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i 2005-10-18
가을입니다. 하늘이 높구요, 바람이 서늘하니~
이렇게 발랄하게 인사 좀 건네볼 셈으로
들어왔는데, 가로등 사진 보니 말이 쑥 들어가네요. 흠.
뭐 그치만, 어제는 어제, 오늘은 오늘이고,
수단님은 지금 전혀 다른 기분일테지 하고 생각하니
반사적으로 생각난 몇마디 위로와 공감의 말도
뻘쭘하니 손끝에 남았어요.
근데 말이죠, sudan님의 아뒤 덕분에
여기 올 때마다 다르푸르랑 199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가 생각나고 그래요.
오늘은 왠지 거기에 연결되서 최종병기 그녀라는 만화까지 생각나네요.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겠어요.)
먼 곳에서 전쟁과 지진과 세계멸망에 관한 소식들이
전해지는 와중에 평온무사를 넘어 지루하고 권태스런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남자아이와 사귀는
둔하고 아방한 여자아이(일본만화 특유의 여주인공)가
군의 요청으로 출동을 거듭하면서 최종병기로 변해가죠.
나중에 지구는 멸망하고, 그 남자아이만
최종병기인 그녀에게 구원을 받아 우주로 간다는
아주 이기적이면서도 센티멘털한 줄거리의 만화인데,
적당히 우울할 때 봐서 그런지 기분전환이 되더군요.
(진짜로 우울할 땐 아무것도 도움 안되니까요)
남자아이는 여자친구가 최종병기로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거듭거듭 우린 사랑하고 있었다 하고 되풀이해서 말하거든요.
수단의 내전을 찍은 사진 속 굶주린 소녀든
수단님의 일상적인 블루데이든,
다 제가 손쓸 수 없는 뇌관들이
착착 작동해서 진전되는 최종병기처럼 보이지만요,
뭐, 그래도 말이죠,
내일은 어제보다 행복하셨길 바래요 하고
쓸모없는 인사 한 번 건네둡니다.
유쾌한 가을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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