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 ㅣ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 2
칼렙 카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가 너무 강렬해 저자의 다른 작품을 찾아 보았다. 국내에는 셜록 홈즈 탄생 120주년을 기념한 기획작품밖에 번역되어 있지 않았다. 한 권이라도 번역되어 있는게 어디냐머 바로 책을 주문했다. 도무지 눈길을 뗄 수 없는 흡인력에 이끌려 순식간에 읽었다. 저자가 셜록 홈즈의 팬이라는 사실이 나에까지 미쳐 셜록 홈즈의 활약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코난 도일의 책을 세트로 주문하고 싶어 안절부절 견딜 수가 없다. 지름신이 강령하지 않기를 바라는 수 밖에.

 

  코난 도일, 뤼팽 등 전설로 내려오는 추리소설의 캐릭터가 있지만, 추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껏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런 내게 불을 붙인 작가가 바로 칼렙 카였고,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코난 도일의 책들이 궁금해졌다. 탄탄한 구성과 높은 완성도 덕분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 같은 독자들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가 셜록 홈즈를 바탕으로 정신학과 접목시켜 썼다면, <이탈리안 비서관>은 셜록 홈즈에 좀 더 가까운 작품이다. 기획작품인 이상 많은 부분이 비슷하겠지만,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어보지 않았기에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와 비교하며 읽었다. 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두 작품은 비슷하면서도 달랐고 칼렙 카라는 작가를 인식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이나 완성도는 절대 뒤지지 않았다.

 

  이 책에는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 사건을 의뢰한 셜록 홈즈의 형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지 않아 인물의 배경을 잘 모르지만, 워낙 캐릭터가 독특해서 쉽게 구분하며 읽을 수 있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었다면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고, 꼭 읽지 않았더라도 무난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인 셈이다. 홈즈와 왓슨은 마이크로프가 보내 이상한 전보로 사건에 끼어들게 된다. 정부 기관이 알지 못하도록 암호로 되어 있는 전보를 해석하면서 마이크로프트가 지정한 장소로 떠나게 된다. 그곳은 다름아닌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홀리루드하우스 궁전이었다. 빅토리아 여왕이 가끔 머무르기도 하는 궁전으로 오라 하니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셜록 홈즈는 자신이 형이 빅토리아 여왕을 비밀리에 수행하고 있는 것과 궁전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간다는 사실을 왓슨에게 알려준다. 최근 홀리루드 궁전에서는 서탑을 복원하던 관리인 두 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언론은 교묘히 사고로 덮어 버렸다. 이면에는 마이크로프트가 사건화되지 않도록 손을 썼고, 여왕 암살의 전조라며 두 사람을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나 홀리루드 궁전으로 가는 길부터 난관이 생겼다. 폭탄테러를 당하는가 하면, 궁전에서 기이한 하인들을 만나게 된다. 궁전으로 오는 동안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셜록 홈즈로부터 설명을 들은 왓슨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300년 전,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의 절친한 신하인 다비드 리치오의 사건과 연관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억울하게 죽은 리치오가 복수를 하기 위해 살인을 했을 거라는 추측이었다. 유령을 믿지 않는 왓슨은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궁전에 도착해서 둘러보니 오히려 홈즈의 말이 사실인 것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성 안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울음 소리, 리치오의 유령이라 믿는 발자국과 노랫소리등이 300년전의 분위기를 연상시켜 주고 있었다. 그러나 홈즈와 왓슨은 궁전의 하인, 죽은 관리인의 시체, 궁전의 이상한 현상에 대해 꼼꼼하면서도 차분하게 조사해 나간다. 복선을 깔아주었다가 전말을 밝혀주기도 하고, 그야말로 빈틈없이 흡인력 있게 사건의 전말로 독자를 끌어 당기고 있었다.

 

  기이한 일들이 하나하나 조사되고 밝혀질 수록 사건은 정점에 이르렀고, 마이크로프트가 걱정했던 여왕 암살의 전조라고 보기 힘들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지만 그 안에는 영국을 견제하는 독일 세력과 권력의 편협함이 숨어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아갈수록 사건은 복잡하게 얽혀들어간듯 했으나, 홈즈의 통찰력으로 중심 가닥을 잡아 간다. 리치오가 잔인하게 살해 되었던 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이한 일들에는 돈을 목적으로 한 얄팍한 술수가 있었다. 전설과 유령을 접목시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왔던 무리들은 의외로 궁전에 가까이 있는 인물이었다. 작은 것 하나가 단서가 되고, 홈즈의 추리로 사건은 조금씩 실마리를 향해 간다. 그러나 진실이 밝혀질 수록 위험해 지는 법. 그들에게도 서서히 위기가 닥치고 있었다.

