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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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솔직히 작가의 주장 가운데 설득력 없는 게 보여요. 특히 혜경궁 홍씨에 대한 주장은 별로 설득력이 없네요. 사도세자가 잘난 거랑 부부 사이가 좋고 나쁘고는 별개의 문제죠. 잘생기면 부부 사이가 좋은가요? 나 같으면 신경질 많고 바람 피고 딴데서 애까지 낳는 남편, 아내에게 물건 집어던져 얼굴에 상처를 만드는 남편은 싫겠다. 게다가 가난하긴 해도 명문가의 자손인 혜경궁 홍씨가, 비록 왕손이라도 궁녀였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사도세자를 무시하는 맘이 없었을까요? 신분 사회였던 조선 시대에. 별로 둘 사이가 좋았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게다가 당파 때문에 남편에게 등을 돌렸다는 건 이상해요. 사도세자에게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는 자연스레 세손 (훗날의 정조)에게까지 이어집니다. 전례를 봤을 때 사도세자가 폐서인이 되거나 죽거나 한다면 세손이 왕이 될 가능성은커녕 멀쩡히 살아남기도 힘들죠. 엄마로서 빈궁으로서 자기 친정의 당파를 위해 아들을 그렇게 희생시킬까요? 만약 그런 마음이었다면 혜경궁 홍씨는 바보였거나 아니면 아들도 포기할 만큼 냉혈한이었던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정의 당파를 따라 남편에게 등을 돌렸다는 주장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뒤주에 아들을 가둬 죽일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냐구요. 아무리 그래도 사도세자가 그때 그런 식으로 죽을 거라고, 혜경궁 홍씨가 생각했겠냐구요.





(아래는 몇 해 전에 포노그래프에 쓴 글입니다. 따라서 시각이 몇 해 전의 시각입니다.)

지금까지 사극을 보면 대체로 사도세자가 죽은 까닭은, 영조가 성격 이상하고 사도세자가 정신병이 있다는 거지요. 차츰 사도세자의 정치적 견해 때문에 죽었다는 내용도 나오긴 하지만. 사도세자의 아내였던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에서도 영조는 성격 이상하고 자식들을 편애했고 사도세자에게 미친 기운이 있었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간단히 말해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사도세자는 정치적 음모로 죽었다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둘 다 맞지 않나 싶어요. 아무리 정치적 음모가 있었다 해도 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게 평범한 일은 아니고, 아무리 미쳤다고 해도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세자를 죽이진 않을 테니까요.

혜경궁 홍씨가 자신의 가문을 변호하기 위해 한중록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면, 이 책은 사도세자를 위한 변명으로 보입니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한 달까. 의도했든 아니든 혜경궁 홍씨가 한중록에 자기 감정을 많이 드러냈듯이, 이 책에서도 글쓴이가 어쩔 수 없이 편파적으로 보이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사도세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되는 걸 보면 말이죠. 사도세자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하는 것을 떠나, 수백 년을 넘어 자신을 위해 변명해주는 책이 나오는 걸 보면 사도세자는 그래도 복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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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세계지도책
DK 편집부 엮음, 브라이언 델프 그림, 강미라 옮김 / 대교출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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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 포노그래프에서 산 거예요)

서양에서 만든 거라서 아무래도 서양의 관점이 반영될 수밖에 없지만, 한국은 너무 작고 또 적게 표현되었습니다. 아시아 부분 한켠에, 주력 상품도 딱 두 개. 그에 비하면 일본은 두 쪽에 나라 전체가 크게 나오고 각 지방마다 다른 문화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홍보의 힘이 느껴진달까요.

세계 지리나 문화를 대충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이 책에 실린 게 다가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우처럼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왜곡되거나 축소되거나 한쪽으로 기울어진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책을 읽는 아이에게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냥 책만 탁 던져주는 것에서 끝날 게 아니라.

그리고 때가 때이니만큼 '동해'와 '독도'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던데, 책에는 '동해'라고 제대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원서에도 그렇게 되어 있는지 아니면 우리말로 옮길 때 바꾼 것인지는 모르죠.

부록으로 들어있는 세계국기 포스터는 남녀노소 애 어른 할 것 없이 모두 좋아하던데. 저도 책보다는 국기 포스터가 맘에 들더라구요.

책은 인쇄 상태도 좋고 잘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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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민담 1 창비아동문고 78
가린 미하일롭스끼 지음 / 창비 / 199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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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 러시아 사람이 만주 지방을 돌면서 모은 얘기를 책으로 냈는데 거기에 백두산 근처에서 모은 얘기를 모은 것입니다. 우리나라 옛 이야기를 실은 책은 대부분 어린이를 겨냥하고 있고 또 요즘 나오는 건 더 재밌게 꾸미고 내용도 일부 바꾼 게 대부분이라서 원형을 알기 어렵거든요. 이야기책에서 읽는 것과 어르신들에게 듣는 건 분명 다르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은 100여년 전의 어느 한 지방에서 알려진 이야기를 원형 가깝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좋습니다.

