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도서관에서' - 문경화 詩
여름의 마지막 바람은 차(茶)와 같습니다.
무례함도 난폭함도 없이
나 자신 그대로인 채로 나를 깨웁니다.
이곳은 내 정신의 성지,
내 정신을 적실 성배(聖杯)가 있는 곳.
혼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새소리,
혼자만이 거닐 수 있는 오솔길.
이 몰입의 세계에서
나는 완전하게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시집 <아니마, 아니무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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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꽤 가깝게 지냈던 사람이 두 번째 시집을 냈다.
어제 통화를 하고 오늘 부쳐온 시집을 읽는데 시들이 참 좋다.
나는 특히 도서관이 어쩌구 하고 나오는 시라면 환장을 한다. 공부는 지지리도 못했으면서......
나의 전생은 혹 도서관이나 책방 천장에 기식하던 쥐새끼가 아니었을까?
규장각 불빛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습니다.
책 틈에서 잠드는 날이
많으면서도 나는 사소한
예절 하나 얻지 못합니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비루함 하나 이기지 못합니다.
(시 '밤의 부용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