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일째 단식 지율 스님...'신변정리' 들어간듯
[오마이뉴스 2005-01-05 18:28]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2004년 12월 30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할 때의 지율 스님
ⓒ2005 오마이뉴스 윤성효
5일로 71일째 '58+' 단식을 하고 있는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신변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율 스님은 최근 천성산 대책위 홈페이지(www.cheonsung.com)에 여동생과 박영관 부산시교육위원의 글에 댓글을 달았는데, '신변 정리'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 관심을 끈다.

지율 스님은 지난 12월 30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인터뷰 도중에도 유사한 심경을 표한 바 있다. 지율 스님은 최근 천성산과 관련한 영상물을 만들었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도중 지율 스님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리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시디 제작에 들어갔던 것"이라 말했다. 또 지율 스님은 인터뷰 도중 "앞으로는 언론과 인터뷰도 안 한다. <오마이뉴스>가 마지막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다음날인 31일 지율 스님은 동생을 서울 거처로 불러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월 말 지율 스님을 돌보았던 부산광역시교육위원회 박영관 위원도 31일 부산으로 돌려보냈다.

현재로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교환이 지율 스님의 유일한 의사소통 경로다.

여동생 글 댓글 통해 소회 밝혀

단식 70일째였던 4일 지율 스님은 홈페이지에서 '여동생'의 글에 댓글을 달았다. 지율 스님은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덫에 걸려 있고 죽음을 비극이라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세상의 인연 또한 그지없이 소중했었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또 지율 스님은 "홈페이지와 자료의 관리를 맡겨 두고 가며 초록의 공명은 교육의 문제이기에 전교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의 여동생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서울에서 돌아오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언니의 생명은 다 타고 심지만 남은 촛불과 같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삶의 모든 것을 던지고 생명까지 내어서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느 산과 어느 바다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또다시 생명을 내어 던져 자연을 지키려고 싸워줄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영관 위원 글에 대한 댓글 통해서도 심경 밝혀

또 지율 스님은 박영관 위원이 올린 글의 댓글을 통해 "이제 저는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한조각 땅을 찾았습니다. 저는 희망을 노래하고, 희망을 번져가게 할 사람들과 함께 했으며 그 가운데 저는 한사람의 일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만약'이라는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 이후 일어날 모든 업무적인 일은 도롱뇽 소송의 법적대리인이신 이동준 변호사님과 손정현님, 선생님께서 돌아봐 주시고 오랫동안 함께 해주신 천성산 대책위와 논의하여 진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부탁했다.

2001년부터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저지운동을 시작한 지율 스님은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로부터 '노선 백지화와 대안 노선 재검토' 공약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 뒤 공약 이행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03년 2월~3월 35일간 단식에 이어, 10월~11월 2차 45일, 2004년 6월~8월 58일간 단식을 벌였다.



/윤성효 기자   ⓒ 2005 오마이뉴스

                 

"언니의 생명은 다 타고 심지만 남은 촛불과 같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삶의 모든 것을 던지고 생명까지 내어서도 지켜내지 못한다면 어느 산과 어느 바다를 지킬 수 있을 것이며 누가 또다시 생명을 내어 던져 자연을 지키려고 싸워줄까요"

정말... 우리는 무엇을 지킬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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