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놀이 - 제4회 푸른문학상 수상집 작은도서관 26
진은주 외 지음, 유기훈 외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세 편의 단편 동화가 들어 있는 동화집이다. 저마다 작은 세상 하나씩을 담고 있다.

<할아버지의 수세미밭>은 잔잔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삶의 어느 한 순간, 어느 날 하루를 면밀히 그려낸 작가의 힘이 돋보인다. 마치 내가 그 순간에 있었던 것처럼, 그 날 할아버지가 느꼈을 심정, 손자가 느꼈을 심정을 찬찬히 보여주고 있다. 치매에 걸려 서울이 시골인 줄 알고 수세미밭을 찾아나서는 할아버지와 그런 할아버지가 귀찮고 이해되지 않는 손자, 그러나 할아버지를 좇아 풀숲을 헤매다가 손자는 할아버지의 행동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무덤덤한 일상 속에 한 순간 나와 타자가 교감한 짧은 순간, 그 순간의 진함을 맛본 기분이 들었다. 

<천타의 비밀>은, 글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천진한 천타를 닮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편안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진 특유의 생명의 기운이 글에 잘 드러나 있었다. 금붕어를 사주려고 데려간 수족관에서 문어를 갖고 싶다는 아이라니! 정말 멋진 아이야^^ 내가 그 애의 엄마라면 속이 터져 팔짝 뛰고 난리였겠지... 그거다. 천타의 부모도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속이 터지지만, 아이를 있는 그대로 놔둘 줄 안다. 그렇게 아이는 제 속도로 세상 속을 살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게 이 작품이 그려낸 세상이다.

<가면놀이>는, 우선 흥미진진했다. 인기도 없고, 피구 하면 공 맞고, 연극에 추천도 못 받는 선우가 채팅에서는 번개라는 이름을 쓰고 강하고 멋있는 애처럼 구는 모습이 교대로 나타나서 재밌었다. 잘난 사람이고 싶지만 현실에서 그러지 못한 약자의 마음을, 어쩜 내 마음(?)을 선우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기분이랄까? 학교에서도 집에서는 동생에게 약자인 선우가 채팅에서 뽐내고 으스댈 때마다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결국은 꼬리를 내리고 안녕하고 사라졌지만, 내 예상을 뒤엎고 딱 끝내버려서 지금 보니 멋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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