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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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전에 서점에 갔다. 한적해서 좋다. 메모해 간 읽어볼 책들을 찾아 서가와 매대 위를 훑었다. 그런데 막상 보니 다들 흥미가 일지 않는다.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설도, 근사할 것 같은 청소년 소설도 내키지 않는다. 기운이 빠진다. 이럴 땐 그림책이 최고야! 어린이책 코너로 향했다.

매대에 놓여 있는 책들을 훑어보는데, 유명한 책들만 깔려 있다. 뭔가 새로 나온 건 없나... 그러다 새 책이 들어왔다. 근데 제목도 생소하고 표지 분위기가 스럴러 같다. 그렇게 지나쳤다가 볼 게 없어서 결국 펼쳐든 책이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였다.

아, 이 책 정말!

아끼는 식물 도감이 낱장으로 떨어지자, 서점에도 가봤지만 '나의' 식물도감이 소중하다며 수소문해서 를리외르 아저씨를 찾아온 소녀. 헌 책을 다시 말끔하게 제본해서 새로운 책으로 만들어주는 를리외르 아저씨의 공방에서 자신의 책이 뜯어졌다가 다시 옷을 입는 과정을 즐겁게 구경한다. 그리고 다음날 책을 찾으러 왔을 때,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아카시아 나무 그림이 표지가 된 새 책이~

식물 책을 너무 너무 좋아하는 아이, 책을 정성스럽게 고쳐주는 아저씨 두 사람의 모습이 참 이쁘다. 수채화 풍의 그림이 부드럽고 촉촉하다.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설렘을 갖게 하는 구성이 재밌어서 한 번 보고 또 한 번 보면서 재밌는 상상을 하게 된다. 나에게 소중한 만남은 어떤 것이 있나 떠올려 보기도 하고, 뭔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새겨 보게도 된다.

그리고...

내 기억에 가장 따스하고 행복한 시간으로 남아 있는 때가 떠올라서 이 책을 사게 됐다. 대학 때 휴학한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책을 좋아한 나는 그 아르바이트를 무척 좋아했다. 오전에 어제 반납된 책들을 서가에 모두 꽂고서 10시 반쯤 한쪽 창가에 앉아서 뜯어진 책들을 수리하곤 했는데, 가을 겨울에 햇살 따스한 창가 앞에 앉아 뜯어지고 찢어진 책들에 정성스럽게 테이프도 붙이고 본드도 발라 말끔히 책을 고치는 시간이 참 좋았다. 마치 아픈 책들을 고쳐주는 의사가 된 기분이었다. 다시 그 일을 하라면 또 행복한 마음으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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