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치니 2005-10-25  

mellow gold는
무슨 색인가 잠시 엄청 궁금하다가, 아 색깔이 아닌가 하고 멍청하게 헷갈리는 중. ^-^
 
 
sudan 2005-10-2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ellow gold는 beck의 앨범 제목이에요. 굳이 색깔을 떠올리시겠다면, 클림트의 황금빛이라고 말씀드리겠어요.
치니님이 처음 이 곳에 들르셨을때 인터넷 검색창에 '치니'라고 쳐놓고는 클릭해본 적이 있어요.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푸치니. 몬탈치니. 라파치니. 콜로치니.. 등등이 나왔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이거였죠.
'강에 뜬 달을 툭 치니.'

치니 2005-10-26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벡의 앨범을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강에 뜬 달을 툭 치니. 대박입니다. 써먹어야지 . 으흐

sudan 2005-10-26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sudan 2005-10-26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으흐는 뭡니까. -_-
전 요즘 '우훗'하는 감탄사를 써보고 싶은데, 도무지 그걸 제대로 써먹어 볼 기회가 생기질 않더군요.

치니 2005-10-27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는,
음흉하게 무언가 궁리하면서 웃는것을 나름 표현한건데...ㅋㅋ
우훗, 맘에 드시나요?
 


endo 2005-10-24  

최종병기 그녀
를 만화방에 앉아 봤을 때의 나는 최근 몇 년간 그렇게 상심하고 심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 좋은 날을 보낸 참이었죠. 아마 재작년의 겨울이었을 거에요. 애니메이션의 몇 편을 보면서, 또 만화책을 보면서 내가 굳혀간 심증은 이 만화가 사춘기 - 그것도 연분홍빛의 - 에 관한 거라는 거에요. 주인공의 나이가 그 즈음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고, 그 모든 변화들이 그래 보여요. 이성의 몸 - 이 경우엔 시선이 남성적이니 당연히 여성이죠. 그것도 작고 귀엽고 인격적으로 아무런 위협도 내비치지 않는 작은 소녀 - 에 대한 불안, 혹은 공포. 어쩌면 거세에 관한. 어쩌면 치세 - 아이누어로 '집'이라는 뜻이라는데, 모성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 는 아버지의 세계, 즉 군대로부터 찬탈해야 할 어머니에요. 끝까지 이 만화를 사춘기에 대한 거대한 은유로 읽었던 기억이 나요. 더 재미있는 독법이 있을 텐데. 으쓱.
 
 
sudan 2005-10-24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종병기그녀. 찝찝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만화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소녀와 무시무시한 병기(몸에서 칼을 꺼내는 장면을 CLAMP는 끔찍하게 예쁘게도 그렸는데, 등에서 미사일이 톡톡 튀어나오는 치세는 짜증날 만큼 슬펐어요.), 지구 종말 전쟁과 수줍게 연애하는 학창시절, 발육 미달의 소녀와 노골적인 섹스, 심지어는 웃는 얼굴도 우는 표정하고 막 뒤섞여 있었죠. 그 표정이 다카하시 신 특유의 그림체라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어쨌든, 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의 결합이 묘하게 강렬한 인상이었는데. 사춘기에 대한 은유라. 듣고 보니 저 만화가 주는 불편한 느낌 중에 하나는 분명 그 이유겠어요.
남기신 글 중에 '독법'이라는 단어는 전 오늘 처음 들어요. 일단 재미있는 만화는-소설도 그렇고-덮어놓고 좋아하고, 그렇게 좋아진 만화는 질리지도 않고 여러번 읽는데-순풍산부인과에서 머리나쁜 사람은 질리는 줄 모른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윽, 충격이었죠.-좀 더 읽어보다 보면 그제서야, 이게 이런 분석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_-
반가운 글 보고 냉큼 답글 달아요. 오이스트라흐를 챙겨왔는데, 스산한 퇴근길의 비탈리 샤콘느는 또 어떤 느낌일지. 앗. 퇴근해야

sudan 2005-10-24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되는데. (방명록 답글은 600자가 한계랍니다. 크크.)
 


