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내에서 여성이 드디어 남편과 비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게 되는 때가 가정의 사회적 비중이 극히 축소되는 때와 일치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일터’에 일차적 비중이 두어지는 구조적 특징과 여성에게 있어서는 가정만이 그 일차적 충성을 바칠 곳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한 부부 평등적 가치와 규범은 남성 지배를 용이하게 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게 됨을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애란 경제 생산자인 남성이 자신을 편하게 해줄 ‘적합한’ 배우자를 모색하는 과정이며, ‘낭만적 사랑’이란 여성으로 하여금 고립된 가정 안에서 남성을 내조하는 소외된 생활에 만족케 하는 주요 기제가 된다. - P118
가부장제 극복의 주요 관건은 결국 ‘개인’들이 자신의 삶을 강력하고 비대해진 공적 영역 내지 그 공적 영역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사적 영역에 매몰시키지 않고, 그 구조 자체를 변혁시켜가는 데 있다. 즉, 공/사의 구분을 제거하거나, 적어도 공적 영역을 축소시키고 공/가정 영역간에 유기적 연결이 보장되는 새로운 공동체적 생활 양식을 창조하여가는데 있는 것이다. - P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