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동네 놀이터에서 부케를 태웠다. 그 부케는 지금으로부터 100일전, 그러니까 2월 28일날 회사 동료이자 좋은 벗인, 어떤 신부가 던진 걸 내가 받은 것이다. 신부의 부케는 받은 사람이 잘 말렸다가 100일이 되는 날 태워주면 (원 부케의 주인인) 신부 신랑이 잘 살게 된다고 한다.
부케가 생각보다 잘 타지를 않아 집에 있는 올리브유를 뿌려 보았으나, 별 달리 발전이 없었다. 주변에 있는 마른 나뭇잎을 모아서 덮은 후에 겨우 겨우 부케를 전소하였다. 신나가 반의 반 컵만 있었어도 정말 '신나'게 태울 수 있었는데.. 쪼금 아쉽다.
놀던 놀이터의 아이들이 "어디서 타는 냄새 난다"고 하더니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하시는 거에요? 왜 태워요? 어른도 불장난해요?" 꼬마들의 질문이 쏟아졌고, 난 차근히 대답해 주었다. 애들이 집에 들어가서 엄마한테 이를까봐다. 난 나쁜 짓 하는 거 절대 아니다, 얘들아. 이건 좋은 일이야.
부케를 모두 태우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 있는 모래로 잔불을 껐다. 부케를 싸고 있던 레이스는 기념으로 간직해 두었다.



사실 이 부케는 내가 태어나 처음 받는 부케이다. 보통 부케는 결혼 계획이 있는 신부의 친구가 받기 마련인데, 난 이제껏 결혼 계획이 있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신부가 부케를 줄 분은 따로 있었는데, 그 분이 갑작스레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내가 받게 된 것이다. 흐흐, 이렇게 나에게도 기회가 온 거다.
항간에는 부케 받은 처자가 6개월 이내에 결혼을 안하면 5년인가, 6년인가를 시집 못간다는 풍문이 있기도 하다. 농담으로 이런 우려를 보내는 이들에게 나의 대답은, 앞으로 6개월에 한번씩 부케를 받으면 되지 않느냐, 는 거다. 넘어지면 3년 산다는 삼년고개 짝이다. 삼년이 가기 전에만 또 넘어지면 되니까 나도 6개월이 지나기전 부케를 또 받음 된다. 히히.. 근데 이제 80일밖에 안 남았는데, 또 기회가 올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