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do 2005-10-24
최종병기 그녀 를 만화방에 앉아 봤을 때의 나는 최근 몇 년간 그렇게 상심하고 심난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 좋은 날을 보낸 참이었죠. 아마 재작년의 겨울이었을 거에요.
애니메이션의 몇 편을 보면서, 또 만화책을 보면서 내가 굳혀간 심증은 이 만화가 사춘기 - 그것도 연분홍빛의 - 에 관한 거라는 거에요. 주인공의 나이가 그 즈음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고, 그 모든 변화들이 그래 보여요. 이성의 몸 - 이 경우엔 시선이 남성적이니 당연히 여성이죠. 그것도 작고 귀엽고 인격적으로 아무런 위협도 내비치지 않는 작은 소녀 - 에 대한 불안, 혹은 공포. 어쩌면 거세에 관한. 어쩌면 치세 - 아이누어로 '집'이라는 뜻이라는데, 모성을 상징하는 건 아닐까 싶어요 - 는 아버지의 세계, 즉 군대로부터 찬탈해야 할 어머니에요.
끝까지 이 만화를 사춘기에 대한 거대한 은유로 읽었던 기억이 나요. 더 재미있는 독법이 있을 텐데.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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