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정보원 - 전2권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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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정보원>을 보았을 때, '굉장히 작은 책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A4용지를 절반으로 접은 사이즈보다 작은,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사이즈의 조그마한 책이 2권이 온 것이다. 한권의 두께가 1cm 남짓이고 크기도 조그마해서, 아주 자그마한 가방속에도 쏙 들어갈 만한, 휴대성이 좋은 책이다.



이 책 <정보원>은 '한국문학사'에서 출판된 책으로,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6. 홍상화 편'이다. 시리즈 이름을 정말 잘 지은 것 같다. '작은책 시리즈'라니, 책의 크기와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홍상화'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는데, 책날개에 저자 약력을 보면,

 - 1989년 장편 "피와 불"("정보원"으로 개제)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라고 되어 있다.   
1989년이면 내가 초등학교 (당시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이니,  저자는 꽤나 연배가 되신 분 같다.



책의 맨 뒤쪽에

 -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 본연을 쫓는 사람들, 간첩과 정보원이 펼쳐 보이는 삶의 진실 

이라고 적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무슨 말인지 어렵군. 간첩과  정보원 이야기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음-- 간첩과 정보원 이야기인데, 뭔가가 더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하(下)권의 맨 뒤쪽에 있는 '작품해설(문학평론가 정규옹,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 김윤식)'을 읽고 나서야 , 책의 맨 뒤쪽에 적혀진 말의 뜻을 막연하게 알 수 있었다.


상(上)권의 시작은 1950년 4월이다. 18살의 소년 정사용은 부유한 집안의 외아들이지만, 공산주의의 이념에 사로잡힌다. 그해 6.25가 발발하고, 공산주의 이상 이념에 가득찬 정사용은  북한군에 자원입대한다.  그리도 비슷한 또래의 성의식, 신준희를 만나게 된다.


정사용, 성의식, 신준희 3명의 청년(청소년)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공산주의 이념의 허상을 느끼게 된다. 3명의 청년이 '김일성, 스탈린, 트루먼'의 역을 맡으면서 하는 연극(?)은 슬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북한국이 후퇴하는 와중에 (전쟁중에)  성의식, 신준희는 사망하고, 청년 정사용은 실명을 겪기도 한다. 운좋게 2년후에 시력을 회복하게 되지만,  북한 공산당은 남한출신자들을 의심하고, 격리시키고 있다.  이런 위험한 시기를 무사히 지내기 위해, 정사용은 '의식있는 말을 해서도 안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안되는' "생존을 위한 현명한" 생각을 하게 된다.


"생존을 위한 현명한" 생각으로 정사용은 "누구에게도 자기의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생존의 기교를 터득하고, 말을 많이 하되 속뜻이 없는 말만 골라 주절"댄다.
이렇게 생존의 방법으로 10년을 무사히 지낸 정사용은, 28살의 어느 날, 인민배우 최영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어느새 최영실은 정사용의 '새로운 이념'이 된다.



하급 노동자인 정사용, 상류층에 속하는 인민배우 최영실의 결혼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최영실과 정사용을 좋게 본, 리정선의 도움을 받게 되고,  운좋게도 하급 노동자인 정사용, 인민배우 최영실은 북한 당의 결혼 '허가'를 받게 된다. 행복한 결혼생활 10년차, 딸 지숙과 행복한 어느 날, 정사용은 남파간첩이 되라는 지령을 받게 된다.


상(上)의 중반부까지는 읽는 속도가 상당히 더뎠다. 읽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정사용이 최영실을 만나는 장면부터 어느 정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행복한 이들 부부는 금새 헤어지고 만다. ( 북한당의 지령, 남파간첩 )




상(上)의 후반부는 남한으로 침투(?)한 정사용이  숙부  정희성, 그리고 사촌들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가족 vs  가문 .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사실상, 정사용은 전쟁의 참혹함을 겪으면서, 공산주의의 허상을 이미 일찌감치 깨우쳤다. 그랬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현명한"선택으로 '속뜻이 없는 말만 주절대며' 10년, 20년을 북한에서 무사히 지낸 것이다. ( 비록 하급 노동자신세였지만, 아오지 탄광 등으로 끌려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남쪽 출신으로서는 성공한 쪽에 속한다. )  그러한 정사용에게  '공산당의 이념'이 절대불변으로 있을리는 만무하다. 다만 정사용에게는  '새로운 이념, 최영실'이 생긴 것이다.



이제 정사용은 선택을 해야 한다.
남한의 가문(삼촌, 사촌들 및 일가 친척들 전부), 북한의 가족(아내 최영실, 딸 정지숙).
이러한 선택의 가운데에서도 정사용은, 겉으로  '공산당은 훌륭한다. 김일성은 위해하다'라는 말만 내뱉을 뿐이다. 그의 속마음은 '내 아내 최영실은 아름답다. 내 딸 지숙이는 사랑스럽다'라는 것이지만,  입밖으로 나오는 말은 '공산당은 최고. 김일성 만세'라는 말 뿐이다.
아마도, 10년 20년은 북한에서 '생존'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그의 습관이 된 모양이다.  아니면, 정사용은 그의 가문(삼촌 등)을 100%믿지 못해서일까? 아니, 어쩌면 다른 간첩이 자신(정사용)을 감시.도청 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으리라.



<정보원> 하(下)권에서는  정사용이 남한으로 전향할 때 담당했던 담당자, 김경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김경철은 정사용보다 7살 아래로, 김경철 역시 아내와 딸이 있다. 정사용의 가족(아내, 딸)이 북한에 있었다면, 김경철의 가족(아내, 딸)은 미국에 있다.
정보부 소속의 김경철은 나름의 깊은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믿었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실망, 완벽한 아내의 없는 부분(순진함)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이제 마흔이 된 김경철은 어쩌면 갱년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보원 김경철은 정사용의 죽음(자살? 타살? 음모?)에 대한 조사를 상사로부터 의뢰받고, 조용히 정사용의 마지막을 추적한다.



상(上)권 정사용의 이야기가 대체적으로 슬펐다면,  하(下)권 김경철의 이야기는 미스테리같기도 하고, 첩보물 같기도 하고, 그리고 아주아주 이상했다. ( 달리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



정사용을 조사할 수록, 점점 더 정사용에게 동화되어 가는 김경철.
정사용화되어 가는 김경철.
그리고 정사용이 되는 김경철.

( 써 놓고보니, 마치 '카프카의 변신' 같기도 하다. )



작품해설에서는 김경철이 정사용에게 동화되는 것을 '이상의 실현? 승화?'등의 방식으로 표현(이해?)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정신분열증을 일으킨 김경철이 이상할 뿐이다. 김경철에게는 딱히 눈에 띌 만한 부족함이나 결핍 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김경철은 왜 정사용이 되었을까?  단순히 '김경철의 아내, 정사용의 아내 최영실'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미흡한 것이 있어 보인다.
긴 시간동안의 정보원 생활을 하면서  김경철 내부의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다. 
어쩌면, 내가 '작품해설'을 읽었기에  내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는지도.





<정보원>  상(上)권을 읽을 시기에 ,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보았다.   유사점이 눈에 띄게 많았다.

전쟁의 참혹함.

이념, 신념, 피(가족, 혈연).

림계진('인천상륙작전의 극중 인물)은 "이념이 피보다 진하다"고 말했는데,  림계진도 정사용과 같은 경험을 한다면,  어딘가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 예스24를 통해, 한국문학사 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0791703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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