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몸이 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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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병은 강직 청추염이다. 유전적 요인이 강한 축추 질환의 일종으로, 관정이 하나씩 서서히 굳어 결국 몸 전체를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병이다.
" 나중에 나이가 듦어 질문을 받게 될 테니 지금부터 천천히 생각해 두렴. 앉은 자세로 꼼짝 못 하는 게 나은지 누운 자세가 나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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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자세가 나을까, 누운 자세가 나을까? 나는 그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한 답응 고심하기 시작 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징조를 눈여겨보지 않고 무심히 넘기는 게 안타깝다. 감각을 열어 일상에서 만나는 징조에 더 예민해져야 한다. 내 병도 지나고 보니 하나의 징조였다. 12번 아르카나인 매달린 사내와 조우할 징조. 그때처럼 몸을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발버둥 치지 말고 기다리는게 답이다. 거꾸로 매달린 사내처럼 내게 강제로 주어진 멈춤의 시간을 성찰의 기회로 삼으면서 말이다. - P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