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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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하멜 표류기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우선 조선에 대해 전혀 모르던 서양 사람이 그 푸른 눈으로 바라본 조선의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어떤 부분은 지금도 계속 우리가 갖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도 되네요. 외국인이 보면 이렇게 보이는구나 하니까요. 그리고 주석 중에 다른 서양인이 쓴 책을 인용한 것도 있는데, 한글을 무척 높게 평가한 게 기억에 남네요.

하멜 일행을 관리했던 지방 감독들 중에서 잘 대해 주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 얘기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사정이 확 달라지는 걸 보니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전에는 하멜 표류기에 대한 얘기를 들어도 그냥 서양 사람이 조선 시대에 왔다가 갔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직접 읽으니까 하멜 일행이 얼마나 가엾은 처지였던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종교도 다르고 생긴 것도 다르고 문화도 확 다른 곳에 떨어진다면 어떨까 생각하니 답이 확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옮긴 분은 하멜 일행이 조선에 있는 동안 결혼했을 여자와 자녀들에 대한 얘기는, 아마도 네덜란드에 남아 있던 가족 때문에 하멜이 글에서 쓰지 않았을 거라고 썼는데, 글쎄요 제가 보기엔 그 사람들 조선에서 결혼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따로 주석에 결혼 얘기가 나오지 않은 걸로 봐서는 그에 대한 기록도 남지 않았단 뜻이겠죠. 하멜 일행이 도망쳐서 네덜란드로 가고 난 뒤 나중에 다시 조선에 남아 있던 남은 일행도 돌아올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조선에서 결혼해서 오지 않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도 그렇고, 조선에서 하멜 일행이 풍족하게 산 것도 아니고 푸른 눈에 코 큰 사람을 조선 사람이 그다지 좋게만 봤을 리도 없기 때문에, 조선에 있는 동안 그 사람들이 조선 여자와 결혼했을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나라에서 일부러 결혼시켜주지도 않았으니까요.

계축일기에는 연대가 틀린 부분이 몇 군데 눈에 띄었는데, 이 책에서는 앞부분과 뒷부분에 사람 이름이 다르게 표기된 게 꽤 많이 보이네요. 네덜란드 이름이라서 헷갈려서 그런가. 갖고 있는 게 4쇄 인데 여태 지적한 사람이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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