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9월 29일) ‘토타티스’라는 소행성이 지구에 160만km까지 접근한다. 지난 1989년에 프랑스의 천문학자들이 처음 발견한 이 소행성은 길이 4.6km에 폭은 2.4km로 아령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으며, 4년에 한번씩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궤도를 타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는 <딥 임팩트>나 <아마게돈>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각각 혜성과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라는, 글자 그대로 ‘천문학적 재난’의 시나리오를 생생하게 묘사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사실 ‘토타티스’보다 훨씬 더 가까이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들도 적지 않다. 1937년에 발견된 ‘헤르메스’라는 소행성은 30만km까지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는데, 이건 달보다도 가까운 거리이다.
그 뒤로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계속 새로운 소행성들의 접근이 발견되어 왔다. 몇 년 전에는 ‘1997XF11'이라는 소행성이 서기 2028년에 지구와 거의 부딪칠 만큼 접근한다고 해서 한때 긴장감이 돌기도 했으나, 나중에 다시 계산한 바에 따르면 100만km 정도의 접근일 것이라고 한다.

이렇듯 세계 각지의 천문대에서는 지구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천체들을 끊임없이 찾아내어 특별 관리하는 중이며, 우리나라에도 한국천문연구원에 ‘지구접근천체 연구실’이 국가지정 연구실로 설치되어 관측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발견하여 세계 학계에 보고한 소행성만도 50개가 넘는다.

소행성이나 혜성, 또는 기타 무엇이든 우주에서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천체들을 통칭하여 ‘지구접근천체(NEO:Near Earth Object)'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은 지름이 150m 이상 되는 천체들이다. 이보다 훨씬 작은 지름 10m정도의 소행성은 1년에 한 번 꼴로 지구와 부딪치지만 대부분 대기권 밖에서 폭발해 흩어지고 만다. 한편 지름 1.5km정도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100만분의 1정도라고 하며, 만약 이런 규모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 지구에는 장기적인 기후 변화가 초래되고 사망자도 10억 명 가까이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100년 안에는 인류 문명을 위협할 정도의 천체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런 예측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의 발생 가능성은 전적으로 확률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만 관측기술의 발달로 규모가 큰 천체의 접근은 사전에 미리 인지할 수 있다는 정도일 뿐이다.

76년마다 한번씩 지구에 접근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핼리혜성’의 경우, 1910년 접근 당시 요란한 해프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계산 결과 지구가 ‘핼리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하게 되었는데, 그렇게 되면 혜성의 독가스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질식해 죽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 중에는 자살하는 이들까지도 나왔다고 한다.
혜성의 꼬리는 1천만km에서 1억km까지 드리워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지름이 1만km정도인 지구가 그 속을 지나가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지구는 1910년 당시에 핼리혜성의 꼬리 속을 통과했다. 그렇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는, 혜성 꼬리 부분의 가스 밀도가 워낙 낮은데다 독가스 성분도 아니기 때문이다. 혜성의 꼬리는 태양 자외선과 반응하여 빛을 내는 이온 입자들이며, 절대진공에 가까운 우주공간에서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아 꼬리 모양을 드러낼 뿐, 실제로는 지구의 대기권에 비해 아주 성긴 가스체이다. 또 그 성분도 독가스가 아니라 일산화탄소나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등 지구에도 흔한 물질일 뿐이다. 결국 1910년의 소동은 무지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던 것이다.

천체가 지구에 직접 충돌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영화 <아마게돈>의 맨 처음 부분에도 나오듯이, 6천5백만년 전쯤에 지금의 멕시코만 부근에 떨어진 지름 10km 정도의 소행성은 공룡의 멸종을 가져 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돌에 따른 지각변동과 기후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굶어죽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비교적 최근인 1908년에는 러시아의 퉁구스카 지역에서 엄청난 폭발이 있었는데, 운석의 흔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혜성의 핵이 떨어진 것 아닌가 하고 짐작하고 있다. 혜성의 핵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폭발 당시 다 녹아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저술가이자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노아의 홍수’가 지중해 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때문에 일어난 대규모 범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가설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 <딥 임팩트>에서 비슷한 상황을 묘사한 걸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는 얘기도 아닌 셈이다.
한편 1972년에는 미국 오레건 주에서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딤 임팩트>에 나오는 것처럼 거대한 불덩이가 하늘을 가로질러간 것이다.

천체 충돌의 또 다른 증거는 바로 지구 곳곳에 남아있는 거대한 크레이터(화구)들이다. 미국 애리조나 주의 ‘버린저’ 운석공이 가장 유명한 편이고, 그밖에도 풍화작용에 의해 희미해지긴 했어도 지구 곳곳에 거대한 크기의 크레이터들이 아직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해안 분지’가 천체의 낙하 흔적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이곳은 남북 약 7km, 동서 약 4km의 움푹 파인 지형인데, 꼭 사발 모양 같아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들이 ‘펀치볼(Punch Bowl)’이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던 곳이다. 학자들에 따라서는 천체 충돌이 흔적이 아니라 지질학적인 차별침식 현상의 결과라고 보기도 하지만, 아무튼 이곳은 직접 보면 뚜렷한 충돌 구덩이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이 있지만 그 종말이 천체와의 지구 충돌때문이라면 사과나무 대신 노아의 방주 같은 우주선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제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지구에 접근하는 천체를 아주 일찍 포착할 수 있으니까. (글:박상준-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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