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모임 사람들과 오랫만에 번개를 했다. 그 김에 내가 살짝 독서치료를 맛보여주겠다고 책 한 권을 들고갔다. <왈왈이와 얄미>, 개와 고양이가 친구과 된 이야기.
그림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읽었다. 이게 개냐, 여우 같다. 얘가 고양이냐, 고양이 안 같다 하는 반응은 가볍게 받아넘기고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어머~ 하는 반응들^^ 마지막 페이지가 되어 (모두 감동하겠지 싶었는데) 어떻게 둘이 갑자기 화해를 하게 되냐, 그 사이가 궁금하다는 말.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자, 어땠어요 하고 묻자(이 질문은 언제나 좀 식상하다... 연구해야 돼.)
느릿느릿 하나 둘 얘기들이 나오더니 남자친구랑 싸우는 스타일이 달라서 몇 번 부딪히다가 남자친구 스타일 대로 싸워봤더니 그것에도 나름 좋은 점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얘기를 시작으로, 싸움이 나면 일단 혼자 있으면서 시간을 좀 갖고 싶은데 자꾸 문 두드리는 친구 땜에 더 화가 났었던 일, 집안 식구들간의 다른 스타일, 친구 사이, 애인 사이의 다른 스타일 때문에 갈등이 있었던 얘기들이 쏟아졌다. 서로 다른 스타일 때문에 가까운 사이끼리 갈등 겪었던 일들이 (그때는 심각했겠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얘기를 듣다 보면, 내 친구는 A 스타일이라 내가 좀 힘들었어 하는데, 그 A 스타일이 바로 내 모습이어서 내 성격 때문에 내 친구 기분이 저랬겠구나 하고 이해가 가면서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싸우는 스타일이 다른 경우, 그 자리에서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게 맞추느라 상대방은 회피하고 싶지만 꾹 참고 이를 악물고^^ '그래 얘기해 봐.' 하며 얘기를 들으러 애쓰게 됐다는 이도 있고, 반대로 그렇게 다 쏟아냈는데 좀 지나고 보면 별 거 아닌 걸로 서로 마음만 상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싸움이 나면 잠시 시간을 갖는 쪽으로 맞추게 됐다는 이도 있다. 다른 성격 때문에 갈등을 하다가 서로 맞춰가기도 하고, 한쪽이 다른 쪽에 맞추기도 하고, 그러다 내가 아닌 성격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결론 부분, 개와 고양이가 상대방의 스타일대로 하려고 애쓰는 장면에 대해서는, 상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라는 반응과, 왜 상대를 위해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바꿔야 하느냐, 서로 너무 힘들지 않으냐 하는 반응이 있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 하고 나서: 책 속 이야기에서 연상된 자신의 얘기를 신나게 쏟아내서 기분 좋았다. 미술치료 모임을 하는 사람들이라 얘기들이 잘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얘기 끝나고 뭔가 '닫는' 과정이 있어야 했는데 그냥 끝내버려서 뭔가 이상했다. 끝나서 나오면서 오늘 어땠어요, 하고 물은 초보 치료사의 실수^^;
*책의 글을 읽어주다 보니 사람들의 작은 반응을 살피기가 어려웠다. 글이 없거나 한 쪽에 한 줄 정도인 그림책이 현장에서 바로 하기는 좋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