이 책에 실린 것 중에는 실화도 있고 중국과 관계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도 그렇지만 선녀와 나무꾼 같이 많이 알려진 이야기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부분도 많아서 새롭네요. 그래서 2권도 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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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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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하멜 표류기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우선 조선에 대해 전혀 모르던 서양 사람이 그 푸른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부분은 지금도 계속 우리가 갖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도 되네요. 외국인이 보면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니까요. 그리고 주석 중에 다른 서양인이 쓴 책을 인용한 것도 있는데, 한글을 무척 높게 평가한 게 기억에 남네요.

하멜 일행을 관리했던 지방 감독들 중에서 잘 대해 주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얘기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사정이 확 달라지는 걸 보니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전에는 하멜 표류기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그냥 서양 사람이 조선 시대에 왔다가 갔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직접 읽으니까 하멜 일행이 얼마나 가엾은 처지였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종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문화도 확 다른 곳에 떨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답이 확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옮긴 분은 하멜 일행이 조선에 있는 동안 결혼했을 여자와 자녀들에 대한 얘기는, 아마도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가족 때문에 하멜이 글에서 쓰지 않았을 거라고 썼는데, 글쎄요 제가 보기엔 그 사람들 조선에서 결혼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따로 주석에 결혼 얘기가 나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에 대한 기록도 남지 않았단 뜻이겠죠. 하멜 일행이 도망쳐서 네덜란드로 가고 난 뒤 나중에 다시 조선에 남아 있던 남은 일행도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조선에서 결혼해서 오지 않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도 그렇고, 조선에서 하멜 일행이 풍족하게 산 것도 아니고 푸른 눈에 코 큰 사람을 조선 사람이 그다지 좋게만 봤을 리도 없기 때문에, 조선에 있는 동안 그 사람들이 조선 여자와 결혼했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나라에서 일부러 결혼시켜주지도 않았으니까요.

계축일기에는 연대가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었는데, 이 책에서는 앞부분과 뒷부분에 사람 이름이 다르게 표기된 게 꽤 많이 보이네요. 네덜란드 이름이라서 헷갈려서 그런가. 갖고 있는 게 4쇄 인데 여태 지적한 사람이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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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축일기 - 인목대비 서궁에 갇히다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5
작자 미상, 조재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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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재미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안 됐기도 하죠. 가장 안 된 건 역시 어린 나이에 잘 알지도 못하고 살해된 영창대군이고. 아무래도 그런 내용이다 보니 읽다 보면 내가 왜 이런 걸 읽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역사는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해서 20년 전만 해도 광해군 하면 폭군에 무능력한 왕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중립외교에다 내치도 잘 한 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이 책은 인목대비 측 사람이 쓴 거니까 아무래도 개인 감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에는 그냥 그쪽 나인이 쓴 거라고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인목대비가 썼다는 설도 있고 인목대비의 딸이자 영창대군의 누나인 공주가 썼다는 설도 있다더군요. 둘 다 글을 잘 썼다네요.) 그래서 광해군, 당시의 임금이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아주 우스운 사람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안 보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니까요.

이 책은 곳곳에 인물이나 그 당시에 쓰던 물건에 주석을 달아두었는데, 특히 인물 연도 표시에서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아쉬운 게 있는데요. 옛날 말을 읽기 쉬운 요샛말로 바꾼 건 좋은데 너무 많이 바꿨다는 거죠. 사극에서 '당근이지' 하는 말이 나오면 사람들이 황당해하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을 너무 현대식으로 바꿔서 옛날 조선 시대 분위기가 별로 나질 않습니다. 설명부분은 현대식으로 바꾸었어도 대화 부분은 옛날 말 그대로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리고 호칭 부분도, 특히 중전, 임금, 대비를 부르는 호칭을, 지금 사람이 보기에 편한 식으로 바꾸어서 그것도 아쉽고요. 예를 들어, (여기서 그렇게 썼다는 건 아니지만요) 세자를 '동궁 아기씨'라고 하는 것과 '세자 마마'라고 하는 건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낯선 것이긴 해도 그 당시 부르던 식으로 두었으면, 책을 읽으면서 그런대로 호칭에 적응해 가고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별을 하나 깎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 건 우리나라에서 한글로 쓴 고서를 옮긴 것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번역한 것 같은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국어를 번역한 책뿐만 아니라 우리말로 직접 쓴 책에서도 번역투가 나오는 일이 많으니 말예요.

서해문집으로 나온 책 중에 이것 말고도 한중록은 있는데 아직 인현왕후전은 없어서, 인현왕후전도 내 주었으면 싶네요. 옛 말투를 잘 살려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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