겹치지 않는다. 이쪽이 더 깊이있게 다루기 때문인지도. 가끔 모든 것을 물리와 연결지으려는 시도가 목에 탁탁 걸려서 안넘어가지만, 전반적으로는 매끄럽고 흐름과 소재가 좋다.

과학을 배우는 목표는 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한다. 그것이 과학적 회의주의, 과학적 상상력, 과학적 태도, 그 무엇이든 말이다. 과학을 배우면 적어도 뭐든지 근거없이 믿어버리거나 속거나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과학을 배워서 지구와 우주가 더 아름답고 소중하다면 좋고. 나와 내 친구가 더 가까워 지는 것도 좋고 말이다. 더 나아가 과학적으로 세상을 탐구하고, 자신이 연구할 분야를 발견하면 더더더욱 좋고.

그런 면에서 과학을 배우면 이정도(책 속에 등장하는 관점이나 통찰) 세상을 보며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정도 세상을 보며 살기위해 저만큼(그는 대학교수가 아닌가!)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거라면 좀 생각해 봐야겠다. 그건 아니겠지? 단숨에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과학덕후 고등학생들에게는 추천해도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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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양 목에 방울 달기
코니 윌리스 지음, 이수현 옮김 / 아작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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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초 민폐 캐릭터가 과학적 연구와 사랑에 미치는 영향을 SF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책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는 민폐 캐릭터의 짜증남 때문이었는데, 주인공의 심정처럼 어느 순간 포기하니 이 모든 에피소드가 즐거웠다. 차근차근 하나로 연결되는 고리 속에서 결국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누군가 뿌리고 다니는 민폐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할 줄이야.

역자후기에 따르면 이 책의 원제는 Bellwether라고 하는데, 하핫, 번역하신 분도 주토피아를 떠올렸다고! 원제가 잘 어울린다.

아작에서 내놓는 소설들을 차례로 이어가게 되는 분위기! 이번엔 표지가 양들의 침묵을 연상시켜 조금 아쉽지만, 읽어보면 왜 양과 나비가 함께 등장하는지 알게된다!!! 어찌나 웃긴지 얼굴에 팩 붙이고 읽다가 몇번이나 리더기 떨어뜨릴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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