 

  리치오가 잔인하게 살해된 방의 이면이 밝혀지고, 유령의 짓으로 몰고간 파렴치한 인간들의 속내도 속속들이 드러난다. 능숙하게 사람들을 속이고, 이중생활을 해 온 관리인들의 소행으로 밝혀지지만 그들이 쉽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할 리 없다. 홀리루드 궁전에서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고, 홈즈와 왓슨, 마이크로프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을 꾸몄던 관리는 비참한 결말을 맞았고, 하나씩 사건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위험요소도 감소하게 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추리의 묘미와 재미를 만끽했기에, 결론으로 갈수록 차분해 질 수 있었다. 과정이 충실했기에 결말이 뻥 하고 터지는 조잡함이 없었고, 결말에 다가갈수록 그동안의 사건 전말을 더듬어보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사건의 중심부로 치닿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독자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덧대어 주어서 즐겁게 읽게 되었다.

 

  작품 해설을 보면 이 책의 저자가 셜록 홈즈와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의 정신과 의사인 크라이즐러를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을 써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셜록 홈즈 시리즈보다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를 먼저 읽었기에 나 또한  두 책을 비교하며 읽어 나름 기대하는 바이다. 자신의 스타일과 셜록 홈즈의 특징을 잘 살려내서 책을 쓸 수 있는 작가 칼렙 카. 단 두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비슷하면서도 뚜렷한 구성에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기획된 책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요소를 두루 갖춘 책을 읽게 되어서 무척 기뻤다. 새로운 장르에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셜록 홈즈에 무한한 관심을 쏟게 만들었다.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게 된다면, 좀 더 비교하며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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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23. 타샤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24.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25. 시계탑 - 전아리
26. 바시르와 왈츠를 - 아리폴먼, 데이비드 플론스키
27. 트와일라잇 - 스테프니 메이어
28. 뉴문 - 스테프니 메이어
29. 동정없는 세상 - 박현욱
30.~3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32. 홍길동전 - 허균
33. 이클립스 - 스테프니 메이어
34. 박사가 사랑한 수식 - 오가와 요코
35.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 - 칼렙 카
 
* 아직 리뷰 쓰지 않은 책 - 동정없는 세상, 셜록홈즈 이탈리아인 비서관
*붉은 색 - 좋았던 책
 
 
- 2월에도 적지 않은 책을 읽었지만, 더 많은 권수를 읽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쌓여가는 책 때문이 아닌가 싶다.
2월에는 트와일라잇 때문에 에드워드 때문에 힘들었고,
칼렙 카 라는 괜찮은 작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달에는 29권의 책이 생겼고, 내가 구입한 책 가격은 만원이 아마 안 될 것이다! ㅋ
적립금과 협박으로 얻어낸 책과, 이벤트 당첨되서 받은 책들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생기는 책을 따라잡지 못하는 구나!
 
 
 
 
 

2009년도에 생긴 책

 

 

435. 나니아 연대기 - c.s 루이스

436. 시지프 신화 - 알베르 카뮈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칼잡이들의 이야기 - 보르헤스

440. 이방인 - 알베르 카뮈

441.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44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443. 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462. 한국의 인터넷을 論하다 - 권헌영 외

463.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464. 지구에서 달까지 - 쥘 베른

465.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466. 비밀의 화원 -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467. 2009 이상문학상 작품집 - 김연수 외

468. 불한당들의 세계사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467. 일상적인 삶 - 장 그르니에

468. 북학의 - 박제가

469. 픽션들 - 보르헤스

470. 알렙 - 보르헤스

471. 하루 24시간 어떻게 살 것인가 - 아놀드 베넷

472. 정의의 사람들, 계엄령 - 알베르 카뮈

473. 행운을 부르는 아이, 럭키 - 수잔 패트런

474. 결혼, 여름 - 알베르 카뮈

475. 죽음의 중지 - 주제 사라마구

476. 구스타프 클림트 - 에바 디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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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읽은 책
 
 
1. 혼자 놀기 - 강미영
2. 코기빌 마을 축제 - 타샤 튜더
3.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 조혜련
4. 책 그림책 - 밀란 쿤데라 외
5.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 이철수
6. 아픔의 기록 - 존 버거
7.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8. 코기빌 납치 대소동 - 타샤 튜더
9. 섬 - 장 그르니에
10. 코기빌의 크리스마스 - 타샤 튜더
11. 속 깊은 이성친구 - 장 자끄 상뻬
12. 건강한 생리 - 조연경.김경숙
13. 배고픈 새 - 이덕무
14.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마츠오 바쇼
15. 타샤의 특별한 날 - 타샤 튜더
16~17. 미트포드 이야기 1,2 - 잰 캐런
18. 바쇼의 하이쿠 기행 2 - 마츠오 바쇼
19. 지구 속 여행 - 쥘 베른
20. 고래 - 천명관
 
* 붉은 색 - 좋았던 책! 

