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북디자이너 마생 “좋은 책표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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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북디자이너 로베르 마생(80)은 분위기를 띄우는 재주가 있었다. 긴장이 과하다 싶으면 푹 찔러 바람을 뺐다. 엄숙한 철학자처럼 설명에 몰두하다가도 금세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사람을 웃겼다. 인터뷰는 그렇게 ‘몰입’과 ‘이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프랑스인 마생은 한국 최고(最古) 월간문예지 ‘현대문학’ 일을 보기 위해 최근 우리나라에 왔다.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현대문학측은 그에게 올 한해 표지 디자인을 맡겼다. 얼마전 양장본으로 나온 ‘50주년 기념책자’(50years Hyundae Munhak)의 속과 겉도 그가 2개월의 작업 끝에 만든 작품이다.

마생의 이날 옷차림은 그의 지난날들을 대변하고 있다. 푸른 줄무늬 재킷에 초록색 넥타이 옷차림만큼이나 그의 이력은 다양하고 분방하다. 그는 사진가, 포스터 디자이너, 작가, 신문기자 생활을 거쳤다. 세계 최초로 ‘포켓북’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들었으며 지난 20년간은 프랑스의 유명출판사 갈리마르의 아트 디렉터로 활동했다. 현재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대표위원이기도 하다.

-북디자인에 관한 당신의 철학은 무엇인가. 단순히 책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것인가.

“책 표지디자인은 포스터와 같다. 시각적인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독자들의 마음을 끌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단지 아름답게 꾸미는 것, 장식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며칠전 ‘현대문학 50주년 심포지엄’ 때 ‘북디자인에 있어서 레이아웃은 음악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했는데.

“책의 레이아웃은 음악의 변주(variation)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바흐의 ‘푸가의 기법’ ‘토카타’와 마찬가지로 변주는 주제를 훨씬 풍성하게 해준다. 지난 50년간 ‘현대문학’이 발간한 문예지는 600개다. 그 표지들을 한데 모으되, 단조롭게 않게 처리하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음악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50주년 기념책자’의 각 페이지마다 현대문학이 거쳐온 연도를 각기 다른 형태로 디자인했다. 말하자면 이 숫자들이 음악의 변주에 해당한다. 책의 레이아웃은 음악적 요소와 건축의 기하학적인 구성과 결합할 때 제대로 완성된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교보문고를 가봤다기에 한국 북디자인에 대한 품평을 요청했다. “솔직히 말해달라”는 사족을 붙였는데도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전세계적으로 표지 이미지가 평준화되고 있다”면서도 “책 표지디자인에 있어서는 뉴욕보다 서울에서 더 나은 게 많았다”고 했다.

그는 또 실험정신을 강조했다. 갈라마르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는 단행본시리즈 ‘리마지내르’의 1~500권까지를 자신이 디자인했던 걸 한 예로 들었다. “로고와 판형은 그대로 둔 채 타이틀과 이미지만 바꾸면서 올해까지 모두 500권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종이책이 쇠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북디자인도 변화를 겪지 않겠는가.

“지금의 책은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다. 전자책은 단지 보완재일 뿐이다. 영화가 나왔다고 해서 연극이 죽지 않았듯이 전자책이 나왔다고 해서 종이책이 죽지는 않을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과 소설, 사진, 미학에 관한 책을 30여권 저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에는 장르가 각기 고립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장르의 융합시대다. 미학에 관한 책은 7권 정도를 썼는데 연극, 미술, 문학들을 공부해야 했다. 모두 독학이었다.”

여든살이 된 그에게 “언제까지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피카소처럼 죽기 직전까지 일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도 잠 자다가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창의성은 항상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 조장래·사진 남호진기자 joy@kyunghyang.com

                      

싸이에 있는 그물코 출판사 클럽에서 이거저거 보다가 기사가 맘에 들어 원문을 긁어왔다. '세계적인 북디자이너' 으흠~ 대충 편하게 살고 싶은 인생인데 이런 말엔 꼭 질투가 나더라... 것보다 디자인, 미술 공부를 해보고 싶어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진짜로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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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29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디자이너, 멋지죠.

낯선바람 2005-03-30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