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에 이틀동안 꽁꽁 얼린 42개의 요플레를 들고 낑낑대며 교무실에 들어섰다. 일단 7월 출결정리를 끝내야 성적표에 출결사항이 제대로 찍힐거다... 고 생각했는데 결국 학교생활기록부 반영을 안해서(마감을 제대로 안해서일지도.. ) 7월 출결이 누락된 채로 인쇄되었다. --; 어제 마련해둔 성적료 발송용 봉투에 일일이 접어넣었다. [학부모님 편지-7월]과 [아이와 '통'하나요?]까지 혼자 접어넣으려니 늦겠다. ㅅ희와 ㅇ린이가 도와주어 20분만에 끝냈다.
셋이서 열심히 접어넣기 하고 있는데 학년 부장샘께서 '직원연수'를 안 간다고 뭐라 하시길래 '죄송합니다', '사전에 약속이 잡혀있었습니다...' 하다가 그래도 계속 당연한 의무, 성실한 학교생활 등등을 잣대로 '바람직한 교사의 태도'를 요구시길래 한 마디 했다. "연수 내용이 뭔데요?" 했더니 화제를 바꾸신다. 연수? 그저 다 같이 기장에 회 먹으러 가는 거다. 그런 방법으로 친목이 도모되고 교직원 단합이 잘 될 것 같으면 지난 주 직원회의 성과급에 관한 분회장의 안내발언에 장님께서 그런 몰상식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으셨을까? 아무튼 여교사들은 거의 안 가는데도 평소에 걷는 상조회비로 참여한 사람들끼리 회 잔뜩 드신다. 그리고 부족하면 상조회비를 더 걷는다. 올해도 3만원이다 더 냈다. 영양가 있는 '연수'라면 오지말라고 해도 갈거다.
앗!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성적표를 다 접어넣은 뒤 학부모님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ㅇㅇ어머님, 오늘 1학기 성적표와 7월 담임편지 보냅니다. 방학숙제도 챙겨봐주세요. - 10반 담임" 그리고 한 통 더 "ㅇㅇ어머님, 성적표 확인하신 후 문자 보내주시면 무사히(?) 받으신 걸로 알겠습니다^^; 또 10반 담임" 사실 좀 잔인한 짓이다. 아이들이 빠져나갈 틈을 안주니... 좀 미안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들 성적표 1년 내내 받아보지 못하는 학부모님이 반은 넘을거다.... 그래도 역시 미안하다. 이 짓, 이제 그만둘까? 헷갈린다.
이렇게 더운데 운동장에서 방학식을 한단다. 에잇~ 교실에 들고 들어갈 것들 다 챙겨놓고 운동장으로 나갔더니 그야말로 푹푹 찐다. '한 학기 수고 많았다, 방학 잘 보내라, 떨어진 성적 방학 중에 보충해라, 보충수업 열심히해라' 등등을 섞어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다. 가끔씩 '조용히 해야 빨리 마친다' 고 외치며 '지도'하는 '바람직한 자세'도 보이며. 아이들이 자꾸 묻는다. "샘 숟가락 안 가지고 왔는데 어떡해요?", "숟가락이 왜 필요해요?" "오늘, 급식해요?" ㅋㅋ 기대해라 녀석들아!! 이럭 저럭 교장샘의 훈화(내용이 내가 일상적으로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와 너무 비슷해서 놀랐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잔소리는 늘 비슷하기 마련인가보다. 아~ 나도 역시 기성세대다)가 끝나고 예상대로 학생부장샘의 훈시!
청소하고 종례하고 집에 보내면 되는데... 아니, 시원한 교실에서 종례부터하고 청소하는 게 낫겠다. 이것 저것 주섬주섬 챙겨 교실에 들어섰다. 아이들이 1/3이 없다. 정수기 앞에 붙어 서 있을거다. 아니나 다를까 물컵을 들고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그런데.... 승ㅇ이가 들고 들어오는 저건 뭐냐.. @.@ 며칠 전 비빔밥 비벼먹을 때 쓴 왕대접이다. 물을 가득 담아와서 돌려가며 마시는 센쓰!! 저 뒤에 줄 섰던 아이는 죽음이었겠다. 저렇게 창의력 있는 아이들을 누가 머리가 나쁘다고 하였나 ㅋㅋ. 상장부터! ㅎ영, ㅁ경, ㅁ정이의 학업우수상, 그리고 지난 번 환경글쓰기 대회에서 수ㅈ가 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도서상품권 만원. 수ㅈ가 상을 받으니 너무 좋다~ 다음엔 학교에서 나가는 방학중 생활 유인물 나눠주고, 내가 준비한 '방학 다이어리'와 '담임이 제안하는 숙제' 도 나눠줬다. 역시 알록 달록 예쁜 색지에 인쇄해서 나눠주니 아이들 반발이 별로 없다. 여러가지 활동이 들어간 방학숙제도 마찬가지. 보충 안 하는 녀석들에게만 내주는 수학 영어 숙제에 대해서도 예상외로 별 짜증없이 받아들인다. 녀석들!! 체제순응적이다. 아니면 나의 페인팅- 색지에 넘어갔거나. ㅋㅋ 마지막으로 성적표 나눠주고.
교탁 위에 살살 녹으려는 딱 좋은 상태의 요플레를 꺼냈다. 절대로 자기 자리에 얌전히 앉아있는 법 없는 윤ㅇ나 녀석 왈 "샘 정말 센스 있으시네요" "야, 나 무거워 죽는 줄 알았다~" 엄살 한 번 떨어주고.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저께부터 상고결인 은ㅈ 것은 내가 먹었다. 10여분 동안 함께 오물오물... 이유없이 (아니면 나는 도저히 모르겠는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정ㅈ녀석도 오늘은 쌩글쌩글... 예뻐서 몇 숟가락 나눠줬다. 나는 밸도 없나보다. --;
오늘따라 녀석들, 청소도 잘한다. 청소 후 말끔해진 교실, 교탁 앞에서 "샘, 공주대학교에서 연수 받는데 편지보내면 답장 써준다, 모두들 방학 잘 보내고~"를 마지막으로 1학기 종례를 하고 마쳤다.
올 1학기는 정말 짧은 느낌이다. 아이들과 무난해서 그런가보다. ^^
덧붙임.. 성적표 담임통신란에 기말고사 반 등수를 기입해서 보낸 것이 아무래도 맘에 걸린다, 그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에서부터 나도 '경쟁의 신화'에 쩔어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것도 하지말까? 헷갈린다. 난 매일 헷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