mooni 2005-10-18  

가을입니다.
하늘이 높구요, 바람이 서늘하니~ 이렇게 발랄하게 인사 좀 건네볼 셈으로 들어왔는데, 가로등 사진 보니 말이 쑥 들어가네요. 흠. 뭐 그치만, 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이고, 수단님은 지금 전혀 다른 기분일테지 하고 생각하니 반사적으로 생각난 몇마디 위로와 공감의 말도 뻘쭘하니 손끝에 남았어요. 근데 말이죠, sudan님의 아뒤 덕분에 여기 올 때마다 다르푸르랑 199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가 생각나고 그래요. 오늘은 왠지 거기에 연결되서 최종병기 그녀라는 만화까지 생각나네요.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겠어요.) 먼 곳에서 전쟁과 지진과 세계멸망에 관한 소식들이 전해지는 와중에 평온무사를 넘어 지루하고 권태스런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남자아이와 사귀는 둔하고 아방한 여자아이(일본만화 특유의 여주인공)가 군의 요청으로 출동을 거듭하면서 최종병기로 변해가죠. 나중에 지구는 멸망하고, 그 남자아이만 최종병기인 그녀에게 구원을 받아 우주로 간다는 아주 이기적이면서도 센티멘털한 줄거리의 만화인데, 적당히 우울할 때 봐서 그런지 기분전환이 되더군요. (진짜로 우울할 땐 아무것도 도움 안되니까요) 남자아이는 여자친구가 최종병기로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거듭거듭 우린 사랑하고 있었다 하고 되풀이해서 말하거든요. 수단의 내전을 찍은 사진 속 굶주린 소녀든 수단님의 일상적인 블루데이든, 다 제가 손쓸 수 없는 뇌관들이 착착 작동해서 진전되는 최종병기처럼 보이지만요, 뭐, 그래도 말이죠, 내일은 어제보다 행복하셨길 바래요 하고 쓸모없는 인사 한 번 건네둡니다. 유쾌한 가을날 되세요.
 
 
sudan 2005-10-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종병기 그녀는 봤어요. 지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남자아이는 끝까지 실수하는 여자아이때문에 비상식량도 없이 우주로 보내졌었던 걸로 기억해요. 크크. 남자주인공이 하늘을 나는 무시무시한 병기를 목격하고는, 순간 그게 '미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자기의 여자친구 치세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헤헷. 뭐, 유치한 센티멘탈이고 뻔한 남성판타지이긴 하지만, 가슴이 먹먹해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제 아디는 올리비에 롤랭의 수단항구라는 소설에서 따왔어요. 아디를 만들 당시에 두번째로 그 소설을 읽고 있었고, 독자가 나이가 들면서 소설도 따라 이렇게 깊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고, 또 수단항구의 쓸쓸한 묘사가 어찌나 절절하게 가슴에 와닿던지.

생략하셨던 위로와 공감, 충분히 통했어요. 씨익.
 


urblue 2005-09-16  

추석
오늘 오후 고향갑니다. 이번엔 몇 시간이나 걸릴까 다소 염려스럽긴 하지만 뭐 나름대로 좋아요. 내일은 송편 빚고 전 부치고, 물론 먹고 노느라 하루가 다 갈테고. 잔뜩 먹어서 팅팅 불어난 배를 안고 돌아오겠죠. 많이 먹고 잘 쉬어요.
 
 
sudan 2005-09-1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절이면 저도 부모님댁엘 가죠. 차로 30분 거리이고, 송편 빚고 전 부치고 하는 게 일단락 된 점심무렵에 도착해서 간단히 밥이나 먹고 오곤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 명절 분위기를 못 느껴요.
오늘도 고향에 내려간다고 들떠있는 동료 직원분들을 보고서야 아 추석이구나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반가운 명절인사라니. 요즘은 별 것도 아닌 일에 감동받는 수단인데, 이거 좀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씨익.
잘 다녀오세요.
 


