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영화 "엄마"의 표제시 - 엄마, 김완하
제가 다니는 회사엔 TV가 무지하게 많습니다.
오전에 모종의 테스트를 하는데, 옆에 있는 NVOD 모니터에서 "엄마"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곁눈을 팔게되고 귀가 기울여지는데,
그래도 용하게 참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기어이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워낙 시에는 문외한인지라 한참을 검색하여 간신히 찾았습니다.
시인의 하고픈 말은 간 데 없고, 이 시를 표제시로 삼은 영화인들에게 더 공감하여,
엄마, 엄마, 넋놓고 불러보고 싶은데, 이 시를 끄적이는 거로 참아야겠지요.
엄마 - 김완하
첫돌 지난 아들 말문 트일 때
입만 떼면 엄마, 엄마
아빠 보고 엄마, 길 보고도 엄마
산 보고 엄마, 들 보고 엄마
길 옆에 선 소나무 보고 엄마
그 나무 사이 스치는 바람결에도
엄마, 엄마
바위에 올라앉아 엄마
길 옆으로 흐르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첫돌 겨우 지난 아들 녀석
지나가는 황소 보고 엄마
흘러가는 도랑물 보고도 엄마, 엄마
구름 보고 엄마, 마을 보고 엄마, 엄마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찌 사람뿐이랴
저 너른 들판, 산 그리고 나무
패랭이풀, 돌, 모두가 아이를 키운다
- 시집 ‘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문학사상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