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한밤의 소동]
....

우리 가족 중에 걱정을 달고 산 사람은 장수했고 낙천적인 사람은 다 제명대로 못 살고 죽었다.
...

죽음은 이렇게 불시에 찾아오는 거구나.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나서 눈을 감았다.
삶의 매 순간을 값어치 있게 쓰디로 결심했다.
- P13

[아홉 살. 몸이 굳다]
........

내 병은 강직 청추염이다. 유전적 요인이 강한 축추 질환의 일종으로, 관정이 하나씩 서서히 굳어 결국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다.
" 나중에 나이가 듦어 질문을 받게 될 테니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 두렴. 앉은 자세로 꼼짝 못 하는 게 나은지 누운 자세가 나은지"
......

앉은 자세가 나을까, 누운 자세가 나을까? 나는 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답응 고심하기 시작 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징조를 눈여겨보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게 안타깝다. 감각을 열어 일상에서 만나는 징조에 더 예민해져야 한다. 내 병도 지나고 보니 하나의 징조였다. 12번 아르카나인 매달린 사내와 조우할 징조. 그때처럼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발버둥 치지 말고 기다리는게 답이다. 거꾸로 매달린 사내처럼 내게 강제로 주어진 멈춤의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서 말이다. - P40

[열다섯 살. 창작을 통한 구원]
......
신문 이름은 <오젠의 수프>로 정했다.
긴문 창간을 통해 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험을 했다. 오래된 낡은 체계에서 벗어나려면 자신만의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하며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려면 진취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71

[열아홉 살. 미국무전여행 ]
...
실패가 꼭 독이 되는 건 아닌 법이다. - P1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는 발전이란 언제나 더디게, 손톱만큼씩 이루어지는 거리고 생각했다.인생에 내세울 만한 성공이라고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렇고. - P14

사소한 관찰들이 모여 거대한 돌파구가 되는 법이지. - P1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윽고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라는 존재를 확립하기 위한 시간과 경험이었던 거야. 그것은 특별하고 유별난 경험일필요는 없어. 그저 아주 평범한 경험이어도 상관없지. 하지만 그건 자기 몸에 충분히 배어드는 경험이어야만 해. 나는 학생때 뭔가를 쓰고 싶었지만 무엇을 쓰면 좋을지 몰랐어. 뭘 쓰면좋을지를 발견하기 위해 나에게는 칠 년이라는 세월과 힘든 일이 필요했던 거겠지. 아마도." - P2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감금 1,306일째 ]
.....

비밀은 어디에나 있다. 어떤 인간들은 비밀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도 어떻게 폭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최악의 의사소통능력, 그것이 인간이란 종의 특징인 듯하다. 다른 종이라고 훻씬 나은 건 아니지만, 청어조차 자신이 속한 무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며 그에 따라 헤엄쳐 나간다. 

그런데 왜 인간은무엇을 원하는지 서로에게 속 시원히 말하기 위해 자신들이 기진 수백만 개의 단어를 사용할 수 없는 걸까?

바다 또한 비밀을 아주 잘 지킨다. 특히나 바다 깊숙한 곳에잠긴 그 비밀은 내가 아직도 굳게 지키고 있다. - P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날 오후, 나는 도서관에 가서 잠에 대한 책을 읽어보았다. 잠에 관한 책은 그다지 많지 않고, 별로 대단한 내용도 없었다. 결국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한 가지였다. 잠이란 휴식이다. 그것뿐이다. 차의 엔진을 꺼버리는 것과 똑같다. 줄곧 휴식 없이 엔진을 작동하면 얼마 못가 망가져버린다. 엔진의 운동은 필연적으로 열을 발생하고 그렇게 고인 열은 기계 자체를 피폐하게 한다. 
그래서 방열을 위해 반드시 쉬게 해주어야 한다. 엔진을 끄고 다운시킨다. 그것이 곧 수면이다. 

인간의 경우, 그것은 육체의 휴식이면서 동시에 정신의 휴식이기도 하다. 몸을 눕히고 근육을 쉬면서 동시에 눈을 감고 사고를 중단한다. 그랬는데도 남아 있는 사고는 꿈이라는 형태로 자연 방전한다.

어떤 책에 재미있는 얘기가 있었다. 인간은 사고에 있어서도 육체의 행동에 있어서도 일정한 개인적 경향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그 저자는 말했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의 패턴을 만들어나가는 존재이고, 한번 만들어진 그런 경향은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바뀌지 않는다. 즉 인간은 그러한 경향의 감옥에 갇힌 채 살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잠이야말로 그렇게 한쪽으로 쏠린 경향을 - 구두 뒤축이 한쪽만 닳는 듯한 일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 중화해주는 것이다.
인간은 잠 속에서, 한쪽으로 쏠린 채 사용되던 근육을 자연스럽게 풁어주고, 한쪽으로 솔리뉴채 사용되면 사고 회로를 진정시키고 또한 방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쿨다운된다.

잠은 인간이라는 시스템에 숙명적으로 프로그램화된 행위이며 누구도 그것을 패스할 수는 없다. 잠을 잃어버리면 인간은 존재 그 자체의 기반을 잃어버리게 된다. 저자는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 P6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