 
2월에 읽은 책
 
21. 꼬마 난장이 미짓 - 팀 보울러
22. 꼬마 인형 - 가브리엘 벵상
 
 
- 1월에 정말 미친 듯이 읽어 보고 싶었는데..^^
동화책 4권을 포함해서 20권을 읽었다.
리뷰가 3권 밖에 밀리지 않은게 기적이다.^^
2월에는 편안한 독서를 해보려 한다.
늘 소망이 되긴 하지만..^^
 
 
 
 

2009년도에 생긴 책

 

 

437. 미셸 오바마 - 엘리자베스 라이트폿

438. 파이 이야기 일러스트 - 얀 마텔

439. 타샤튜더의 그림 인생 - 해리 데이비스

440.~441. 이스트 사이드의 남자 1,2 - 칼렙 카

442. 바쇼의 하이쿠 기행 3 - 마츠오 바쇼

443.뉴 마인드 뉴 섹스 - 김해준

444. 월드 체인징 - 알렉스 스테픈

445. 성스러운 세 도시 - 르 클레지오

446. 제주 걷기 여행 - 서명숙

447. 디자인은 보이지 않는다 - 루치우스 부르크하르트

448. 인간의 지성을 진화시킨 세계 고전 200문장

449. 제 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450.~451. 황제의 밀사 1,2 - 쥘 베른

452~454. 신비의 섬 1,2,3 - 쥘 베른

455. 시민의 불복종 - 헨리 데이빗 소로우

456. 타샤의 식탁 - 타샤 튜더

457. 꽃피는 자궁 - 이유명호

458.~459. 괴물 1,2 - 이외수

460. 고양이는 과학적으로 사랑을 한다? - 다케우치 가오루, 후지이 가오루

461. 파이 이야기 - 얀 마텔

462. 암리타 - 요시모토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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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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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길면서도 짧은, 트와일라잇 3부작을 다 읽었다. 곧 4권 번역본과 트와일라잇 DVD이 나온다고 하니 무척 기다려 진다. 하지만 1권을 읽을 때의 설레임으로 4권을 기다리게 되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1권에서 독자들을 흠씬 빨아들였던 로멘스가 2,3권에서 비중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싶다. 책은 여전히 속도감 있게 읽히고 에드워드와 벨라가 책의 중심에 있지만, 1권의 매력이 2,3권에서 발휘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까지고 로멘스만 다룰 수 없는 노릇이고, 탄탄한 구성을 이어가려면 전체적인 맥락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을 3권에서는 좀더 포괄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벨라와 에드워드를 바라 볼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확고하지만, 더 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에 과정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금씩 미래를 향해가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에드워드가 돌아옴으로 벨라는 삶에 다시 활기를 얻었다.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새도 있었다. 그러나 벨라가 힘들어할 때 곁에 있어준 제이콥과의 관계가 무척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이콥은 전설로 내려오던 늑대인간이 되어 버렸고, 에드워드와 적대적인 관계다. 에드워드를 사랑하고 제이콥이 소중한 친구인 벨라에게 유감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이콥도 벨라를 사랑하고, 벨라는 에드워드를 떠날 생각이 없기에 그들의 관계는 점점 꼬여만 간다. 이클립스에서 지지부진했던 상황이 바로 이들의 유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관계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상황보다 더 복잡한 적대적인 관계였기에 아무리 벨라가 중재를 해도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벨라에게 그들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게 된 두 남자는 조금씩 애해의 폭을 좁혀간다. 하지만 작은 오해만 생겨도 쉽게 멀어졌다 벨라를 통해 사그러드는 상황반복이 답답한 건 사실이었다.