mooni 2005-09-15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늘이 완전히 가을색이군요. 한참, 한참, 한참만인 것같지만, 여기 방명록에다 저번에 이러저러하게 인사한 것이 어제일 같아요. 이상하게 하루하루는 길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일주일은 금방이구, 한달은 순식간이고, 일년은 잠깐이고, 돌아보면 지난 십년도 찰나지간이라 죽을 무렵엔 인생은 꿈처럼 허무한거야 하고 말하게 되는 거 아냐,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반가워요. ^^ 알라딘 들어올 때마다 여기 한번씩 들러요, 업데이트가 안 된 걸 보면, 여전하시네 하구, 뭔가 새것이 등록된 걸 봐도 여전하시네 하구, 그러죠. 우주전쟁에서 영화목록이 멈췄군요. 우주전쟁은 1953년도에 나온 흑백필름이 있어요.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판은 그 리메이크인 셈인데, 중간 내용전개는 좀 다르지만 외계인에 대한 서사골격은 똑같아요. 감당할 수 없는 외계인이 치명적인 방식으로 지구와 인간을 공격하고, 사람들은 내부 분열과 공포와 무지로 인해서 멸망해가죠, 바이러스가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실은 그 바이러스는 신이 만들어 둔거라서 인간은 결국 자연의 섭리를 주재하는 신에게 구원받는다는 뭔가 교회 간증 비디오같은 결말이예요. (사람들이 교회로 모이고, 종이 울리고, 하늘을 우러르고 뭐 그런 마지막 장면이 나온답니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의 결말도 그거에 맞춘 것같아요. 하긴 스필버그는 ET를 만들 때도 외계인은 지구에서 적응할 수 없어서 병든다 하는 식의 사고방식을 고수했지만, 이번 우주전쟁은 정말 최악의 형태로 그런 괴상한 인간우월주의를 주장하더군요. 스필버그는 인간만이 진화의 최종점으로 지구엔 인간외에는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같아요. 영화보는 내내 피빨아먹는 강철괴물같은 외계인을 보면서 이십년 세월이 ET를 저렇게도 변하게 하는구나 싶어서 좀 슬펐어요. 반가운 김에 말이 길었는데, 귀찮아 하지 않으실 정도로 오늘 한가하시길 바래야겠어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sudan 2005-09-1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olie Holland가 나른한 목소리로 give me that old fashined morphine이라고 노래하고 있군요. 오후 두시의 사무실인데, 커피는 벌써 네 잔째고, 서류는 줄지 않고, 컴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듣는 노래는 이 노래가 원래는 이런 노래지 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들어야 할 정도로 음질이 엉망이에요.
독서노트는 생략하고 있는 중인데, 우주전쟁 그게 마지막으로 기록한 영화였군요. 흑백화면의 옛날 우주전쟁을 최근 개봉한 우주전쟁인줄로만 알고 다운받아놨는데(웃음), 아직도 집의 컴 하드에 있을거에요.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제는 창밖으로 동네 가로등을 가만히 보다가, 시간 참 안가는구나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오늘 집에 가서 당장 볼지도 모르겠어요. 돈 벌고 사람들 만나고 남는 시간엔 잠을 자고 그래도 남는 시간엔 책 읽고 영화 보고... 그러다보면 시간 참 빠르다 말씀하신 것 처럼 이 가을도 금방 지나버려서 으악 첫눈이야! 하면서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저 답지 않게 쉼없이 말이 쏟아지려 하네요. 방명록 하나에 이렇게 와락 반가운 심정이 되는 수도 있군요. 꾹 참고 반갑다는 말로 대신할께요.
나중에 또 봐요

sudan 2005-09-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답글은 600자밖에 못 적는 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얼마나 할 말이 많았는지, 맨 마지막 말에는 마침표도 못 찍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