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내 책장에 순 만화책과 동화책밖에 없는 줄 아신다.
가끔 같이 근처 도서관에 가는데, 엄마가 골라 든 책을 보고 내가 "어, 나 그거 있어." "집에 있는 책이잖아."라고 하면 상당히 놀랍고 의아하다는 듯이 "니가 이런 책도 다 있니. 별일이구나.." 하신다. 한마디로 딸 수준을 아쭈 무시하시는 거다.
분명 내 방에 자주 들어와 내 책장을 훑어보곤 하시는데 어찌 그리 만화책만 눈에 쏙쏙 들어온다는 건지? 사실 대다수의 만화책은 엄마 눈에 안 띄는 뒷편에 숨겨뒀고, 앞으로 나와 있는 애들은 별로 안 되는데. 만약 숨겨진 것까지 엄마가 다 본다면.. 그 반응이 두렵다. -_-;;
엄마, 난 일반적인(?) 책들도 많이 본다구요. 장르 매니아이니 아주 일반적이라고 하긴 뭐할지라도..
그리고 또 하나의 편견. 내가 뭐든 다 잘 먹는다고 생각하시는 거.
사실 대부분의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긴 하지만 그래도 못 먹는 게 간혹 있는데, 내가 "어, 나 이거 못 먹어. 싫어한다구."라고 하면 또다시 화들짝 놀라신다. "니가 가리는 것도 다 있냐?"
아, 또 여린 맘에 스크라치. -_-
예를 들어 물에 빠진 생선. 난 날생선, 생선구이, 조림, 튀김까지는 무리 없이 잘 먹는데 유독 물에 빠뜨린 애들한테는 약하다. 아니, 일단 물에서 건진 애들을 왜 도로 물에 빠뜨리냐고요?? 시뻘건 국물 안에 떠 있는, 한때 바닷가나 강가, 냇가에 살던 아이들을 보면 측은지심이 솟아올라..(라는 건 거짓말이고) 할튼 비려서 싫다. 그래서 제일 싫어하는 회식 메뉴가 해물탕. 횟집이나 일식집 가서 마무리로 주는 매운탕도 딱 질색. 냄새도 맡기 싫다(사실 회 먹은 다음에 마지막으로 나오는 매운탕은, 이미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상태에서 대하기에 더 싫은 것 같다).
근데도 엄마는 내 맘은 아랑곳없이 종종 생선찌개와 국을 식탁에 올리면서 그때마다 내가 못 먹는다는 데에 놀라는 척을.. -_-; 그래도 정 먹을 게 없으면 국물은 가능한 한 꼭 짜내고;; 생선살과 두부 등은 건져 먹는데 그놈의 무만은 죽어도 싫다. 조림에 들어가는 무도 싫다. 그 물컹한 식감이라니.. 내 미각 기준에서 식감은 매우매우 중요하다구요 엄마. 그러니 무가 제일 맛있는 거라는 둥 하면서 강요하지 말아주시길.
이밖에도 엄마의 편견은 아주 다양하다. 내가 택시만 타고 다니는 줄 아신다든가(무, 물론 옛날에는 그랬지만 요새 택시값이 얼만데..) 술을 엄청 잘 마시는 줄 아시는 것(이것도 옛날 소싯적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몸이 말을 안 들어요. 그러니 제발 술꾼이라고 좀 부르지 마세요) 등등.
이렇게 늘 같이 붙어 사는 가족끼리도 서로 오해하고 편견을 가지는 부분이 많은데, 타인들 사이는 오죽하랴. 때로는 그런 선입견 내지 편견이 내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 굳이 고쳐주려 노력하는 것도 우스워 그냥 두지만.. 가끔은 100% 있는 그대로의 나를 봐주는 사람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