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방에 대해

찬장의 거미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튀기지 말라

 

인생의 어깃장에 대해 저미는 애간장에 대해

빠개질 것 같은 머리에 대해 치사함에 대해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에 대해

차라리 강에 가서 말하라

 

당신이 직접

강에 가서 말하란 말이다

강가에서는 우리 눈도 마주치지 말자

 

               

황인숙의 <자명한 산책>에 실린 '강'이라는 시라고 한다.  김형경의 <사람 풍경>을 읽다가 이 시를 봤다. 일요일 아침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 강을 보며 아~ 저 강물 흘러가는 걸 보고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던 참에 이 시가 나타났다^^ 지난 가을에 한참 산에 다녔었는데 요즘은 강에 가고 싶다. 한적한 강가에 방 하나 잡아두고 창문으로 강을 바라보며 한 해를 떠나보내면 근사하지 않을까 ㅎㅎㅎ 시집 제목도 맘에 든다. '자명한 산책' ...!

노트에 베낀 시를 펼쳐두고 이 페이퍼를 쓰고 있는데 옆에 오신 주간님이 이런 말린 고구마 같은 사람의 시를 읽느냐고 하네..... 말린 고구마 같은 사람? 표현 한번 죽이네~

참, 이 시에서 '웃겼고, 웃기고, 웃길 몰골'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한 해를 보내며 드는 생각이 딱 이거다. 웃겼고 웃기고 웃길........ 그게 삶인 것 같다. 근데 이 말투 재밌네~ 웃겼고 웃기고 웃길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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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2-28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골,도 제가 참 자주 쓰는 말인데 너무 슬프고도 코믹하지 않아요?ㅋㄷㅋㄷ

낯선바람 2004-12-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정말 '몰골'이... 웃을 기운도 없어요.. 한 해 가기 전에 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