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며  

 

                                          렴형미


 
처녀시절 나 홀로 공상에 잠길 때 며는
무지개 웃는 저 하늘가에서
날개 돋쳐 나에게 날아오던 아이

그 애는 얼마나 곱고 튼튼한 사내였겠습니까

 
그러나 정작 나에게 생긴 아이는

눈이 크고 가냘픈 총각 애

총 센 머리칼 탓인 듯 머리는 무거워 보여도

물푸레아지 인 양 매출한 두 다리는

어방없이 날쌘 장난꾸러기입니다.

 

유치원에서 돌아오기 바쁘게

고삐 없는 새끼염소마냥

산으로 강으로 내닫는 그 애를 두고

시어머니도 남편도 나를 탓 합니다

다른 집 애들처럼 붙들어놓고

무슨 재간이든 배워줘야 하지 않는가고

 

그런 때면 나는 그저 못 들은 척

까맣게 탄 그 애 몸에 비누거품 일구어댑니다

뭐랍니까 그 애 하는 대로 내버려두는데

정다운 이 땅에 축구공마냥 그 애 맘껏 딩구는데

 

눈 올 때면 눈사람도 되어 보고

비 올 때면 꽃잎마냥 비도 흠뻑 맞거라 

고추잠자리 메뚜기도 따라 잡고

따끔따끔 쏠쐐기에 질려도 보려무나

푸르른 이 땅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백지같이 깨끗한 네 마음속에

또렷이 소중히 새겨 넣어라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네가 바라보는 하늘

네가 마음껏 딩구는 땅이

네가 한생토록 안고 살 사랑이기에

아들아, 엄마는 그 어떤 재간보다도

사랑하는 법부터 너에게 배워주련다

그런 심장이 가진 재능은

지구 우에 조국을 들어올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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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89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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