 

  벨라가 인간이 아닌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양쪽 상황을 모두 알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로멘스만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듯 늑대인간의 전설과 에드워드 가족들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모두 알게 된다. 뱀파이어가 나타났기에 그동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늑대인간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제이콥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들이 전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에드워드 가족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는 늑대인간들 사이에 혼란이 찾아온다. 다른 뱀파이어들의 흔적이 나타나고 조만간 그들이 사는 마을에 나타날거라는 앨리스의 예언 때문이었다. 이미 시카고에서 뱀파이어 짓으로 드러나는 살인사건이 수십 건 일어난 가운데, 규칙을 어기려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러 볼투리 가의 움직임과 벨라와 컬렌 가족을 엄습하는 이상한 불안감이 감지되었다. 왜 벨라가 살고 있는 마을에 다른 뱀파이어들이 몰려 오는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벨라는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드워드가 제임스를 죽인 덕분에 빅토리아의 원한이 아직도 벨라를 향해 있는 것이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벨라에게는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졸업과 동시에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확신을 에드워드에게 드러냈지만, 에드워드는 그 전에 자신과 결혼을 해야한다고 했다. 벨라는 졸업을 하고 대학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자신과 에드워드의 약속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컬렌의 가족은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대부분 찬성 했지만, 인간세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에드워드와의 결혼은 어째야 할지, 제이콥과의 서먹함을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이 넘쳐났다. 에드워드를 너무 사랑하기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빅토리아의 움직임은 긴박하고 위험했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만든 뱀파이어 무리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고, 컬렌 가의 재스퍼의 도움으로 그들은 싸움을 준비했다. 군인이었던 재스퍼는 인간세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전쟁에서도 싸운 경험이 있기에 다른 뱀파이어를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빅토리아가 이끄는 무리가 생각보다 많아 도움이 필요한 가운데 늑대인간과 합류를 하게 된다. 벨라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마음이 두 무리의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벨라는 어느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이 서로 힘을 합쳐 싸움을 준비한 덕분에 치열하고 위험한 싸움은 무사히 끝났다(제이콥이 다친 것만 빼면). 뱀파이어 무리를 처리한 덕분에 볼투리가의 견제도 견뎌내 그들은 그제야 안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제이콥의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도 제이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벨라는 괴로웠다. 자신은 늘 에드워드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에드워드 외에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다. 에드워드와의 결혼을 암시하면서 책은 마치지만, 더이상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볼 수도,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행복할거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벨라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애쓰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아직은 십대인 벨라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많은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쓰럽기도 했다.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 아님을 처절하게 느꼈기에 귀추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을 복잡하게 끌고가는 벨라를 향한 곱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도, 그들을 지켜보다 내 마음도 많이 지쳐버린게 사실이다.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상황이 악화되니 처음 에드워드를 향했던 애틋함도 사라지고, 순탄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얄팍한 마음만 드러내고 있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들의 힘겨운 발걸음이 부디 나은 결말을 낳길 바랄 뿐,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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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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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만 봐도 수학에 관한 내용이 나올거라 추측할 수 있었다. 어떤 지인은 내가 수학을 무척 싫어하는 것을 알고 이 책을 통해서 수학과 좀 친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이야기가 들려 왔지만, 내가 직접 읽어보지 않고서 어떠한 의견을 말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 책을 통해서 수학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갖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감동을 받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져 오는 책들은 절반쯤 그 가치를 깍이고 내게 오기 때문에 이 책도 선뜻 손길이 가지 않았다. 약간의 두려움과 거부반응이었을까. 혹시 남들처럼 깊은 감명을 받지 못할까봐 미리 걱정하는 것이었을까. 어느 것에도 무게를 실을 수 없었지만, 이런 걱정들 때문에 금방 읽을 수 있는 책 임에도 계속 머뭇거렸다.

 

