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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싶은 날
니나킴 지음 / 콜라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엔 뭐든 걸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계절에도 무언가 나에게 들러붙거나 옥죄는 것이 싫지만 여름은 더하다. 게다가 특별히 더운 여름이 아닌가. 그래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나가는 자리인지라 긴 바지를 꺼내고, 티셔츠이지만 티셔츠가 아닌 것 같은 옷을 골라 입고 목걸이까지 둘렀다. 애매한 하늘색의 탁한 아쿠아마린이 달랑거리는 목걸이. 지작년 가을인가 스스로에게 선물한 것인데 줄이 얇아 한 번 툭 끊어졌던지라 아끼고 아끼는 레어템이다. 하지만 금속으로 된 모든 물질을 거부하는 나의 피부는 특히 땀에 쓸린 금속을 더욱 격렬하게 거부했다. 얼른 풀어 주머니에다 넣을 것이었는데, 미련하게도 어디 잃어버릴까 그걸 하루 종일 두르고 다녔다. 재료가 금이거나 은이거나 별로 상관없었나보다. 결국 목걸이 자리에 둘레둘레 습진이 생겼다. 당분간 목 둘레에 뭐가 닿아도 아플것 같다.
얼마전 서점에 서서 읽은 ≪사라지고 싶은 날≫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편하게 옷을 입는다는 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불편한 사람들 앞에선 오히려 무리를 해가며 더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고 욕심을 부리느라 불편한 옷차림에 나 같지도 않은 모습으로 꾸미게 된다.˝ 결국 나 같지도 않은 모습을 꾸미느라 내가 상처입었다. 나의 여리여리 아쿠아마린 팬던트는 면끈에 꿰어야하려나. 목 둘레는 간지럽고, 내일은 개학인지라 (이제 벌써 오늘?) 잠이 안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