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i 2005-09-15  

안녕하세요.
오늘은 하늘이 완전히 가을색이군요. 한참, 한참, 한참만인 것같지만, 여기 방명록에다 저번에 이러저러하게 인사한 것이 어제일 같아요. 이상하게 하루하루는 길어서 지루하기 짝이 없는데, 일주일은 금방이구, 한달은 순식간이고, 일년은 잠깐이고, 돌아보면 지난 십년도 찰나지간이라 죽을 무렵엔 인생은 꿈처럼 허무한거야 하고 말하게 되는 거 아냐,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반가워요. ^^ 알라딘 들어올 때마다 여기 한번씩 들러요, 업데이트가 안 된 걸 보면, 여전하시네 하구, 뭔가 새것이 등록된 걸 봐도 여전하시네 하구, 그러죠. 우주전쟁에서 영화목록이 멈췄군요. 우주전쟁은 1953년도에 나온 흑백필름이 있어요. 스필버그 감독의 최신판은 그 리메이크인 셈인데, 중간 내용전개는 좀 다르지만 외계인에 대한 서사골격은 똑같아요. 감당할 수 없는 외계인이 치명적인 방식으로 지구와 인간을 공격하고, 사람들은 내부 분열과 공포와 무지로 인해서 멸망해가죠, 바이러스가 외계인을 물리치는데, 실은 그 바이러스는 신이 만들어 둔거라서 인간은 결국 자연의 섭리를 주재하는 신에게 구원받는다는 뭔가 교회 간증 비디오같은 결말이예요. (사람들이 교회로 모이고, 종이 울리고, 하늘을 우러르고 뭐 그런 마지막 장면이 나온답니다.)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의 결말도 그거에 맞춘 것같아요. 하긴 스필버그는 ET를 만들 때도 외계인은 지구에서 적응할 수 없어서 병든다 하는 식의 사고방식을 고수했지만, 이번 우주전쟁은 정말 최악의 형태로 그런 괴상한 인간우월주의를 주장하더군요. 스필버그는 인간만이 진화의 최종점으로 지구엔 인간외에는 살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같아요. 영화보는 내내 피빨아먹는 강철괴물같은 외계인을 보면서 이십년 세월이 ET를 저렇게도 변하게 하는구나 싶어서 좀 슬펐어요. 반가운 김에 말이 길었는데, 귀찮아 하지 않으실 정도로 오늘 한가하시길 바래야겠어요. ^^ 행복한 하루 되세요.
 
 
sudan 2005-09-1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olie Holland가 나른한 목소리로 give me that old fashined morphine이라고 노래하고 있군요. 오후 두시의 사무실인데, 커피는 벌써 네 잔째고, 서류는 줄지 않고, 컴에 이어폰을 연결해서 듣는 노래는 이 노래가 원래는 이런 노래지 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들어야 할 정도로 음질이 엉망이에요.
독서노트는 생략하고 있는 중인데, 우주전쟁 그게 마지막으로 기록한 영화였군요. 흑백화면의 옛날 우주전쟁을 최근 개봉한 우주전쟁인줄로만 알고 다운받아놨는데(웃음), 아직도 집의 컴 하드에 있을거에요. 궁금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제는 창밖으로 동네 가로등을 가만히 보다가, 시간 참 안가는구나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어쩌면 오늘 집에 가서 당장 볼지도 모르겠어요. 돈 벌고 사람들 만나고 남는 시간엔 잠을 자고 그래도 남는 시간엔 책 읽고 영화 보고... 그러다보면 시간 참 빠르다 말씀하신 것 처럼 이 가을도 금방 지나버려서 으악 첫눈이야! 하면서 놀랄지도 모르겠어요.
저 답지 않게 쉼없이 말이 쏟아지려 하네요. 방명록 하나에 이렇게 와락 반가운 심정이 되는 수도 있군요. 꾹 참고 반갑다는 말로 대신할께요.
나중에 또 봐요

sudan 2005-09-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답글은 600자밖에 못 적는 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어요. 얼마나 할 말이 많았는지, 맨 마지막 말에는 마침표도 못 찍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