  파출부로 근근히 생활을 연명해가다 우연히 박사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 주인공. 47살에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 수학 교수인 박사. 박사가 무한한 애정을 쏟게 되는 주인공의 아들 루트(박사가 머리모양을 보고 지어줬다.). 세 명이 만들어내는 우정과, 수학과 야구 얘기는 딴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박사의 기억력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것과, 박사가 교통사고를 당한 시점인 1975년에 멈춰진 기억력 때문일 것이다. 루트의 엄마는 매일 아침마다 새로운 사람이 되어 박사를 마주해야 했다. 그런 박사를 감당하지 못해 이미 9명의 파출부가 거쳐 갔지만, 그녀는 박사의 집에서 일하며 매일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거북하지 않았다.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당사자인 박사였고, 박사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기 보다 박사의 특별함이 싫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박사를 통해 배우는 것, 박사의 수학세계로 들어가는 것이 흥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기억이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안 박사는, 자신이 매일 입는 양복에 수 많은 메모지를 붙여 놓는다. 보통 사람이 알아 먹을 수 있는 메모지는 몇장 되지 않고, 수학에 관한 기괴한 메모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박사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메모는 '내 기억은 80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였다. 그만큼 자신이 이상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별 도움이 안됐다. 박사의 애정을 한껏 받는 루트와 그의 엄마는 모종의 합의를 통해 박사가 자신들을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해도, 1975년이후로 바뀌어 버린 여러가지에 대해 말할 때(특히 박사가 좋아하는 야구선수 에나쓰에 대해) 조심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박사를 잘 이해하고 따르는 사람은 두 모자母子였으며, 박사도 그들 앞에서 80분의 기억력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루트의 엄마에게 숫자에 관한 기괴한 질문을 하지만(신발사이즈,생일,전화번호 등), 박사에게 그 숫자들은 단순한 수가 아니라 아름다운 수의 나열이었고 규칙이었다. 박사가 수와 수사이의 규칙과 학설에 대해 설명을 하면 듣는 이에게도 이미 아름다운 수의 이야기였다. 루트에게도 언제나 쉽게 수학을 가르쳐 주었고, 나처럼 수학에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루트 엄마도 박사의 가르침(?)을 통해 수에 관한 순수한 관심을 갖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이것이 소설인지 수학에 관한 책인지 잠시 헷갈릴 때도 있었다. 책에 나와 있는 내용에 거의 전무하기에 눈에 들어오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수학에 관해 설명해 가는 방식이 다르게 생각되었다. 박사가 설명하는 수식을 그리거나 표시할 때 책의 공간이 좁다는 느낌. 그 느낌은 이미 박사의 설명으로 인해 수의 아름다움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갖는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표기한 것이지만, 이미 박사를 통해 수에 관한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탓에 글자와 글자 사이에 갇힌 다른 기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거나 수학을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거부감이 약간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박사가 갖는 수에 관한 사랑은 그 정도로 호소력 있었고, 수에 대한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열정이 있었다. 불행한 사고가 아니었다면을 가장하는 것보다 박사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수에 관한 사랑을 느껴가고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꾸 허약해지고, 80분의 기억력이 나아지지 않는 박사를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까움이 컸다. 언제까지고 루트와 루트의 엄마와 함께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박사에게 남겨진 삶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기에 막연한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박사에겐 80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새롭지만, 그 새로움에 어느 정도 정착한 세 사람에게 익숙함이 어긋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박사를 돌보고 있는 미망인인 형수와의 미묘한 관계의 궁금증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둘의 사이를 짐작할 뿐, 더이상 파고들 수도, 그러지도 않았다. 결국 박사는 요양원으로 들어가고, 그의 곁은 미망인이 지켰다. 루트와 루트의 엄마는 거의 10년의 세월동안 박사를 방문한다. 루트가 어른이 되고 수학 선생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박사는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박사의 집에서 함께 했던 추억이 있다. 한 번뿐이었던 야구장 관람, 루트가 다쳤던 일, 루트의 생일 파티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자잘한 일상들이 남아있으므로 추억으로 박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를 바라볼 때, 박사와의 일화가 떠오를 때마다 그 추억은 생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서문에 염려했던 걱정은 사실로 드러났다. 깊은 감동을 받지 못한 것,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에 대한 후련함. 그 외에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 걱정투성이로 시작되었던 읽기는 그렇게 끝나 버렸다. 그렇지만 희미하면서도 끈질긴 여운은 나를 계속 따라다녔다. 박사의 집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 속에 드러났던 묘사, 박사의 외모를 상상해 보는 것, 깜깜한 머릿 속에 수의 아름다움을 떠올려 보는 행위는 끊이질 않았다. 박사와 함께 한 세월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요양원을 들어간 이후나, 미망인과의 과거에 대한 궁금증이 아쉽긴 했어도 루트와 루트 엄마처럼 박사를 추억할 거리는 충분하다고 본다. 책을 다 읽어 버린 순간에는 별 감흥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덮어 버렸지만, 소소한 일상들이 나의 머릿속을 파고 들고 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지워지지 않는 여운 때문에 이 작품을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셋의 우정을 나 혼자서 지켜보고 싶은 욕심. 그 욕심 때문에 마음을 툭 터놓지 못했다 해도, 조금이나마 여운의 감동을 순간순간 느껴가고 있다. 시간이 흘러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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