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만두, 만두 때문에 온나라가 며칠째 시끄럽다. (이 문장 쓰자마자 또 물만두님께 상처를 드리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다. 물만두님, 괜찮으시지요? ^^;)

내가 만두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기름이 자르르르 흐르면서 껍질이 바삭하게 튀겨진 한 입 깨물면 아삭- 소리가 나는 군만두도 너무 좋고, 투명한 껍질 안쪽으로 맛나 보이는 속재료가 비치고 피가 야들야들하게 씹히면서 목구멍으로 매끄럽게 넘어가는 물만두도 좋고, 크기에서부터 다른 만두 형제들을 압도하면서 반으로 쫙 가르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알찬 내용물을 자랑하는 왕만두도 사랑스럽고..

이렇게 하루 삼시세끼 전부를 만두로 때우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로 만두를 사랑하는 내게, 이번 만두 파동은 정말 심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안겨주었다. 믿었던 CJ마저 나를 배반하여 이제 앞으로는 백설군만두도 못 사먹게 되었고, 이웃 동네 중국인 거리에 즐비한 만두전문점도 왠지 꺼리게 되었으니 마음이 심히 아프다.

그런데,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오늘 점심 때만 해도 '아, 만두 먹고 싶어라'란 말을 입에 올렸다가 사람들의 야유와 경멸을 한 몸에 받은 내게, 오후 들어서면서부터 더더욱 충격적인 사실들이 터져나왔으니..
유통기한 지난 중국산 김치로 만든 컵라면 스프에(삼양식품 또 걸렸다. -_-), 아가들 이유식마저도 싸구려 중국산 재료로 만들어서는 국산유기농이라고 속여 팔고, 게다가 조금 전 뉴스에서는 피자와 통닭 포장 용기들마저도 발암물질로 가득차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어흐흑... 우리 엄마는 신나셨다. 평소에도 인스턴트 음식 즐겨 먹는 나를 탄압하지 못해 안달이셨는데 이제 내가 더 이상 반항할 건덕지도 없게 생겼으니 기세가 등등하시어 나 들으라고 큰소리로 TV 뉴스 헤드라인을 읊고 계신다. 아마 신문 기사도 스크랩해서 내 방 곳곳과 냉장고에 붙여놓으시겠지? 사태가 이 정도쯤 되면 평소 엄마의 잔소리에도 뻔뻔함으로 일관하던 나도 기운이 쑥 빠질 수밖에 없다.

'인스턴트 그렇게 먹어대다간 죽어서 미이라가 된다'는 엄마에게 '응, 난 그럼 화장해 줘'라고 대꾸하며 보란 듯이 아구아구 먹어댔는데..
흑, 만두 빼고, 라면 빼고, 피자와 통닭 빼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먹거리 뭐가 남지? 아이스크림? 이런 상태라면 아마 내일 아침쯤 아이스크림도 방부제 투성이란 기사가 나올 게 뻔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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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1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고 있었지만은 좀 심하네요..
정말로요.
근데..멘트에 있던..국민연금을 덮으려고 정부측에서 터뜨렸단 주장도 왠지
의심이 가는것이...
암만해도 넘 비판적이 되어갑니다..믿을 것이 없으니..참..

panda78 2004-06-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피자도요? ㅜ.ㅜ

starrysky 2004-06-10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국민연금을 덮으려는 수작이래요??? 오오오, 놀라워라. 누구 말로는 국민연금+만두사태로 몇 명인가의 목이 뎅겅~ 할 거라던데.. 할튼 이놈의 나라에서는 점점 더 살기가 싫습니다. ㅠㅠ
판다님. 님께서도 피자 좋아하시나요? 근데 엄마가 이제 먹으면 안 된대요. 엉엉.

불량 2004-06-11 0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피자 먹었는데요?? ;;
제 생각엔.. 아파트 원가 공개 안 하기로 했던 거.. 그 배신감도 같이 지우려는 수작같습니다.
믿은 넘이 없어.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