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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ㅣ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평점 :
드디어 길면서도 짧은, 트와일라잇 3부작을 다 읽었다. 곧 4권 번역본과 트와일라잇 DVD이 나온다고 하니 무척 기다려 진다. 하지만 1권을 읽을 때의 설레임으로 4권을 기다리게 되는 건 아니다. 아무래도 1권에서 독자들을 흠씬 빨아들였던 로멘스가 2,3권에서 비중이 줄어든 탓이 아닐까 싶다. 책은 여전히 속도감 있게 읽히고 에드워드와 벨라가 책의 중심에 있지만, 1권의 매력이 2,3권에서 발휘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언제까지고 로멘스만 다룰 수 없는 노릇이고, 탄탄한 구성을 이어가려면 전체적인 맥락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을 3권에서는 좀더 포괄적으로 보여주었기에 첫사랑의 설레임처럼 벨라와 에드워드를 바라 볼 수 없었다.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확고하지만, 더 많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기에 과정을 견뎌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금씩 미래를 향해가는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는 수 밖에.
에드워드가 돌아옴으로 벨라는 삶에 다시 활기를 얻었다. 절대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맹새도 있었다. 그러나 벨라가 힘들어할 때 곁에 있어준 제이콥과의 관계가 무척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제이콥은 전설로 내려오던 늑대인간이 되어 버렸고, 에드워드와 적대적인 관계다. 에드워드를 사랑하고 제이콥이 소중한 친구인 벨라에게 유감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제이콥도 벨라를 사랑하고, 벨라는 에드워드를 떠날 생각이 없기에 그들의 관계는 점점 꼬여만 간다. 이클립스에서 지지부진했던 상황이 바로 이들의 유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관계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상황보다 더 복잡한 적대적인 관계였기에 아무리 벨라가 중재를 해도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였다. 벨라에게 그들이 각각 어떤 의미인지 알아가게 된 두 남자는 조금씩 애해의 폭을 좁혀간다. 하지만 작은 오해만 생겨도 쉽게 멀어졌다 벨라를 통해 사그러드는 상황반복이 답답한 건 사실이었다.
벨라가 인간이 아닌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양쪽 상황을 모두 알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로멘스만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시키듯 늑대인간의 전설과 에드워드 가족들이 어떻게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모두 알게 된다. 뱀파이어가 나타났기에 그동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늑대인간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제이콥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들이 전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절대 우호적인 관계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에드워드 가족과 특별한 관계를 맺어가는 늑대인간들 사이에 혼란이 찾아온다. 다른 뱀파이어들의 흔적이 나타나고 조만간 그들이 사는 마을에 나타날거라는 앨리스의 예언 때문이었다. 이미 시카고에서 뱀파이어 짓으로 드러나는 살인사건이 수십 건 일어난 가운데, 규칙을 어기려는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러 볼투리 가의 움직임과 벨라와 컬렌 가족을 엄습하는 이상한 불안감이 감지되었다. 왜 벨라가 살고 있는 마을에 다른 뱀파이어들이 몰려 오는지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벨라는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드워드가 제임스를 죽인 덕분에 빅토리아의 원한이 아직도 벨라를 향해 있는 것이다.
그 일이 아니더라도 벨라에게는 복잡한 일들이 많았다. 졸업과 동시에 뱀파이어가 되겠다는 확신을 에드워드에게 드러냈지만, 에드워드는 그 전에 자신과 결혼을 해야한다고 했다. 벨라는 졸업을 하고 대학교를 고민하는 과정에서도 자신과 에드워드의 약속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컬렌의 가족은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대부분 찬성 했지만, 인간세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에드워드와의 결혼은 어째야 할지, 제이콥과의 서먹함을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이 넘쳐났다. 에드워드를 너무 사랑하기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빅토리아의 움직임은 긴박하고 위험했다. 빅토리아는 자신이 만든 뱀파이어 무리를 이끌고 다가오고 있었고, 컬렌 가의 재스퍼의 도움으로 그들은 싸움을 준비했다. 군인이었던 재스퍼는 인간세계 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전쟁에서도 싸운 경험이 있기에 다른 뱀파이어를 어떻게 처치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빅토리아가 이끄는 무리가 생각보다 많아 도움이 필요한 가운데 늑대인간과 합류를 하게 된다. 벨라가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마음이 두 무리의 힘을 합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벨라는 어느 누구도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들이 서로 힘을 합쳐 싸움을 준비한 덕분에 치열하고 위험한 싸움은 무사히 끝났다(제이콥이 다친 것만 빼면). 뱀파이어 무리를 처리한 덕분에 볼투리가의 견제도 견뎌내 그들은 그제야 안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제이콥의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도 제이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벨라는 괴로웠다. 자신은 늘 에드워드를 향하고 있었으므로, 에드워드 외에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다. 에드워드와의 결혼을 암시하면서 책은 마치지만, 더이상 그들의 사랑을 아름답게 볼 수도, 다음에 이어질 내용이 행복할거라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벨라는 자신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애쓰고 있었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아직은 십대인 벨라를 감안한다면 충분히 많은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쓰럽기도 했다. 자신이 뱀파이어가 되는 것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되는 것이 아님을 처절하게 느꼈기에 귀추를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상황을 복잡하게 끌고가는 벨라를 향한 곱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도, 그들을 지켜보다 내 마음도 많이 지쳐버린게 사실이다. 구경꾼 노릇만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상황이 악화되니 처음 에드워드를 향했던 애틋함도 사라지고, 순탄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얄팍한 마음만 드러내고 있다. 벨라와 에드워드는 자신들의 미래를 향해 조금씩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들의 힘겨운 발걸음이 부디 나은 결말을 낳길 바랄 뿐,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