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네이처’가 일군 작은 변화


싱글맘에 고용 우선권, 전통 종이를 포장지로






‘터치네이처’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이 옹알대고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구 바로 옆, 녹색 벽지의 작은 방에서 대여섯 살 먹은 꼬마부터 한두 살배기까지 12명의 아이들이 아기새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터치네이처는 농장에서 직접 키운 유기농 허브를 이용해 손으로 만든 비누, 아로마 오일 등을 판매하는 공정무역 업체다. FTG Nepal 회원단체는 아니지만 프랑스, 스위스 등 유럽의 공정무역 업체와 주로 거래한다.
터치네이처의 특이점은 ‘싱글맘 우선권’이다. 조세핀 탄 터치네이처 사장(사진)은 “직원을 뽑을 때 싱글맘이면 우선권을 준다”라고 말했다. 현재 직원 100명 중 60명이 남편이나 가족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탁아시설은 물론이고 싱글맘의 경우 아이들 학비도 100% 지원한다.
탄 사장은 사실 싱가포르 사람이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던 그는 1996년 봉사활동차 네팔에 왔다. 싱글맘들이 바느질을 배우는 학교에 자금을 지원하러 왔다가, 이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돕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하다 보니 무역을 통해 네팔 여성들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듬해인 1997년 아예 네팔로 건너와 수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레인보우 크래프트’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수공예품 회사는 이미 많은데다 중국, 베트남산 제품에 밀려 판매가 원활하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유기농 비누다. 부엌이 있고, 여성들이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만들 수 있는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상한 터치네이처는 2001년 35명의 직원에서 출발해 지금은 100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커졌다. 성장세도 꾸준한 편이다.
직원이 늘어난 게 꼭 매출 덕만은 아니다. 탄 사장은 가능하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외부에 맡긴 포장 업무도 지난해부터 직접 하고 있다. 2층 포장실에서 여성 9명이 비누 닦기, 랩 싸기, 테이프·스티커 붙이기 등의 작업을 나눠서 한다. “9~10명 수준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지만, 이렇게 일을 해서 매달 2천~3천루피를 벌면 삶이 한결 나아진다.” 내친김에 선물용 포장 용기도 직접 만든다.
네팔은 예로부터 종이 산업이 유명하다. 마을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종이를 만들고 있지만 이 종이를 이용하거나 팔 곳이 마땅치 않았다. “네팔에서 유명한 락타 종이를 이용해 포장 상자를 직접 만드는 거죠.” ‘공정무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일궈낸 변화의 한 모습이다.


기사 출처: 한겨레 21 2007년8월23일

http://h21.hani.co.kr/section-021003000/2007/08/0210030002007082306740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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