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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 하나의 소원

저녁녘  고요 속 바닷가로 돌아가고파

숲 가까이서 조용히 잠들고 싶어

가없는 하늘 위엔 맑디맑은 하늘

난 화려한 깃발도 소용없어

훌륭한 집도 필요없어

다만 젊은 나뭇가지로 잠자릴 엮어다오

내 베개 밑에서 슬퍼할 자는 아무도 없고

마른잎 위를 스쳐가는 가을바람 소리뿐

                 --블루 드래곤즈(중앙대 그룹사운드 ) 1977년 발표곡 '내 단 하나의 소원' 중

 

어젯밤 자다깨어 자정 무렵에 모 텔레비전 방송국의 '콘서트 7080'을 보았다. 늙수구레한 남자들이 어색한 복장으로 악기 하나씩을 꿰차고 열창을 하는데 머리가 반나마 벗겨진 보컬 김성호 씨의 노래 소리에 소름이 좍 돋았다. 노래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시를 방불하는 가사 때문에......

난 화려한 깃발도 소용없어 / 훌륭한 집도 필요없어 / 다만 젊은 나뭇가지로 잠자릴 엮어다오 / 내 베개 밑에서 슬퍼할 자는 아무도 없고 / 마른잎 위를 스쳐가는 바람소리뿐. 중얼거리는 듯한 그의 노래가 내 마음 깊이 젖어들었다. '예전엔 노래 가사도 사랑 타령 일색이 아니고 저렇게 은근하고 품격이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옛날 노래들이 그리워졌다.

드럼 앞에 앉은 수줍은 이는 현재 의사이고 기타리스트 두 사람은 건축회사 직원과 약사, 건반 앞의 이는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보컬 김성호 씨의 소개가 있었다. 난 왜 오래 전 활동했던  가수들이 오랜만에 텔레비전에 나와 현재의 직업 따위를 이야기하면 눈물이 핑 돌지? 의사나 대기업 간부라고 해서 다행이고 더 잘나보이는 것도 아니다. 25년 전의 친구들이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아줌마 아저씨의 모습으로 만나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그 긴 세월 동안 다들 먹고살겠노라고 아둥바둥했겠지?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http; // www.windbird.pe.kr 로 가시면 '내 단 하나의 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외 70년대 노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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