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지리가 맛있다고??? 한마디로 쪽바리같은 소리다. 한국에서 복이 본격적으로 요리되기 시작한 것이 60년대 후반부터 여기저기 생겨나기 시작한 일식집 주방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복요리에 대해서는 일본 풍의 맛과 멋을 기대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기는 하다. 하지만 맛에 관한 취향이랄까... 이런 면에서 한국의 – 특히 삼남지방의 – 것과 일본의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건 된장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걸로 ‘미소시루’라는 국을 끓인다. 그 김밥집에 가면 주는 허여멀건 국이 이거다. 핵심은 바로 이 ‘허여멀건’에 있다. 국을 하도 싱겁게 끓이기 때문에 도무지 한 숟가락의 양으로는 맛의 감이 전혀 안 온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한번에 많은 양을 먹기 위해서 그릇째 들고 마신다. (이걸 보고 쪽바리들 교양없다고 하는 양반님네들이 가끔 계신데... 오바다!) 어쨋든 싱겁고 약하다.
반면 한국에서는 무슨 짓을 하느냐? 된장으로 거의 국 안 끓여 먹는다. 찌개 끓인다. 그것도 국자로 팍팍 퍼넣고 바글바글 끓여서 뻑쩍지근하게 먹는다. 한국에서 된장찌개 1인분 끓이는데 들어가는 된장이면 일본에서는 된장국 100인분 끓인다. 한국! 강하고 쎄다.
복요리도 그렇다. 일본식이면 맑게 끓이는 게 어울린다. 어디까지나 가쓰오부시로 기본 육수를 내어 맛과 향을 더해 주는 선에는 그친다. 딱 거기까지가 약하지만 담백하고 가볍지만 뒷맛이 남는 것을 추구하는 일본의 맛이다. 그리고 이런 일본의 맛을 살리기에 가장 좋은 재료가 복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 맛이 마음에 안 든다. 뭔가 허전하다. 복이라는 재료가 가진 맛의 뼈골까지 다 후벼파고 삭신을 다 쑤셔서 마지막 남은 맛 하나까지 다 빨아먹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뭐랄까... 복은 원래 독이 있는 생선인데... 웬지 유순하게 길들여진 애완용 복을 요리해 먹은 것 같다고나 할까...
그래서 나는 한국식 복 매운탕이 좋다. 복 대가리 우려낸 국물에 빨간 고추가루 – 아! 물론 고추도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긴 하다. 빠가야로! – 팍팍 치고 콩나물 듬뿍 넣고 바글바글 끓여낸 그 국물이야말로 진짜 복의 독과 골수까지 우려먹는 것 같다. 첫 맛은 강하게 딱 때려주고 뒷맛은 시원하게 스르르 불어지는, 이런 게 악녀의 피와 천사의 살을 동시에 가진 복의 진짜 맛이 아닐까 싶다.
먹으면 영혼이 한 50% 쯤 구원받은 느낌이다. 나머지 50%는 물론 소주와 사람들이 구원해 준다.
부산복집은 지하철 충무로역 5번 출구로 나와서 대략 150미터정도 직진하다가 극동빌딩 못가서 골목으로 우회전한 뒤, 국민은행 충무로점 쪽으로 좌회전하면 오른편에 바로 보인다. 바로 앞에 그 유명한 대한민국 죽 2대천왕인 ‘송죽’도 있다. 참, 복매운탕은 9천원이다. 국물 조금 남겨서 꼭 밥을 볶아 먹도록. 그거 안 먹고 오면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