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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으로 걷는다 ㅣ 웅진책마을 8
오카 슈조 지음, 다치바나 나오노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9월
평점 :
걷지 못해 침대차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산책을 나섰다고? 사람들한테 밀어달라고 해서 말이지... 참 씩씩하군, 쳇.
그래. 처음엔 '쳇'이었다. 주인공이 너무 씩씩해서 약간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다음엔 어떻게 될까? 침대차를 밀어줄 사람이 나타날까 어떨까?' 하며 주인공의 산책에 동참하게 됐다. 주인공이 진솔하고 쿨~한 성격에 빠져들었다. ㅎㅎ
다치바나가 산책을 나서서 침대차를 밀어달라고 하며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은, '여행'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똑같다. 짧은 거리를 함께 가며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오늘 당신을 만나서 좋았어요' 하며 마음을 나누기도 하고, 곤란한 사람을 만나 난처해지기도 하고. 난처한 상황에서 재치로 역공격을 하기도 하고. 재밌는 녀석이야^^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이 주인공이 너무 씩씩하게 보일 수도 있다. 너도 이렇게 씩씩하게 살아, 하고 건네주다가 거절당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장애'를 소재로 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동안의 일을 담은 비교적 짧은 얘기여서, 분량에 대한 부담이 없고 재밌다. 아이가 그린듯 투박하고 세련되지 않은 본문 그림도 볼수록 정이 간다.
다치바나가 말하듯, 몸이 장애가 아니라 마음이 장애인 사람들에게 권하면 좋을 것 같다. 나만 힘든 것 같고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움츠려든 사람들, 삶에 회의적인 사람들에게.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신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 '다음엔 어떤 사람을 만날까?' 이렇게 기대하며 살면 세상에 즐겁고 재밌는 일이 얼마나 많아요~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