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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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일단 재미있게 읽힌다는 것이다.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는 빠른 독서를 보장해 준다. 우주 개척을 위한 전쟁이라는 스페이스 오페라적 설정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런 익숙한 요소를 유전공학 기술과 결합시켜 노화와 죽음에 대한 공포라는 인간의 약점을 건드리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인생의 황혼기에 수퍼 히어로적인 육체를 얻고 이제까지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외계인들과의 전쟁이라는 삶으로 뛰어든 노인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이야기로서도 매력을 갖출 수 있었으리라고 보지만 좀 아쉽게도 이 책은 흥미의 면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논란의 대상이자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잔뜩 갖추고 있으면서도 대부분의 관념들을 슬쩍 스쳐 지나가면서 스펙터클에 힘을 쏟는다. 물론 재미있는 책은 재미 없는 책보다 훨씬 좋다. 그러나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주인공 존 페리가 제2의 삶으로 군인을 선택하고 외계인이긴 하지만 지성적인 생명체들을 죽이는 일을 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이(물론 그는 코반두 인들과의 전쟁에서 심각한 자괴감을 겪기는 하지만 곧 별 일 없이 회복된다) 이렇게 쥐꼬리만하다는 것은 개연성의 측면에서도 심각한 결함이 아닌가 싶다. 폭력보다는 오래 걸리더라도 외교적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벤더(이런 행동이 오랜 세월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가져온 일종의 관성 같은 것에 불과하다 할지라도)의 시도를 결국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대목에서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인간 복제와 유전적 조작이라는 윤리적으로 극히 민감한 문제들 역시 그런 식으로 처리된다. ‘우주의 적들과 싸우는 데 필요하기 때문에’ 그 모든 일들은 허용된다.
한편으로 인생의 끝에 가까워지면서 선택한 군인으로서의 ‘그 이후의 삶’은 내세의 은유처럼도 느껴진다. 생사를 넘나드는 격렬한 전투들을 치러야 하는 좀 이상한 내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대인들이 천국을 ‘신의 현존을 느끼는 곳’이라기보다는 ‘사랑하는(먼저 떠난) 사람들과의 재회가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페리는 구원의 여인이자 죽은 아내 캐시의 재림인 제인을 만나게 되고 결말은 이들의 결합을 암시하고 있다. 이 결말은 아무리 끔찍한 일들을 겪더라도 결국 가정이 회복되고 가족 간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마무리되는 할리우드식의 해피 엔딩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던가? 더구나 이것이 두번째 인생이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왜곡을 겪은 다음인데? 이러한 깊이의 부족 때문에 재미있긴 하지만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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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ssot T-Wave 2012-02-1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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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d wars gold 2012-02-1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렐의 발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5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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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이 카사레스의 소설은 단편집 <러시아 인형>이후 두번째인데 역시 이 작품에서도 일상성을 교묘하게 뒤집는 독특한 환상의 세계는 여전했다. 무인도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일단의 사람들이라는 설정 때문에 초반 내게 이 소설은 TV시리즈 ‘로스트’를 연상케 했다. 도피를 위해 무인도를 선택한 일인칭 서술자인 ‘나’는 이 사람들의 등장에 당황하고 두려워하지만 ‘나’를 완전히 무시하는 이 사람들 중 하나인 ‘석양을 바라보는 여자’ 포스틴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이 이상한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서 떨어진 것일까를 궁금해 할 즈음 소설은 매우 놀라운 반전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 앞에 놓여지는 이 ‘모렐의 발명’은 우리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덧없이 지나가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만들어냈던 기술들의 최종판과 같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사진, 녹음, 녹화 등의 기술이 기반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은 바로 이 ‘덧없음의 고정’이 아닌가. 비가역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 수밖에 없는 우리는 살면서 경험하는 좋은 것, 즐거운 순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원히 옆에 두고자 하는 욕망에 시달린다. 그래서 인간은 초상화를 그리고 사진 기술을 발명했고 아름다운 소리를 무한 반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움직임을 영상으로 기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러한 기술의 궁극에는 무엇이 올까? 아마도 모든 면에서 실제와 똑같은 또 하나의 실제를 재생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영원히 회귀하는 시간 속에서 무한히 계속되는 현재를 사는 실제. 무한하지만 단조로운 영생.
