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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지렁이들 - 젊은 에코페미니스트들의 세상보기
꿈지모(꿈꾸는 지렁이들의 모임) 지음 / 환경과생명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왜 여성이고, 왜 생태인가를 얘기하는 것보다 나는 이 책이 나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남자들이 쓴 글을 읽을 때면 이질감을 느꼈다. 분명 관심있는 주제여서 의욕적으로 첫장을 넘기지만 의욕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책을 덮으며 괜히 신문기사에 속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어느날은 문득 남자들의 글쓰기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막 가는 식으로 말하자면, 남자들은 사실(역사적 사건이나 각종 자료들)을 열거하며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내게는 그런 글쓰기가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여자'가 말하는 것을 갈망하던 때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새로운 길을 기대하며'라고 노란 속표지에 쓰고 책을 읽어나갔다.
'생리대'에 관해 쓴 첫번째 글은 예전에 녹색평론에 실린 글을 읽었었다. 십년이 넘게 사용하면서도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 한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었다-어쩌면 이렇게 완벽하게 모르고 살아 왔을까!! 이번에는 '화장품'에 관해 얘기하는 두번째 글에서 또 뒤통수를 맞았다. 예쁜 향기에만 취해 아무 생각없이 쓰던 그 화장품도 정체불명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내 몸은 왜 이다지도 둔한 걸까?
농약, 환경호르몬에 대한 글들도 나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슈퍼에서 사 온 과일을 씻다가 이런 걸 매번 여자들이 씻게되니 농약에 의한 환경오염의 피해자는 밭에서도 가정에서도 여자이게 된다는 글이 떠올랐다. 이걸 어떡해야 되나...?
절반까지 읽다가 목차를 보고 관심가는 것을 먼저 읽었다. 그 중에 '여성이 본 에너지 위기와 대안'이라는 글에서 나의 갈망을 채울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에너지 위기를 다룬 책들은 수많은 수치로 쓰여져 있다-내가 느끼던 바로 그 문제였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지금 책이 없는데..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나중에 자세히 써야겠다^^;)
아무튼 이 책은 내가 이제껏 아무 생각없이 듣고 흘려버리며 그 속에서 아무 느낌없이 살아왔던 많은 것들을 다시 보게 해주었다.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그 새로운 길에 이 책 한 권 옆구리에 낄 만하다. 충격과 위안을 동시에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