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축일기 - 인목대비 서궁에 갇히다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5
작자 미상, 조재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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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만 읽을 책은 아니지만 재미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안 됐기도 하죠. 가장 안 된 건 역시 어린 나이에 잘 알지도 못하고 살해된 영창대군이고. 아무래도 그런 내용이다 보니 읽다 보면 내가 왜 이런 걸 읽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역사는 재해석하는 것이라고 해서 20년 전만 해도 광해군 하면 폭군에 무능력한 왕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중립외교에다 내치도 잘 한 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이 책은 인목대비 측 사람이 쓴 거니까 아무래도 개인 감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전에는 그냥 그쪽 나인이 쓴 거라고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인목대비가 썼다는 설도 있고 인목대비의 딸이자 영창대군의 누나인 공주가 썼다는 설도 있다더군요. 둘 다 글을 잘 썼다네요.) 그래서 광해군, 당시의 임금이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아주 우스운 사람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안 보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니까요.

이 책은 곳곳에 인물이나 그 당시에 쓰던 물건에 주석을 달아두었는데, 특히 인물 연도 표시에서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띕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아쉬운 게 있는데요. 옛날 말을 읽기 쉬운 요샛말로 바꾼 건 좋은데 너무 많이 바꿨다는 거죠. 사극에서 '당근이지' 하는 말이 나오면 사람들이 황당해하잖아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말을 너무 현대식으로 바꿔서 옛날 조선 시대 분위기가 별로 나질 않습니다. 설명부분은 현대식으로 바꾸었어도 대화 부분은 옛날 말 그대로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리고 호칭 부분도, 특히 중전, 임금, 대비를 부르는 호칭을, 지금 사람이 보기에 편한 식으로 바꾸어서 그것도 아쉽고요. 예를 들어, (여기서 그렇게 썼다는 건 아니지만요) 세자를 '동궁 아기씨'라고 하는 것과 '세자 마마'라고 하는 건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낯선 것이긴 해도 그 당시 부르던 식으로 두었으면, 책을 읽으면서 그런대로 호칭에 적응해 가고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것 때문에 별을 하나 깎고 싶긴 합니다)

그리고 정말 좋았던 건 우리나라에서 한글로 쓴 고서를 옮긴 것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번역한 것 같은 문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국어를 번역한 책뿐만 아니라 우리말로 직접 쓴 책에서도 번역투가 나오는 일이 많으니 말예요.

서해문집으로 나온 책 중에 이것 말고도 한중록은 있는데 아직 인현왕후전은 없어서, 인현왕후전도 내 주었으면 싶네요. 옛 말투를 잘 살려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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