이 무한반복의 삶이라는 개념은 우리 인생에 대한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 행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시점의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또는 젊음을 찬양하고 노화를 질병으로 여기는 이 시대가 원하듯이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 또 하나의 실제를 이용해 우리 최고의 순간에 무한히 머물러있게 된다면 과연 영원히 행복할 것인가? 더 나아가 ‘연출된 행복’ 속에 머물러 있으려고만 한다면 그것을 과연 ‘삶’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직선으로 뻗은 시간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상황에서 시간의 선후관계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 것인가?
가상 현실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지금에 와서 이런 질문들은 더욱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실제와 실제 아닌 것은 더욱 빈번히 상호 침투하고 영향을 주며 그 둘 간의 차이는 자주 사라진다. 영혼마저 ‘재생’될 수 있는 이 발명품 앞에서 둘 간의 차이를 따지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사랑의 대상과의 어찌할 수 없는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 실제를 포기하는 ‘나’의 선택은 그리하여 어쩌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무심하게 시작하는 듯 보이는 소설은 처음부터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복선을 치밀하게 깔아 놓아 어느 한 줄도 대충 보아 넘길 수 없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뒤적거리게 만든다. 이 작품에 부쳐진 찬사들을 이해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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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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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과 성장소설, 연애소설과 고딕소설-이 모든 것이 한데 섞인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모든 요소들이 불협화음 없이 절묘하게 엮여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인 듯 하다. 어떤 소설을 좋아하든 간에 입맛에 맞는 요소를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밀의 추적과 서스펜스를 고조시키는 장치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으니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문장도 아름답고, 감동을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그것 역시 빼놓지 않는다.
소설은 독자를 사로잡는 흥미로운 작품들을 내놓았으나 잊혀진 작가 훌리안 카락스의 책을 다니엘이라는 소년이 발견하면서 시작되는데 카락스의 작품들을 모두 없애버리려는 의문의 인물이 출현하면서 카락스의 과거를 추적해가는 다니엘의 이야기를 축으로 진행된다. 점점 드러나는 그의 과거는 현재의 다니엘의 삶과 대칭을 이루면서 이야기의 망은 점점 촘촘해지고 과거의 카락스를 파멸로 이끈 페넬로페와의 사랑은 다니엘과 베아의 사랑 이야기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에스파냐 내전과 그 이후의 억압적 시대를 배경으로 사회적 계층의 차이로 인하여 좌절되는 사랑과 시대의 광기를 등에 업고 복수를 감행하려는 인물, 끔찍한 역사를 가진 유령이 출몰하는 저택 등은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무겁게 만들 수 있지만 다니엘을 도와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페르민이 불어 넣는 유머러스한 분위기와 따뜻하게 아들을 감싸안는 다니엘의 아버지의 존재는 소설을 보다 밝게 만들어 준다.
게다가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랄 수 있는 배경이 되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묘사는 에스파냐 여행 중 이틀 반을 머물렀던 그 도시의 추억을 되새기게 해 주었다. 다니엘이 아버지를 따라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연상시키는 ‘잊혀진 책들의 묘지’를 찾아가는 첫머리의 장면에서는 고딕 지구의 돌로 포장되고 가고일들이 굽어보는 좁은 골목길들이 떠올랐고 클라라가 사는 저택이 있는 레알 광장, 광장 옆의 멋진 가로수들이 있는 람블라스 거리, 람블라스를 따라 내려가면 닫게 되는 항구와 바다, 시가를 내려다보는 몬주익 언덕,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지나다녔던 장소들이 그 때의 추억으로 데려갔다. 페르민이 두 개씩이나 먹는 커다란 보카디요와 카페 콘 레체(밀크 커피)도 그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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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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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시를 거의 읽지 않기 때문에 네루다라는 시인을 잘 모른다.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 ‘일 포스티노’도 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짧은 소설은 기대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역사의 격랑이 한 평범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는지 하는 무거운 문제를 뒤에 남기면서 말이다.
