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크리스마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구판) 11
쥬느비에브 브리작 지음, 조현실 옮김 / 열림원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건,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들 그 관념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게 싫어서다. 독서모임에서 이 책이 정해져서 어쩔 수 없이 읽었는데, 역시나 싫었다... 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거야. 맥도날드에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를 사러 가는 길에도, 그곳에서 늘 보는 여자를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가게 앞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보며 또 생각을 하고 으으윽~~ 어쩌면 나 역시도 이 여자처럼 생각이 많아서 그런 모습을 싫어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독서모임에서 말했다 ㅎㅎ 다른 분은 중년 여성의 삶과 그 내면을 너무나 잘 묘사했다고, 자신은 너무나 공감이 가고 동지애를 느꼈다고 말씀하셨다. 나도 인정은 하지만, 더 읽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인공은 왜 화를 못 내고 속으로 곪나 답답했다. 새끼 고양이를 키우다가 징징대는 고양이를 잠시 욕실에 가뒀는데 아침에 보니 축 늘어져 있더란다. 얼른 수의사를 불렀는데 잡담을 해가며 진찰하던 수의사가 사고를 쳤다. 마취제를 놓는다는 게 덩치 큰 개들에게나 쓰는 걸 써버려서 고양이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리저리 애를 써봤으나 결국 고양이는 죽고 말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 수의사에게 화를 내지 않고 넘어갔다.

그리고 몇 해 뒤 크리스마스, 아들이 선물로 사달래서 카라리나(?) 한 쌍을 사왔다. 암수 두 마리. 그런데 어느날 밤 보니, 덩치 큰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꼼짝 못하게 노려보고 있다. 먹이를 먹으려고 해도 무섭게 쪼아버린다. 벌벌 떨고 있는 작은 한 마리, 그녀는 한밤중에 욕실로 가다 말고 이 장면을 목격하지만, 이 작은 동물 하나 구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탓할 뿐이다. 그리고 다음날 작은 새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마침 꽃배달을 온 청년이 이것을 보더니, 둘 다 수컷인데 한 데 넣어놓으니 동물의 습성상 큰 놈이 작은 놈을 물도 못 먹게 견제해서 결국 굶어 죽은 거란다. 새 주인이 잘못 알고 판 것이라며 화를 내는 청년을 보며 그녀는 요즘 세상에도 이렇게 분노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나 신기해한다.

그녀는 왜 화를 내지 않을까? 화를 내고 욕하고 분노를 해서 털어버려야지, 언제까지 마음속에 고양이의 죽음을 담고 있으려나... 내가 이 얘길 하자, 독서모임에 있던 분이 "00씨는 이런 상황에서 화를 잘 내나요?" 하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했다가 가만 보니, 난 언제나 한 발짝 늦어서 제때 화를 못냈던 것 같다. 그순간에 너무 당황하고 놀래서 어찌 할 줄을 모르다가 돌아서서는, 아 화를 냈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이 난다. 그런데 며칠 전에 딱딱하게 구는 도서관 사서한테 바로 화를 냈다가 영 마음이 찜찜했다. 그리 화 낼 일도 아닌데 괜히 화냈다 싶고... 힝....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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