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20일 '우리땅걷기모임' 전체메일 내용

물은 유로 나뉘어 진다.

물物은 유類로 나뉘어 진다


<주역>에, “일은 끼리끼리 모이고, 물은 유로 나뉘어 진다.” 하였으니, 이는 온갖 형상形象이 모두 그렇게 되어, 눈의 닿는데 따라 느껴지고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늪가에 나갔더니 물새가 떼를 지어 모여드는데. 기러기와 오리 따위가 모두 온 늪을 메우다시피 하였다. 이런 물을 좋아하고 무엇을 구하는 것이 있기 때뭉ㄴ디다.
까닭에 그들은 놀 때나 장난칠 때나 한 장소에 모여서 함께 한다. 이것은 소위, ‘일은 끼리끼리 모인다.“라는 것이고, 또는 타고 난 생김새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기러기는 기러기를 따라 다니고, 오리는 오리를 좇아 날면서 끼리끼리 떼를 짓는다. 이것은 소위 ’물物은 유類로 나뉘어 진다.” 라는 것이다. 그 새들이 저 구름과 물속에서 살면서 제 마음대로 가고 제 마음대로 온다면 그의 향이 반드시 같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 기러기가 일어나 가면 뭇 기러기가 따르고, 한 오리가 모여들면 여러 오리가 뒤이어 온다. 날아갈 때는 하나가 동쪽으로 가면 모두 그 뒤를 따라 동쪽으로 가고, 하나가 서쪽으로 가면 역시 그렇게 해서 서로 떼를 지으니 이는 사사로운 마음이 없는듯하며, 또 깃들여서 잘 때는 모인 때가 많지 않으면, 집에서 내려가고 싶어도 내려가지 않고, 반드시 모일 곳을 찾아가니, 이는 서로 화합함을 같이 하면서 기쁜 모습을 짓는 듯 하다. “생물을 보면 깨달음이 있다.”는 옛 이야기가 어찌 헛말이겠는가?
<성호사설> 제 5권 만물문에 실린 ‘관물’ 이라는 글이다.

세상사의 이치理致라는 것이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 완성되는 것이다. 하물며 서로 만나고 사는 것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철원에서 군대생활을 하던 때 어느 해 늦여름에서 가을이 깊어지던 때였을 것이다. 파브르의 <곤충기>를 읽고 저물어가는 황혼녘에 보초를 나가서는 오로지 거미집만 관찰을 한 적이 있었다. 초소 보초를 위해 내 보냈는데 근무조차 잊어버리고 거미의 일상생활에 빠져 시간을 보낸 것이었다. 내가 그때 거미에게 배운 것은 한시도 소홀이 보내지 않는 성실성과 한 줄도 건너뛰지 않는 정확성, 그리고 세상의 만물이 다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생물을 보면 깨달음이 있다‘ 하였는데, 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니코스 카잔차키스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을 것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다.‘
‘물은 유로 나뉘어 진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당신의 요즘 관심사는 무엇이고 누구를 만나고 사는가?

정해년 팔월 스무날

카페 이름 :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카페 주소 : http://cafe.daum.net/sankang
카페 소개 : 우리 강과 산 문화유산과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