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아한 날개짓으로 이 원죄 같은 천한 정신들을 사뿐히 밟고 날아 오르리라. 신성의 가벼움을 심장에 품고서 대지를 운행하며 자유의 날개를 펼치리라. 나의 폐로 들어오는 생명의 푸른 울림으로 생을 채우리라. 세상의 모든 지식과 그 모든 아름다움의 마지막 구석까지 내 긴 혀로 핧으며 끝내 이 높은 비행을 완성하리라. 그러다 어느 날 나는 홀로 찬란한 마지막 빛을 터뜨리며 영원히 흩어질 것이다. 위대한 여정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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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깰 때 기진맥진한 이 경지가 나는 세상에서 둘도 없이 좋으이. 이것은 내가 <안다는> 것보다도 <느끼는> 것에 굶주린 탓이라고 믿네. (...)

나는 확실히 미치지 않은 미친 사람일세 그려.
아름다움으로 병든 미친 사람일세.

김수영, -낙타과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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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들여다보면 슬픔에는 언제나 자기만의 정확한 공식이 있다. 슬픔의 굳은 살을 더듬다보면, 하나 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른 옷을 입었지만 사실 같은 얼굴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슬픔이 다른 옷을 입고 나를 찾아왔다. 그 얼굴을 더듬으며 나는 반가움에 눈물이 차오른다. 사랑하는 슬픔아. 아름다운 나의 슬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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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탐구

탐구 1. 어제의 죽음이 오늘의 죽음과 다를 것 없었듯, 오늘의 죽음 역시 내일로 미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울음과 웃음은 단지 껍데기를 핥은 맛에 불과하다. 그 중심의 것은 감각을 초월해 있다. 무색, 무취, 무향이다. 다만 "있음" 그 자체이다.

탐구 2. 이 중심의 것에 대한 고유한 지각에서부터 어떤 류의 종교와 철학과 예술, 혹은 고급한 쾌락주의가 시작된다. 그 중심을 자기 언어로 뱉어내는 것이다. 이 문제, 즉 껍데기를 뚫고 내부에 도달하고자 하는 그것. 이것에 별스럽게 집착하는 독특한 종들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가운데 몇몇을 알고 있었고 그들은 이제 잠들었거나 혹은 이미 죽었다.

탐구 3. 깨뜨릴 듯 조여오는 숙취를 왕관처럼 머리에 쓰고 세상을 흔들었던 때가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저주할 수 있었던 나는 얼마나 건강했던가? 이제, 밝은 빛과 깨끗한 공기를 찾아야 하는 나는 지금 얼마나 병들었는가? 몸의 안락과 영혼의 깊이를 맞바꾸는 파렴치함.

탐구 4. 그러나, 이 우울은 결코 죽음에 닿기 위한 동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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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인간은 남의 생각(대부분의 경우 권력이 주입한 사고방식)을 자기의 생각인냥 착각하고 살아간다. 한 평생을 자기 몸에 타인의 정신을 심어놓고 그것을 통해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터무니없게도 타인의 생각, 그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기도 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선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인간은 선해야만 하는가? 돈은 왜 벌어야 하는가?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인가? 결혼은 왜 해야하는가? 자식은 낳아야 하는가? 어떤 음식이 맛있는 것인가? 어떤 집이 좋은 집인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가? 어떤 정치 제도가 옳으며 어떤 지도자가 훌륭한 것인가?..

이 모든 가치 판단에 대한 고유한 자기만의 취향을 가진 자가 "자기 삶"을 사는 자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을 부단히 탐색하는 동시에 쉽게 타인에게 영향받지 않으며 자기를 지키기 위한 "거리의 파토스"가 요구된다.

받기 싫은 전화는 받지 않고, 원치않는 자와는 만나지 않고,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은 먹지 않고, 즐거움을 주지 않는 자리에는 가지 않고, 불유쾌한 사물은 버리는 것... 이것들은 오롯한 나로 살기 위한 위생장치들이다.

내게 우선 필요한 것은 청결한 환경이다. 청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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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2017-06-2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청소란 무엇인가? 청결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아니, 인간은 꼭 청결해야 하는가? 계속 고민하다 보면 청소하기 싫어질거야ㅎㅎㅎㅎㅎㅎ

숭군 2017-06-22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렇게까지 바닥을 치는 회의주의자가 될 자신은 없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