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유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사회적 변화로 인하여 중산층 여성들이 가정의 영역 안으로 갇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올리브 뱅크스(Olive Banks)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19세기 중반 서구 페미니스트의 출현은 당시 복음주의 기독교, 계몽주의 철학, 사회주의 사상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논하고 있다 (Faces of Feminism 7-8). 복음주의 운동은 개인의 개종과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18세기 후반과 19세기 초반 서구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었다. 복음주의 운동은 선교사업, 구 - P35
제사업, 기금마련 집회, 심지어 목회에서도 여성의 참여를 막지 않았다. 복음주의 운동은 금주 운동과 반노예제 운동에 참여했고, 여성들은 이러한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의 이성을 강조하는 계몽주의 철학 역시 남녀 모두가 인간이라는 바탕 하에서 평등권을 옹호했다. 메리 윌스톤크래프트(Mary Wollstonecraft)은 『여권의 옹호』 에서 남성들이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계층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하듯이,여성도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인간의 권리로부터 배제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회주의 전통은 프랑스의 생시몽운동(the Saint-Simonian)에서 시작되고 영국에서는 로버트 오웬(Robert Owen)의 사상에서 나타났는데, 이는 공동체 삶을 옹호했고, 덜 통제된 성적 관계를 옹호했다. 전통적인 가족과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주의적 비판은 분명히 초기 페미니스트들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 P36
또 다른 중요한 문제는 서구의 소위 제 1국가들만이 유독 이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엘리자베스 사라(Elizabeth Sarah)는 페미니즘 제1물결이 이 시기 서구에서 발달하고 있었던 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특정한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일어났다고 본다(Sarah, 521). - P37
관련된 또 다른 이슈는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한 페미니스트들의 계층 문제다. 이들은 대다수 중산층 출신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제1물결이 끝나갈 즈음에는 약 4분의 1의 여성들이 노동자 계층이었다(Becoming a Feminist, 21). 계층은 여성이 어떤 캠페인에 참여하는가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끼친다. 여성 선거권 쟁취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 중, 노동자 계층 여성은 다른 계층보다 숫자가 적었다. 여성 선거권 운동은 둘로 나뉘어졌는데, 하나는 성인여성 모두의 참정권을 주장하는 집단이고, 또 하나는 나이와 재산소유에 따라 선거권 자격을 부여하기를 원하는 집단, 이렇게 둘로 나눠졌다(Becoming a Feminist, 66). 또한 영국에서 페미니즘 제1물결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백인들이었다. 이런 모든 점들이 중요하다면, 이는 우리가 통상 페미니즘 제1물결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상은 문화적으로 특수한 계층과 인종에 국한된 운동이었음을 알 수있다. - P38
울프가 말하는 1년에 500 파운드(요즘 시세로 말하면 약 25,000 파운드)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안정을 제공한다는 말인데, 이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19호실로」에서 분명한 사실은 수잔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경제적으로 독립한다고 해서, 아이를 키우는 수잔의 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 P51
「19호실로」는 울프와 보부아르가 제기하는 페미니즘 이슈를 똑같이 다루고 있긴 하지만, 울프와 보부아르의 텍스트 속에 있는 모순과 애매함을 지적해내기도 한다. 레싱의 단편 속 ‘방’은 울프의 ‘방‘보다 훨씬 덜 긍정적이다. 수잔의 방은 도망칠 수 없는 감옥이다. 그 방에서 수잔이 누리는 자유는 일시적이고, 때로 방으로 인해주변 세상으로부터 고립되기도 한다. - P54
레싱이 말하려는 요점은 합리적 지성 [남성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성이 실패하는 이유는 지성이 문화적으로 남성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레싱은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사용했던 똑같은 전략을 가지고, 이 점을 멋지게 피력하고 있다. 레싱은 가부장 담론의 규칙을 안으로부터 파괴함으로써 가부장적 담론을 공격하고 있다. - P61
또, 레싱은 매슈의 삶도 속박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는 보부아르의 가정, 즉, 남성은 표준이고, 남성은 자신의 몸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생각에 의문을 던지게 한다. - P63
보부아르는 『제2의성』 몇 군데에서 이원론은 여성의 육체적 ‘열등성’과 ‘차이‘로 인해 생겨나기 때문에 철학적으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이원론이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여성이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감을 발휘하여 타자로서의 지위에 대해 저항해야한다는 주장은 서로 모순된다. - P66
경제적 여건에 따라 여성을 분리하고, 남성과의 성적 관계를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도록 하는 것은 여성을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함을 레싱은 증명하고 있다. - P68
「19호실로」에는 여성이 해방을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제2의 성』과 마찬가지로 「19호실로」의 중요한 이슈는 한 개인이 내재적 타자로서의 위치를 저항할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인가다. 보부아르가 개인은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성의 숫자는 해방을 제도화할 만큼 충분한가? 어느 정도면 의식이 깨인 소수 여성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과연 보부아르는 여성이 해방된다는 것은 소위 남성의 특질로 여기는 초월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남성은 변할 필요가 없고 여성은 남성처럼 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형제처럼 되어야 한다는 보부아르의 결론은많은 독자들이 거부하고 있다. - P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