칠레의 작은 어촌 마을 이슬라 네그라의 백수 청년 마리오가 ‘네루다 담당 우체부’의 일을 맡으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우체부와 수신자의 입장으로 만난 두 사람이 ‘메타포’에 관한 대화를 통해 쌓아가는 우정, ‘메타포’로부터 얻어진 시적 언어들로 마리오가 베아트리스의 사랑을 얻어가는 과정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면서 ‘열광적으로 시작’ 하지만 대통령 후보라는 정치적 행보를 걷게 되는 네루다와 이후 이어진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로 인한 정치 상황의 변화가 두 사람에게 가져온 어두운 종말로 인해 ‘침울한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끝난다. 마리오가 정당한 절차나 영장도 없이 체포되어 가는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도 낯선 것이 아니기에 더욱 착잡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전체적 분위기는 절대로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마리오와 베아트리스의 사랑은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으로 그려져 읽는 내내 웃음이 났고 파리에서 이슬라 네그라를 그리워하는 네루다를 위해 바다의 모든 소리를 녹음하려고 애쓰는 마리오의 우정은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아마도 이렇게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결말이 더욱 쓰라리고 큰 울림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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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me - Daydream Anonymous
인 미 (Inme)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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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구입한 InMe의 세번째 앨범입니다. 영국 출신의 3인조 밴드로 보통 얼터너티브/포스트 그런지로 분류되는 것 같지만 이 앨범에는 보다 복합적인 요소가 담겨 있는 느낌입니다. 스타일도 보통 포스트 그런지라는 장르에서 떠올리는 것보다 테크니컬하구요. 기타, 베이스, 드럼에다가 기타리스트가 보컬을 맡고 있는 록 밴드의 가장 기본 구성이랄 수 있는데 트윈 기타가 대세인 요즘의 상황으로 보면 좀 허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앨범에서 들려주는 사운드는 빈틈 없고 테크니컬합니다. 물론 이런 사운드를 라이브로도 들려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겠지만 말이죠. 아마도 이런 문제 때문인지 네번째 앨범을 준비중인 가운데 기타리스트를 한 명 더 영입한다는 소식도 있더군요.

사실 제가 들은 이들의 곡은 이 앨범이 아니라 전작인 2005년의 [White Butterfly]의 곡들이어서 어떤 앨범을 살까 좀 고민했는데 이 앨범을 사게 된 것은 아무래도 옥수수밭의 허수아비와 까마귀가 그려진 커버 아트웍이 주는 스산하면서도 뭔가 의미심장한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White Butterfly]를 전곡 다 들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말하긴 어렵지만 제가 들은 곡들로 판단하기에는 두 앨범 간 차이가 좀 있는 듯 하고 그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때는 괜히 이 앨범을 샀나 하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너번 듣고 나니까 이 앨범만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고 요즘은 매일 한 번씩 듣게 되는군요.

가장 큰 매력은 곡 여기저기서 번뜩이면서 출몰하는 액시드한 기타 사운드인 것 같아요. 이 개성 있는 기타 사운드는 첫 트랙 ‘Myth & Photograghs’부터 전면에 등장해서 앨범 전체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거기에 세련되면서도 쉽게 기억되는 매력적인 멜로디가 더해지죠. 연주가 테크니컬하고 날카로우며 드라이한 반면 Dave Mcpherson의 보컬은 파워풀하면서도 멜랑콜리가 느껴지는 목소리여서 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In Loving Memory’인데요, 라임처럼 상큼하고 톡 쏘는듯한 기타 인트로도 멋지고 이어지는 감성적인 멜로디 라인과 신나는 코러스 부분, 그 사이에 섬광처럼 끼어드는 기타 플레이와 엔딩의 스크리밍까지 모두 매력적인 곡입니다. 반복적인 코러스로 단순한 구성이지만 귀에 달라붙는 멜로디로 처음부터 익숙한 느낌을 주는 ‘I Won’t Let Go’도 좋고(이 곡은 어쿠스틱 버전이 보너스 트랙으로 실려 있어요)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의 ‘Rain Drops on Stones’, ‘A Toast for Broken Glass’같은 곡들은 다소 프로그레시브한 분위기마저 풍기는 멋진 곡들이에요. 이 앨범의 단점이라면 슬로우 템포의 곡들이 좀 많다는 것인데 물론 그 곡들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보너스 트랙을 제외한 13곡 중 네 곡은 역시 많다는 느낌이 드네요. 두 곡 정도였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이 앨범이 맘에 들어서 [White Butterfly]도 살까 생각 중입니다. 라이센스로 나와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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